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으로 꺼진 양양 편의점...대형 싱크홀 원인 보니

지난 8월 3일 오전 강원 양양군 강현면 낙산해수욕장 인근 공사 현장에서 가로 12ｍ, 세로 8ｍ, 깊이 5ｍ 크기의 싱크홀(지반 침하)이 발생해 주변 편의점 건물 일부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 = 양양군청]

지난 8월 3일 강원 양양군에서 발생한 지반침하 사고는 부실시공으로 인한 인재(人災)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시공사에 영업정지 4개월 등의 처분을 관계기관에 요청하고 연약지반 관리를 강화하는 ‘지하안전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3일 국토교통부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는 양양 지반침하 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 “시공사는 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시공했고, 이로 인해 ‘가설 흙막이벽체’에 작은 틈새가 발생해 주변 지하수·토사가 일부 유입되는 등 시공 불량으로 이어졌다”고 발표했다. 가설 흙막이벽체는 지반 굴착 시, 지반(흙)이 현장으로 유입되거나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는 가설 벽체를 말한다.

사조위 조사에 따르면, 사고 현장 일대는 해안가의 느슨한 모래 지반으로 토사가 유실되기 쉽고, 바다의 영향으로 지하수 유동량도 많아 지하 개발 시 단단한 화강·편마암으로 구성된 내륙보다 높은 수준의 시공 품질·안전 관리가 필수적인 지역이었다. 당시 낙산해수욕장 인근 생활형 숙박시설 신축 현장에서 공사 도중 지반 침하로 96㎡가량의 넓이에 깊이 5m에 달하는 싱크홀이 발생해 편의점이 붕괴됐다.

시공사는 시공 불량을 인지하고도 국부적 보강만 진행하는 등 땜질식으로 대처했으며 공사 지연 만회를 위해 단기·집중 공사를 해 흙막이벽체와 주변 지반이 추가 악화됐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시공 부실이 누적됨에 따라 사고 당일 흙막이벽체에 구멍이 생기고 주변 지하수·토사가 급속히 유입돼 지반에 대규모 침하(96m2×5m)가 발생, 편의점 붕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사고 예방체계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지하 20m 이상 굴착공사 현장은 지하안전평가 전문회사가 ‘지하안전평가’를 수행하고 안전 확보 여부 등을 인허가청에 보고해야 하지만, 이 사고 현장의 수행업체는 주변 편의점 건물 안전성 검토를 누락했으며 설계 변경 정보와 소규모 지반침하 사고 사실을 인허가청 등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

공사 현장의 계측기도 대부분 손실되거나 망가져 사고 예방 조치가 적절하게 수행되기 어려웠다고 사조위는 설명했다.

국토부는 사조위의 의견을 바탕으로 유사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우선 사고 현장의 안전 확보를 위해 토질·기초분야 외부 전문가의 전수 조사 후 공사를 재개토록 할 계획이다. 공사 재개 시, 손상된 가설 흙막이벽체가 지탱될 수 있게 시공토록 하고 이를 양양군에서 관리하도록 한다.

인근 현장에 대한 안전도 강화한다. 현재 동일한 해안가 연약지반에 비슷한 규모의 생활형 숙박시설 신축 사업 3곳이 진행 중이며 7곳이 예정돼있다. 국토부는 양양군을 통해 인근 지하개발 공사 설계 도면과 지하안전평가서 등을 면밀하게 재검토하고 흙막이벽·차수 공법의 취약 사항을 보완토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사고 현장을 포함한 인근 전 현장에 대해 매 분기마다 원주국토청, 양양군 등 관계기관 합동점검을 진행한다.

아울러 토질·기초분야 외부 전문가의 전수 조사를 통해 사고 우려까지 모두 해소한 후에 공사를 재개토록 할 계획이다. 사조위 조사를 통해 밝혀진 시공사 등의 사고 책임에 대해서는 관계 법령에 따른 엄중한 처분을 관할 관청에 요청키로 했다. 시공사인 까뮤EnC, 남영Eng는 영업정지 4개월, 감리사인 토펙Eng는 2년 이하 업무정지를 요청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