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미 기준금리 연쇄 대폭 인상, 위기심화 우려에 적극 대응해야
(서울=연합뉴스) 미국이 기준금리를 또다시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성명을 내고 이같이 발표했다. 가파른 금리 인상에도 인플레이션 현상이 지속하자 4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이라는 초유의 조처를 했다. 이에 따라 현재 3.00∼3.25%인 미국 기준금리는 3.75∼4.00%로 상승했다. 이로 인해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1.00%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더욱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 중단 고려는 "매우 시기상조"라거나, "최종금리 수준은 지난번 예상한 것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하는 등 시장의 기대와 달리 매파적인 메시지를 내놨다. 파월의 이런 언급은 내년 기준금리가 9월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나타낸 도표)에서 제시된 4.6%를 넘어 5%에 육박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여겨졌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 등과 회의를 열어 미 FOMC 회의 결과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진단하며 높은 경계감을 가지고 대응해나가기로 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에 저성장의 복합 위기를 겪는 우리 경제에 또다시 악재가 겹치는 형국이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과 파월 의장의 언급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가 아닌 0.5%포인트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9.21(2020=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5.7% 올라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여기에 한미 기준금리 격차 확대로 외국인 자금이 증시·채권 시장에서 기조적으로 빠져나가거나 9월과 같은 급격한 원화 절하(가치 하락)가 다시 나타날 경우 금통위가 10월에 이어 다시 빅 스텝을 밟을 수 있다는 예측도 더해진다. 아울러 미국 연준과 마찬가지로 내년 상반기까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행진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연준이 계속해 강도 높은 긴축 기조를 굽히지 않으면서 달러-원 환율이 하락 안정화할 것이란 시장의 기대는 한풀 꺾인 모습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1,400원대 고환율이 이어질 것이란 예측도 곁들여진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이 고환율·고물가·고금리 3중고를 더욱 심화시키는 양상이다. 문제는 이런 양상이 우리 경제의 하방 압력을 더욱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생산, 소비, 투자가 일제히 줄어 두 달 만에 '트리플 감소'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뉴스로 파악한 우리 국민의 경제심리는 코로나19 확산 초기 이후 가장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한국의 무역수지가 4월부터 7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가는 등 수출도 둔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 경제가 안팎으로 위기에 부닥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산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국내외 투자·소비 심리 위축과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자금난을 겪는 상황에서 자금시장 불안까지 겹친 탓이다. 더욱이 레고랜드 사태에 이어 흥국생명이 오는 9일로 예정된 5억 달러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콜옵션(중도상환)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면서 자금시장 부담을 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정부가 선제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특히 기업의 자금사정 악화가 우려되는 만큼 유동성 지원을 위한 컨틴전시 플랜을 사전에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와 함께 저소득층, 청년층 가구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방안도 긴요하다고 제안한다. 안팎으로 밀려드는 악재 속에 당국의 면밀하고 적극적인 대처가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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