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형참사’ 수사권 없는 검찰, 셀프 수사하는 경찰 지켜만 봐야 하나

김종용 기자 2022. 11. 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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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대형참사가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했다.

그동안 검찰은 1993년 서해 훼리오 침몰 사고,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등을 직접 수사하면서 노하우를 쌓아왔지만 지금은 경찰 수사를 지켜봐야만 하는 상황이다.

대구지하철 가스 폭발 사고와 세월호 참사에서처럼 검찰과 경찰이 합동수사본부를 꾸리지도 못한다.

검찰이 수사를 할 수도 없고,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의 지휘권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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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용 사회부 법조팀 기자

“2019년 검·경 수사권 조정 당시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공직자·부패·경제·선거·방위사업 등 5개로 줄인 뒤 정치권에서 대형참사를 추가했다. 그런데 별안간 검수완박 법안에서 대형참사가 사라졌다. 대형참사를 제외한 이유를 알 길이 없다.”(이원석 검찰총장·2022년 4월)

“신속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싶어도 검수완박 때문에 안 되는 건지, 경찰이 법리에 밝은 검사를 파견해달라고 요청하면 가능한 것인지, 법을 만드신 여의도 정치인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 길을 알려주면 좋겠다.”(김후곤 당시 서울고검장·2022년 4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대형참사가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150명이 넘는 희생자가 발생한 압사 사고에도 검찰은 수사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검찰은 1993년 서해 훼리오 침몰 사고,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등을 직접 수사하면서 노하우를 쌓아왔지만 지금은 경찰 수사를 지켜봐야만 하는 상황이다.

대구지하철 가스 폭발 사고와 세월호 참사에서처럼 검찰과 경찰이 합동수사본부를 꾸리지도 못한다. 검찰이 수사를 할 수도 없고,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의 지휘권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검찰은 사건이 송치되기 전까지는 관여할 방법이 없다. 지난해 예세민 당시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은 “대형참사가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에서 제외된다면 합동수사본부 방식이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부패·경제범죄 두 가지로 제한하는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검수완박 법안)의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이미 대다수 검사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대형참사 수사는 현장 보존과 증거 수집 및 감식, 검시와 부검, 시뮬레이션 실험과 과학·기술적 분석 절차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검찰이 초동부터 수사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결국 부실 대응 책임론에 직면한 경찰이 경찰을 수사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경찰도 이런 점을 의식해 독립적 수사를 하는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했다. 하지만 실무자급이 아닌 경찰 고위 간부들의 책임 여부를 분명하게 규명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뒤따르는 상황이다. 검찰의 한 간부는 “경찰공무원이 범한 범죄에 대해 검찰이 수사할 수 있다”면서도 “경찰이 이미 영장을 신청한 상황이라면 검사가 사건을 넘기라고 요구할 수 없도록 규정한 형사소송법 조항이 변수”라고 설명했다.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킨 상황에서 진실은 오염될 수밖에 없다. 이태원 참사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선 이해관계를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 국민은 이미 대형 참사에서 서로의 이해관계가 개입할 경우 그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점을 경험했다. 지금이라도 검찰과 경찰, 감사원 등이 모두 참여하는 범정부 차원의 합동 수사 기구를 출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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