그날 이후 지옥철은…'밀지 말라' 외침에 멈추고, 계단에선 질서정연

한류경 기자 2022. 11. 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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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등 SNS에 올라온 경험담
〈자료사진=연합뉴스〉
"지하철에서 '밀지 말라'고 해도 밀어붙이는 사람들이 이제는 일제히 멈추는 거 보고 충격받았다. 씁쓸하고 슬펐다. 감정이 정리가 잘 안 되는데…"

이태원 참사 이후 이른바 지옥철 풍경이 달라졌다는 글이 SNS(소셜미디어)에 잇따라 올라오고 있습니다.

지옥철은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에 사람이 붐벼 마치 '지옥 같다'는 의미에서 생겨난 단어입니다.

오늘(3일) 트위터에 따르면 누리꾼 A씨는 "지하철 타는데 누가 계속 뒤에서 밀길래 '밀지 마세요!' 하니까 동시에 주위 사람들이 다 멈췄다. 진짜로"라고 남겼습니다.

누리꾼 B씨는 "1호선도 아침에 원래 죽기 살기로 밀고 들어오는데, 나 있는 칸은 사람 어느 정도 차니까 그냥 안 타는 모습 보고 진짜 많은 생각이 (들었다)"라고 했습니다.

지하철 열차 안에서뿐만 아니라 역사 계단에서도 질서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합니다.

누리꾼 C씨는 "퇴근 시간에 건대입구 환승구간 계단은 (열차에서) 내리는 사람 타는 사람 뒤엉켜서 지옥인데, 계단에서 사람들이 일정 간격 두고 서서 기다리면서 올라가더라. 내려오는 통로도 남겨두고. 모두가 약속한 것처럼 질서를 지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처럼 일부 시민들의 질서 있는 모습은 지하철뿐만 아니라 버스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누리꾼 D씨는 "학교 버스가 원래 진짜 사람 하나 죽일 듯이 사람들이 막 밀면서 타서 버스 기사님이 저지할 정도였는데, 이번 참사 이후로 좀 덜 해진 것 같긴 하더라"라고 남겼습니다.

누리꾼 E씨는 "퇴근 시간에 버스 탔는데 사람들이 질서 지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보통 버스 안에 사람이 많아도 다들 어떻게든 꾸역꾸역 타려고 했는데, 억지로 타려고 하질 않았다. 승객들 사이에 간격이 지켜졌다"고 말했습니다.

경험담이 줄을 잇는 가운데 또 다른 누리꾼들은 전 국민이 참사 트라우마 위험에 처한 상황을 우려했습니다.

"시민들의 이태원 참사 트라우마가 현상으로 나타난 거라 생각한다. 다들 참사현장을 떠올리며 걸었을 그 무거운 발걸음들. 질서 지키는 건 좋은 일이지만, 한편 마음이 아프다" "다들 마음속으로 어떤 생각을 했을지, 너무 슬프고 속상하다" "지하철 타는 사람 수도 줄어든 것 같더라. 많은 사람이 생각보다 충격을 많이 받은 거 같아 슬프고 씁쓸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다만 지하철이 여전히 붐빈다는 글도 있었습니다. 몇몇 누리꾼들은 "지난 주말 그걸(이태원 참사) 다 같이 보고 겪었으면서 여전히 몸으로 밀고 들어온다. 너무 무섭다" "여전히 지하철에 밀고 들어오면서 타는 사람들은 생각이 있는 거냐" 등의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 서울시, 혼잡한 지하철역 긴급 점검

이번 참사를 계기로 지하철 등에 몸을 구겨 넣는 일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혼잡도가 높은 지하철역을 대상으로 점검과 개선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백호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어제(2일)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행정사무 감사에서 "신도림역·사당역·종로3가역과 9호선 주요 역사는 늘 이용하는 시민들이 불안함을 느낀다"며 "우선 시와 서울교통공사가 합동으로 혼잡도가 높은 역을 찾고 전문가와 현장을 분석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동 동선과 안전시설 보강, 대피 공간 확보, 모니터링 CCTV 설치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이른 시일 내 바로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 '이태원 참사'로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정신건강 위기상담전화(1577-0199)를 통해 도움받을 수 있습니다. 또 국가 트라우마센터 누리집(www.nct.go.kr)을 통해서는 심호흡·나비 포옹법 등 안정화 기법 정보와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 자가진단 등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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