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늦장보고' 이유 묻는 질문에 돌아온 '밀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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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후 5시쯤 정부서울청사 12층 중회의실 앞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기다리던 대여섯 명의 기자들이 있었다.
당일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이 장관이 '늦장보고'를 받았고 심지어 대통령실보다 더디게 상황을 파악했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기에 기자들은 이에 대한 입장을 묻기 위해 장관을 기다렸다.
사전에 지시를 받고 동원된 것으로 보이는 행안부 직원 10여명은 장관을 향해 질문을 던지는 기자들을 밀어내고 끄집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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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원인 명확히 밝히는 것이 진정할 '위로'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지난 2일 오후 5시쯤 정부서울청사 12층 중회의실 앞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기다리던 대여섯 명의 기자들이 있었다. 당일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이 장관이 '늦장보고'를 받았고 심지어 대통령실보다 더디게 상황을 파악했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기에 기자들은 이에 대한 입장을 묻기 위해 장관을 기다렸다.
평소 자신의 소신을 명확히 밝혀왔던 이 장관이기에 기자들은 이번에도 그가 스스로 관련 내용을 해명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질문을 하는 기자들에게 돌아온 건 장관의 답변이 아닌 '밀침'이었다. 사전에 지시를 받고 동원된 것으로 보이는 행안부 직원 10여명은 장관을 향해 질문을 던지는 기자들을 밀어내고 끄집어냈다.
회의장에서 장관의 사무실까지 채 10m가 안되는 거리, 3m 정도 폭의 복도에서 행안부 직원들과 기자들이 뒤엉키면서 소란이 빚어졌다. 장관이 질문을 받지 않겠다는 사전 안내도 없었고, 일정이 바빠 응대를 할 시간이 없다는 설명도 없이 행안부 직원들은 다짜고짜 기자들을 밀쳐냈다.
취재 현장에서 취재원, 특히 고위공직자가 기자들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일은 늘 있었다. 많은 취재진이 몰리면서 취재원들과 뒤엉켜 소란스러운 상황이 빚어지는 것도 다반사다. 하지만 보통은 혼란이 예상되는 경우 사전에 관련 담당자가 기자들과 조율을 하거나 인원이 밀집되는 것을 막기 위한 안전 조치를 한다.
하지만 이날은 기자들이 2시간 넘게 회의실 밖에서 대기를 하고 있었음에도 전혀 그런 사전 조치가 없었다. 이 장관이 바로 전 회의실에서 논의했던 주제가 '다중 밀집 인파사고 예방 안전관리 대책'이었는데 무엇을 논의한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여러 재난 현장을 취재했다. 현장에서 피해 유족들을 만날 때마다 그들은 하나같이 '내 가족이 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원인을 제일 먼저 알고 싶다고 했다.
기자들이 장관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 마이크를 들이대는 것은 그를 괴롭히기 위해서가 아니다. 눈물로 가족들을 떠나보낸 이들, 그리고 그들의 아픔을 공감하는 국민들의 궁금증을 하나라도 더 풀고자 하는 것이다.
이미 정부의 보고체계 문제로 사고 대응이 늦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다수의 언론에서 제기되고 있다. 재난·안전을 총괄하는 행안부의 수장인 이 장관은 사고 발생 1시간여가 지나 대통령실보다도 늦게 보고를 받았다.
또 이 장관이 지휘규칙까지 신설하며 자신의 지휘권 하에 있다고 강조해온 경찰청장은 사고 발생 2시간 가까이 참사 사실을 보고 받지 못했다. 이렇게 보고가 늦어진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지연된 보고가 사고 수습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닌지 국민들은 궁금해하고 있다.
이 장관은 참사 이후 여러번 '유족을 위로하겠다'고 말했다. 유족과 국민들이 참사 원인과 관련해 품고 있는 의문점을 기자의 입으로 대신 묻는 것을 외면하고 직원들을 동원해 질문을 막는 것이 유족들을 위로하겠다는 자세인지 묻고 싶다.
potgu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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