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 가는 재생에너지 정책···‘태양광’ 지원 줄이고 ‘의무공급제’ 폐지 검토

박상영 기자 2022. 11. 3.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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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농형 태양광 시범 농가에서 벼를 재배 중인 김태영씨가 26일 경기 파주시 적성면에 태양광 판낼이 설치된 논에서 콤바인을 이용해 벼를 수확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그동안 빠르게 성장했던 태양광 산업에 제동이 걸렸다. 정부는 그동안 재생에너지 정책이 태양광 발전의 빠른 보급에만 초점을 맞췄다고 보고 각종 지원을 줄이기로 했다. 발전 사업자가 일정 비율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도 폐지를 검토한다. 이번 정책으로 재생에너지 산업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일 천영길 에너지산업실장 주재로 신재생에너지정책심의회 1차 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에너지 환경 변화에 따른 재생에너지 정책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번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그동안 재생에너지 정책이 보급 속도에만 치중한 결과, 소규모 태양광만 난립해 주민 반발과 전력수급에 부담만 가중됐다고 지적했다. 이재식 산업부 재생에너지정책과장은 “그동안 소규모 태양광 위주로 보급되다 보니 전력수급 안정성과 비용 측면에서 비효율적이었다”며 “보급지원 예산 사업은 급격히 확대됐지만 미흡한 사업관리로 부정수급 문제도 발생했다”고 말했다.

소규모 태양광 사업자 수익성 낮아져···재생에너지 보급 걸림돌

이번 방안은 태양광 사업자에 대한 지원은 줄이는 데 방점을 뒀다. 우선, 소규모 태양광 발전 사업자에게 유리한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줄이기로 했다. 그동안 탄소를 줄이려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REC 판매를 통해 이익을 거뒀던 소규모 태양광발전 사업자는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규모 설비가 높은 가격에 낙찰되도록 구분된 입찰 시장도 설비 규모와 관계없이 비용이 낮은 설비부터 낙찰될 수 있도록 바뀐다. 협동조합 등 태양광 사업자에는 경쟁 없이 20년간 고정가 계약 체결을 가능하도록 하는 소형태양광 고정가격계약(한국형 FIT) 사업도 내년 7월 일몰을 앞두고 제도 연장 여부를 검토한다. 권경락 플랜 1.5 공동대표는 “연평균 4GW(기가와트) 수준의 신규 태양광 중 약 80%가 1MW(메가와트) 이하인 현실에서 이러한 정책이 추진된다면 재생에너지 보급 촉진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국고 보조금과 관련된 태양광 사업 비리 점검을 전국으로 확대한다. 농지·일반부지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경우 융자 지원을 줄여 공장·창고 지붕 등 유휴부지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한다.

풍력은 발전사업자 간 경쟁을 촉진하도록 입찰 시장 도입을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경매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태양광과 풍력 발전 비율을 지난해 기준, 87대 13에서 2030년에는 60대 40로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탐라해상풍력 일출. / 권도현 기자
발전사업자 재생에너지 의무공급 폐지 검토

정부는 재생에너지 의무공급비율(RPS)도 점차 줄여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RPS는 한국수력원자력이나 SK E&S 등 일정 규모 이상 발전설비를 보유한 사업자가 총 발전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로, 정부는 매년 그 비율을 점진적으로 늘려왔다.

이번 방안으로 재생에너지 산업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홍종호 서울대 교수는 “재생에너지 산업이 자립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데도 이를 중단한다면 존립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정부가 올 8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서 제시한 재생에너지 비중 21.6% 달성도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가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시장에 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신뢰감을 줘야 하는데 오히려 불확실성만 키우고 있다”며 “재생에너지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이행계획도 나와야 하는 시점이지만 아직도 가이드라인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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