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확보 '난항' 흥국생명…자회사형 GA 설립도 흔들?

류정현 기자 2022. 11. 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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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본사. (자료: 흥국생명)]

흥국생명이 예정돼있던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채권을 다시 사들이기 위해 자금을 조달했어야 하는데 현재로선 여의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9년 우리은행 사례 이후 약 13년 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이처럼 자금상황이 나빠지자 여러 사업에도 빨간 불이 켜졌습니다. 특히 지난 2018년 이후 재도전에 나선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 설립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13년 만에 재등장한 '콜옵션' 미행사…흥국생명發 유동성 위기?
흥국생명은 지난 1일 5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에 대해 조기상환을 진행하지 않기로, 즉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영구채는 주식처럼 만기가 없거나 매우 길고, 채권처럼 매년 일정한 이자나 배당을 주는 자본성증권입니다. 이 증권은 채권임에도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자본 확충해야 하는 기업들이 종종 사용하는 수단입니다.
 

기업들은 이 채권에 대해 관례상 5년 안에 콜옵션을 행사해 이 채권을 되삽니다. 이를 통해 채권 투자자들은 차익을 실현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이 되사는 절차를 흥국생명이 이번에는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이유는 채권을 되살 자금을 마련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흥국생명은 지난 9월 이사회를 열고 콜옵션 행사에 필요한 자금을 구하기 위해 또 다른 외화 영구채 발행을 추진했습니다. 되사야 하는 금액 전체 5억달러 가운데 3억달러는 외화 영구채로, 나머지는 국내 후순위채로 조달한다는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금리인상과 경기침체 우려 등 글로벌 시장이 나빠지며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고 흥국생명은 이에 따라 조기상환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새로 채권을 발행하지 않고 조기상환에 나서면 지급여력(RBC)비율이 당국 기준인 150% 아래로 내려갈 수도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당장 흥국생명의 경영 자체에 큰 문제가 생긴 건 아닙니다. 조기상환을 하지 않겠다는 게 디폴트를 의미하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상용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결정이) 굉장히 이례적이긴 하지만 기업의 펀더멘탈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자본 확충은 당분간 어려워지겠지만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자본건전성 지표 계속 '우하향'…GA형 자회사 설립 '불투명'
하지만 보험사의 자본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인 RBC비율에 문제가 드러난 만큼 다른 사업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중에서도 흥국생명의 자회사형 GA 설립이 어려움을 겪게 됐습니다.

GA란 보험 상품 판매를 전담하는 전문대리점을 말합니다. 이걸 보험사가 자회사로 세우게 되면 보험사는 상품 설계와 자산운용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GA가 자사 상품 외에 여러 상품을 유통할 수 있다는 것도 유리한 측면입니다.

흥국생명은 지난 9월 금융감독원에 자회사형 GA 설립 인가 신청을 냈습니다. 지난 2018년 유동성 비율을 문제로 한 차례 실패한 이후 4년 만에 다시 도전하는 겁니다.

보험업 감독규정상 자회사를 세우려는 보험회사는 RBC비율과 유동성 비율이 각각 150%, 100%를 넘겨야 합니다. 자회사를 세우기 위해 들어가는 자금을 모두 빼고 계산했을 때 수치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상황이 그리 밝지 않은 상황입니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흥국생명의 RBC비율은 157.9%, 유동성 비율은 103%입니다. 모두 당국 기준치를 간신히 넘긴 수준입니다.

내림세가 지속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RBC비율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으로 163.2%였는데 지난 6개월 사이 5.3%포인트 내려앉았습니다. 유동성 비율도 같은 기간 20%포인트 빠졌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RBC비율이 곧 다른 지표로 대체된다고 하더라도 현재 활용되고 있는 단계에서는 준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자본시장 상황이 어려워져 대부분의 보험사가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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