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한은의 보폭은···물가냐 경기냐 ‘정책 딜레마’에 고심 깊어질듯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네 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번에 0.75%포인트 금리인상)을 밟으면서, 11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보폭에도 관심이 쏠리게 됐다. 금통위의 금리인상 자체는 기정사실화한 가운데 금통위가 최근 경기둔화·시장 경색 등을 감안해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인상)으로 보폭을 줄일지, 한·미 금리차와 고물가에 대응해 세 번째 빅 스텝(0.5%포인트 인상)에 나설 것인지 시장에서도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2일(현지시간) 연준이 정책(기준)금리를 연 3.75∼4.00%로 인상하면서 한·미의 금리 격차는 미국 금리 상단 기준으로 1.00%포인트로 확대됐다. 양국의 금리 격차 확대는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국내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 하락을 자극해 결국 물가 상승을 일으키는 요인이다. 한은으로서는 한·미 금리차 확대가 금융·실물 전반에 미칠 영향을 민감하게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단 금통위가 11월에도 최소 0.2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에는 이견이 없다. 무엇보다 국내 소비자물가가 5%대 중후반에서 내려오지 않는 만큼 긴축 기조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시장에서는 이달 금통위의 베이비 스텝 쪽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일각에선 빅 스텝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연준이나 한은이나 향후 경로상 불확실성이 높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2일 두 번째 빅 스텝을 결정한 뒤 “금통위원들이 인상 기조는 이어가되 11월 인상 폭에 대해서는 여러 요인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라며 구체적 포워드가이던스(사전예고 지침)를 자제하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달 금통위 내에서는 두명의 금통위원이 0.25%포인트 인상이 적절하다는 소수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일단 베이비 스텝을 예상하는 쪽은 주로 무역 적자 등 지표상 뚜렷한 성장 둔화와 가계·기업의 이자 부담 등을 근거로 든다. 최근 채권 시장 등의 자금 경색도 근본적으로 너무 빠른 금리 인상의 파급효과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0.25%포인트 인상을 주장한 한 금통위원은 “현재의 국내 물가여건에 대응한 과도한 금리인상은 단기적으로는 물가안정에 주는 효과가 제한적이면서 중기적으로 대외 리스크 요인과 맞물려 성장경로의 추가적인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10월 소비자물가 지표에서 뚜렷하게 물가 정점 통과가 확인되지 않은데다, 한미 기준금리 격차 확대로 외국인 자금이 증시·채권 시장에서 기조적으로 빠져나가거나 9월과 같은 급격한 원화약세(원·달러환율 상승)가 다시 나타날 경우 금통위가 10월에 이어 다시 빅 스텝을 밟을 가능성도 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전날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열어놓지만, 여전히 기본 시나리오는 0.5%포인트 인상으로 아직까지 다수의 금통위원들은 물가의 상방 압력을 더 높게 보고 있기 때문”이라며 “다만 오는 24일 금통위에서는 내부 의견이 절반으로 나뉘면서 한은 총재가 금리인상폭을 결정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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