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서울 오피스 시장에 대한 회고[마스턴 유 박사의 論]

2022. 11. 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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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FO In sight]
유명한 마스턴투자운용 R&S실장·도시공학박사
이 기사는 11월 02일 17:0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08년 9월 15일 뉴욕 시간 새벽 2시, 리먼 브라더스가 미국 연방법원에 파산신청을 했다. 익히 잘 알고 있는 것처럼 2007년부터 불거진 미국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 영향이었다. 먼 미국 땅에서 들려온 소식은 우리나라 오피스 시장에도 상당히 큰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서울 오피스 시장의 공실률은 자연공실률보다 월등히 낮은 1.0%(샘스, 2008년 1월 CBD 0.5%, GBD 1.0%, YBD 0.9%)에 불과했으며, 임대료 상승률은 월간 1.2%(2008년 1월 대비 2월 상승률)에 달했다. 오피스 임차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오피스 대란이었던 시기였다보니, 당시 한 신문기사에는 3.3㎡당 환산임대료가 3~4년 이내 20만원까지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는 인터뷰도 있었다. 

이렇다 보니 오피스 거래 또한 크게 늘어 2008년 한 해 동안 4조8224억원이 거래돼 전년 대비 29.5% 성장했었다. 이때 거래됐던 오피스들을 살펴보면, 삼화빌딩(현 골든타워, 2450억원, 20,008천원/3.3㎡), 한솔빌딩(현 아크플레이스, 4290억원, 22,601천원/3.3㎡), 한화투자증권빌딩(현 한화손해보험빌딩, 3201억원, 17,743천원/3.3㎡), 한화금융센터(현 한화손해보험빌딩, 2850억원, 18,839천원/3.3㎡) 등이 있었다. 각 권역별 3.3㎡당 거래가격은 현재 시점의 절반 수준이지만, 당시에는 상당히 비싼 가격이었다.

이렇듯 뜨거웠던 오피스 시장은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기점으로 빠르게 식었다. 자연공실률보다 낮았던 공실률은 2009년 말 4%대로 상승했고, 오피스 거래량도 10.5% 감소한 4조3141억원에 그쳤다.

당시 오피스 거래시장에서 가장 큰 이슈는 극동빌딩(현 남산스퀘어)의 거래 무산이었다. 극동빌딩은 호주계 자산관리회사인 맥쿼리리얼에스테이트코리아에서 공모리츠(맥쿼리센트럴오피스기업구조조정부동산투자회사)를 통해 보유 중이었던 오피스로, 1978년 극동건설이 사옥 용도로 준공한 연면적 7만5252㎡에 달하는 초대형 오피스다. 

지금이야 서울 곳곳에 초대형 오피스가 많이 공급됐지만, 2008년 당시만 해도 극동빌딩보다 큰 오피스는 강남파이낸스타워, 63빌딩, 대우센터(현 서울스퀘어) 등 37개 동에 불과했다. 주요 권역으로 좁히면 32개 동밖에 없었다. 아울러 2007년 대수선 공사를 마쳤기 때문에 30년 된 오피스임에도 나름 랜드마크 오피스라고 평가할 수 있는 자산이었다. 당연히 매물로 나온 극동빌딩의 매도 호가는 4000억원에 달했다.

맥쿼리리얼에스테이트코리아는 2008년 7월 매각을 진행하면서 1순위 우선협상자로 코람코자산신탁과 STX컨소시엄, 차순위로 지이자산관리코리아와 국민연금관리공단을 선정했었다. 코람코-STX 컨소시엄은 당시 3800억원 수준에서 매입을 진행했지만 인수를 포기했고, 이후 차순위 지이-국민연금 컨소시엄이 3250억원에 극동빌딩을 인수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출자를 약속했던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철회로 매매계약이 해제되면서 리츠의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하기도 했고, 일부 투자자였던 엔데버 등은 주식매수대금 청구소송을 하기도 했다. 

두 번의 매각 실패 후 각종 신문기사를 통해 2800억원 수준까지 가치가 떨어졌다고 알려진 극동빌딩은 1년 후인 2009년 8월 1년 전 매수 희망자였던 지이자산관리코리아에게 3100억원에 매각됐다. 지이자산관리코리아가 처음 매입하려고 했던 3250억원보다는 4.6% 낮은 금액이었지만, 매각 실패 후 시장 호가였던 2800억 보다는 10.7% 높은 금액이었다. 

그렇다면 극동빌딩은 과연 결과적으로 실패한 투자라고 할 수 있을까?

극동빌딩은 운영기간 동안 양호한 배당 수익률을 투자자에게 안겨준 것으로 알려졌으며, 실제 첫 배당의 경우에도 예상 배당률을 1.55%p 초과하는 8.3%(연 환산)를 기록했다. 아울러 매각차익에 있어서도 최초 매각 추진 가격이었던 3800억원 대비 700억원 낮은 가격에 매각하긴 했으나, 매입가격(1584억원)보다 무려 1516억원 높은 가격에 매각했다.

결과적으로 극동빌딩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상당히 좋은 기억의 투자 사례였다고 볼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이 지난 올해, 서울 오피스 시장에는 극동빌딩과 비슷한 사례가 지난 9월 발생했다. 1년 여간 매각이 진행됐던 IFC의 매각이 최종 결렬된 것이다. 

IFC는 AIG글로벌 부동산 그룹이 서울시에서 소유하고 있던 옛 중소기업전시장 부지를 99년간 장기 임차하여 개발한 복합 상업 용도의 건물이다. 3개 동의 오피스 중 one IFC가 2011년 먼저 준공되고 나머지 오피스와 호텔, 쇼핑몰이 1년 후에 준공됐다. 이후 2016년 브룩필드는 AIG로부터 2조6584억원에 IFC를 매입했다.

이번 매각과정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최초 우선협상자가 되었을 때의 가격은 총 4조4000억원이었으며, 시장상황 변화 등에 따라 4조1000억원까지 가격이 조정됐지만 최종적으로는 거래가 결렬됐다. 

IFC 매각이 성공하지 못한 데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최근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는 금리와 대주 모집 난항 등이 주요 원인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젠스타메이트에 따르면, 3분기 기준 서울 오피스 공실률은 3.1%로 전분기 대비 0.6%p 하락했으며, 임대료는 1.3% 오른 8만2622원이라고 한다. 급격히 하락하고 있는 공실률과 실질임대료의 급격한 상승 등을 고려했을 때, 현재 서울 오피스 시장의 펀더멘털은 상당히 견조하다고 얘기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오피스 시장은 견조한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높아진 금리, 급격한 유동성 축소 등 외부 영향으로 인한 자산시장의 불확실성 때문에 글로벌 위기 때의 오피스 시장과 상당히 오버랩되고 있다. 

요즘 다수의 업계 관계자들이 어렵고 힘든 시기에 진입했음을 인지하고 있고, 또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 극동빌딩 사례에 비춰보아 현재의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하면 분명 머지않은 미래에 터널의 끝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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