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도발하던 그 날…'유도탄 사격대회' 도중 패트리엇·천궁 말썽
공군이 지난 2일 실시한 유도탄 사격대회에서 항공기를 요격하는 대공미사일인 패트리엇(PAC-2)과 천궁 미사일에 문제가 생겼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특히 천궁 미사일은 25km 정도를 날아가다 레이더 신호에 문제가 생겨 자동으로 자폭했다.
군은 대회 자체에 대해선 당일에 보도자료를 냈지만, 중간에 문제가 생겨서 대회를 중단했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가 다음날 언론보도가 나오자 뒤늦게 공개했다. 하필이면 북한이 동시다발적으로 미사일을 쏘던 바로 그 날 벌어진 일이다.
공군 관계자는 3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전날 열린 유도탄 사격대회에서 패트리엇 2발, 천궁 1발 사격을 계획했는데 패트리엇 1발은 정상적으로 사격했고 1발은 사격 전 오류가 발생하여 취소했다"며 "천궁 1발은 발사 전 유도탄이 비정상으로 확인돼 예비탄으로 바꿔서 발사했지만 25km 정도 날아간 지점에서 신호 불량으로 자폭했다"고 밝혔다.
문제가 생긴 패트리엇은 최신형인 PAC-3 MSE가 아니라 구형인 PAC-2로, 독일에서 중고로 도입했다. 이후 레이더와 통제소는 PAC-3 사양으로 개량했지만 미사일 자체는 기존 PAC-2형이다.
공군은 패트리엇에 발생한 레이더 오류에 대해 "통제소에서 전반적으로 잘 작동하는지 모니터하고 있었다가 오류 화면이 떴다"며 "사격대회 장소(충남 보령 대천사격장) 주변에 민가도 많아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이고, 엄격하게 통제해서 취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날이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동시다발적으로 발사하며 도발을 했던 바로 그 날이라는 점이다. 이날 쏜 패트리엇과 천궁이 미사일 방어가 아니라 항공기를 요격하는 모드였다고는 하지만, 물리적인 메커니즘 자체는 거의 비슷하다. 더욱이 패트리엇은 40km 이상의 고고도 방공을 맡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와 달리, 고도 40km 이하에서 북한이 쏜 바로 그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방어하는 무기다.
공군 관계자는 "국내에서 탄도미사일 요격 실사격을 하려면, 요격 고도가 상당히 높기 때문에 넓은 공해상을 통제해야 해 여건이 상당히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사실이며, 때문에 우리 군에서 탄도미사일 요격 실사격 훈련을 할 때는 격년으로 하와이에서 열리는 환태평양훈련(RIMPAC)에 참가해, 표적 역할을 하는 미사일을 쏘고 이를 해군 함정에서 쏘는 SM-2 대공미사일로 요격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그러면서 "독일에서 중고로 도입한 이후 성능개량을 거쳤으며, 2013년부터 보령에서 23발을 쐈는데 비정상적인 상황이 1번 있었고, 나머지 22발은 정상적으로 날아가서 표적을 요격했다"며 "군에서도 우려를 하고 있고, 미국 본토에서 사격을 할 때도 군수요원이나 작전요원들이 가서 상황을 모니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패트리엇뿐만 아니라 천궁 미사일에서도 문제가 생겼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항공기 요격미사일인데, 25km 정도를 날아가다가 문제가 생겨 자동으로 자폭했다. 공군은 "바다로 나간 중간단계에서 레이더와의 교신이 불안정했던 것으로 추정한다"며 "비정상적인 상황이 계속되면 안전상 특정 시간이 지나면 자폭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미사일이 비싼 무기라고는 하지만, 도중에 문제가 생기는 일 자체는 드물지 않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 발사 직전 탄에 문제가 있는 것을 발견해 교체하고 쐈는데도, 또다시 문제가 생겨 날아가다 자폭한 일은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라는 비판도 많다.
공군은 "천궁 개발 당시 시험발사에선 1번 정도 불안정했던 적이 있었고, 전력화 뒤에는 지난해까지 17발을 쐈는데 모두 성공했다"며 "이번에 처음으로 문제가 생긴 것이고, 미사일의 경우엔 최고 선진국들도 성공률 90%만 되어도 엄청나게 높은 것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큰 돈을 들여 방어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지만, 성능이 완벽할 수는 없고 오작동 오류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천궁의 개량형인 천궁-Ⅱ는 탄도미사일도 요격할 수 있는 무기로 UAE에도 수출된 바 있다. 군은 현재 천궁을 천궁-Ⅱ로 업그레이드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해당 사업이 지난 3월에 막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확정됐기 때문에 앞으로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한편, PAC-2와는 별개로 미국에서 수입한 PAC-3는 보안 문제로 인해 실제 상황이 아니면 발사를 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공군 관계자는 "미국이 기술력 보호를 위해 PAC-3에 대해서는 모든 보유국이 실제 상황이 아니면 발사를 하지 못하게 한다"며 "사격을 빙자해 탄을 분해해서 역설계, 복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그렇다"고 설명했다.
기자들이 이런 상황에서 패트리엇 PAC-3의 품질을 어떻게 장담할 수 있느냐고 묻자, 이 관계자는 "PAC-3을 수입한 나라들에 대해서는 미국이 매년 무작위로 차출해 미국에서 보증 테스트를 한다"며 "우리나라에서 보유한 탄도 2025년 정도엔 차출될 예정이고, 올해도 운용국 중 한 곳의 PAC-3 탄이 차출돼서 본토에서 문제가 없다는 것을 모든 운용국이 지켜보는 가운데 확인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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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redpoin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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