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해외기관과 협업…‘생존 필수’ 현지 네트워크 구축

서울앤 2022. 11. 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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⑪ 디캠프, 동남아에서 ‘금맥’ 캐는 한국 스타트업 지원

[서울&] [‘디캠프’에서 본 성공 스타트업]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는 해외에서 더 많은 성공 사례가 나올 수 있도록 지난달 싱가포르 ‘정보통신 미디어 개발청’(IMDA)과 의향서(MOI)에 서명했다. 사진은 협약식 현장 모습.

탄탄한 소비력과 완화된 규제에 끌려

해외 진출 엿보는 스타트업 최근 늘고

인구 6.6억 ‘큰 시장 동남아’ 인기 높아

전시회 참여 등 단기 접근 벗어날 필요

디캠프, 공고한 해외 거점 마련 ‘성과’

싱가포르 정부 부처와 의향서 체결

홍콩 투자자들과 비즈니스 교류 예정

“시장 탐색비 절감, 해외고객 유치 지원”

은행권청년창업재단 김광수 이사장(맨 왼쪽)이 ‘80RR 핀테크허브’를 방문해 루벤림 COO의 설명을 듣고 있다.

해외 시장으로 진출할 기회를 엿보는 호기로운 스타트업이 근래에 늘었다. 탄탄한 소비력이 뒷받침되는 시장에 대한 갈망도 있겠지만, 국내의 촘촘한 규제와 치열한 경쟁을 벗어나고 싶은 이유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발간한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21>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창업자 164명 가운데 149명(90.9%)이 해외 진출을 생각 중이라고 답했다. 선호하는 국가는 미국(39%)과 동남아시아(25.6%)가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14억2천만 명)과 일본(1억3천만 명)을 제쳤다. 동남아시아는 인구 6.6억 명의 큰 시장이다. 이 중 70%인 4억 명이 인터넷에 연결돼 있고 중간 연령은 30살이다. 즉 모바일 경제권에 들어온 30살 전후의 인구가 4억 명인 셈이다.

사람이 몰리는 곳에 돈이 몰리는 건 동서고금의 진리다. 동남아시아는 젊은 인구의 증가와 구매력, 그리고 꾸준한 경제성장률로 수많은 벤처캐피털과 스타트업을 모으고 있다. 싱가포르 센토벤처스가 발행한 2021년 투자 리포트는 전세계가 코로나19로 시름시름 앓을 때 동남아시아 스타트업들은 942건의 투자를 성사시키면서 미화 142억달러, 우리나라 돈 약 20조원에 이르는 투자금을 유치했다고 밝혔다.

임재원 고피자 대표가 싱가포르 현지 중견 외식기업 ‘찹스틱스그룹’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2023년까지 20개 매장을 추가 오픈하기로 확정했다.

동남아 시장 진출 교두보, 싱가포르

인구 600만 명의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는 오래전부터 기업 친화적인 정책과 환경으로 명성을 쌓았다. 법인세율이 17%로 한국 25%보다 낮고 정부의 다양한 세금 환급제도를 이용하면 실제 내는 세금은 이보다 낮다. 신규 설립시 첫 3년간은 10만싱가포르달러의 수익에 대해 ‘75% 법인세 면세 혜택’도 주어진다. 이 때문에 9천여 개의 다국적 기업이 싱가포르에 적을 두고 있고 기업가치 1조원을 넘는 유니콘 기업도 12개나 있다.

투자 자금도 넘쳐난다. 수년간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동남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스타트업의 투자 규모가 꾸준히 증가했는데 세계적 회계법인인 케이피엠지(KPMG)와 영국 최대 금융기관인 에이치에스비시(HSBC)에서 낸 ‘이머징 자이언츠 인 아시아퍼시픽’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싱가포르 스타트업이 유치한 투자 금액은 미화 80억달러다. 이는 지난해 국내 스타트업이 유치한 12조원과 맞먹는 규모다.

그렇다고 싱가포르가 장밋빛 전망만 가득한 엘도라도는 아니다. 최근 250억원 규모 시리즈C 투자 유치에 성공한 고피자 임재원 대표는 경쟁도 경쟁이지만 한국보다 2배 이상 비싼 물가(부동산, 인테리어 비용 등) 때문에 초기 정착 비용에 많은 출혈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작은 공유 주방에서 사업을 시작했는데도 운영 비용 부담이 컸고 브랜드 인지도가 없다 보니 배달 전용으로 살아남기 어려웠다. 결국 월세 부담이 덜한 초소형 푸드코트에 매장을 재오픈했는데 단골을 조금씩 확보하면서 사세 확장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고피자의 이런 순항에는 현지에서 고용한 지사장의 역할이 중요했다. 임 대표는 “해외에서 1~2년 체류한다고 해서 상권·위생·세무·노무·물류·식문화·인맥 등 종합적인 역량을 갖춘 경쟁자를 따라갈 수 없다. 현지에서 성공 경험을 쌓은 경력자를 수소문해 찾았고 자율 경영을 보장하면서 열심히 백업했는데 이 전략이 통했다”고 말했다.

고피자는 피자 제작용 오븐 ‘고븐’을 제작하고 인공지능 스마트 토핑 테이블, 피자 제작 로봇 ‘고봇 스테이션’을 만든 스타트업이다. 전체 매출의 40%가 싱가포르·인도·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하며, 올해 80억원의 매출을 예상한다. 내년에는 해외에서만 200억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고피자는 현재 싱가포르 피자 브랜드 상위 5위 안에 입성해 있다.

베트남 유니콘 기업 MoMo 사장단과 베트남 디지털 연구회가 방한해 인포플러스 임원진과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엠제트(MZ)세대가 가장 많은 나라 베트남

1억 명에 육박하는 인구의 60% 이상이 15~34살인 베트남은 연평균 7%를 웃도는 꾸준한 경제성장률을 자랑한다. 이런 성장 배경에는 양질의 정보통신(IT)/소프트웨어 인력이 많고 IT 친화적인 토양이 잘 갖춰져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베트남의 3800여 개 스타트업 가운데 11개 스타트업이 1억달러 이상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의 은행 계좌 보유율은 30%로 말레이시아(85%), 타이(81%), 인도네시아(49%)에 비해 턱없이 낮다. 그래서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에는 진입이 쉽지 않은 나라다.

이런 베트남에서 2018년에 창업한 국내 스타트업 인포플러스(대표 김민호)가 최근 60억 규모의 시리즈 A를 유치해 눈길을 끈다. 베트남 정부가 2030년까지 전 국민 은행계좌 보유율을 90%로 끌어올린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한 데서 사업 기회를 포착했다. 인포플러스는 현재 4200여 개 금융기관을 잇는 금융 공동망을 설치해 개인 인증 한 번으로 금융기관, 공공기관에 흩어진 자신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스크래핑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올해만 매출 120억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광일 인포플러스 본부장은 베트남 진출에는 무엇보다 인내와 선행 투자 유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베트남 현지 은행과 서비스 계약을 진행하는 데 만 2년이 걸렸다. 이 인내의 시간은 결국 비용인데 이 시간을 버티기 위해 2021년에 투자금을 유치해야만 했다. 설령 기회비용을 마련했다 하더라도 상황이 계획대로 흘러가는 건 아니니, 동남아 진출 계획이 있는 기업이라면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가짐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디캠프가 해외 진출에 성공한 선배 기업들의 노하우나 경험을 공유해 기회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지난 10월25~28일 열린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글로벌 스타트업 행사인 ‘스위치 2022’ 현장 부스 모습. 디캠프는 현지 벤처투자자와 스타트업 네트워킹을 위해서 행사에 참여했다.

디캠프에 잇단 러브콜 보내는 동남아시아 정부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는 해외에서 더 많은 성공 사례가 나올 수 있도록 지난달 싱가포르 ‘정보통신 미디어 개발청’(IMDA)과 의향서(MOI)에 서명했다. 싱가포르 정부 부처가 해외 민간 기관과 협약을 맺은 건 매우 드문 사례로 꼽힌다. 2018년 디캠프가 싱가포르 핀테크협회(SFA)와 양해각서를 맺고 핀테크 스타트업 발굴을 위해 적극 교류해온 것이 열매를 맺은 셈이다. 디캠프는 싱가포르 시내 중심가에 있는 ‘80RR 핀테크허브’에 거점을 둠과 동시에 연구기관, 액셀러레이터, 스타트업 등이 한데 모여 있는 ‘픽셀’에도 한국 스타트업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80RR 핀테크허브는 부동산 투자 개발회사인 홍릉그룹과 싱가포르 핀테크협회가 만든 스타트업 입주 공간이다. 현재 스타트업과 지원기관을 포함해 총 50여개 사가 입주해 있다.

디캠프는 스타트업이 해외 진출 사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외 출장, 시장 테스트, 현지 정착 등 전 단계에 걸쳐 스타트업이 필요로 하는 자원을 찾아 연결하는 ‘컨시어지 서비스’도 지원하고 있다. 오는 10일에는 홍콩무역발전국 초청으로 ‘아시아 서밋 온 글로벌 헬스’에 국내 헬스케어 6개 기업을 데리고 커뮤니티 파트너 자격으로 참가한다. 잠재적 투자자와 홍콩 스타트업들과의 비즈니스 교류를 진행할 계획이다.

홍콩은 코로나19 이후 건강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증가해 원격 진료와 관련 규제에 다소 관대한 편이다. 특히 휴대가 간편한 바이러스 진단기기와 건강관리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향후 유망한 상품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에 더없이 좋은 테스트베드인 셈이다.

김영덕 디캠프 상임이사는 “스타트업이 해외 시장에 단독으로 진출하려면 극복해야 하는 난관이 많지만, 글로벌 해외기관·기업과의 협업으로 레퍼런스를 쌓으면 시장 탐색 비용을 줄이고 해외고객 유치에 더욱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며 “쇼케이스나 전시회 참여로 단기적인 성과에 집중하기보다 투자자와 현지 스타트업과의 실질적인 접점을 만들고 생존에 필요한 현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우리가 가장 잘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장신희 디캠프 커뮤니케이션팀장, 사진 디캠프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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