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TPLF, 2년 만에 내전 중단 합의…남은 과제는?
에티오피아 정부가 북부 티그라이 반군인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TPLF)과 내전 2년 만에 군사적 적대행위를 중단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전쟁 기간 중앙정부에 의해 봉쇄된 티그라이 지역의 식량 등 인도주의 위기 해결을 위한 길이 열렸다. 다만 내전의 근본 원인인 민족 갈등, 전쟁범죄 처벌 등에 따른 논란이 당분간 이어지면서 평화체제 안착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전 나이지리아 대통령인 올루세군 오바산조 아프리카연합(AU) 특사는 2일(현지시간) 에티오피아 정부와 티그라이 지역 당국이 적대행위 중단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지난달 25일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 행정수도 프레토리아에서 AU의 중재 아래 평화협상을 벌였다.
AP통신이 입수한 합의문 초안에 따르면 TPLF는 휴전협정 서명 후 30일 이내에 무장을 해제하고, 중앙정부는 공항과 고속도로 등 주요 인프라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는다. 중앙정부는 티그라이 지역에서 통신·교통·은행 서비스를 다시 제공하고, 이 지역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지원이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보장하기로 했다.
오바산조 AU 특사는 이번 휴전 합의는 아프리카의 문제를 아프리카인 스스로 해결하는 과정이었다고 평가했다. 그간 내전은 티그라이는 물론 주변 지역인 암하라·아파르주까지 번지며 최대 50만명이 숨지고 200만명 이상이 피란을 간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내전은 에티오피아 정계를 장악했던 티그라이족이 2018년 아비 아머드 총리의 집권 이후 권력에서 소외되면서 발생했다. 티그라이족은 전체 인구 중 6%로 주요 민족 중 비율이 가장 작지만 19세기 말 이래 지배민족으로 정부 요직을 장악해왔다. 최대 민족 오로모족과 암하라족, 소말리족과의 갈등은 끊이지 않았다. 2018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당시 하일레마리암 데살렌 총리가 하야하고, 오로모족 출신의 아비 총리가 취임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이후에도 민족 간 갈등은 끊이지 않았다. 특히 아비 총리가 티그라이족의 숙적이자 과거 에티오피아와 전쟁까지 벌였던 에리트레아와 2020년 6월 휴전협정을 체결하면서 중앙정부와 티그라이 지방 정부의 관계는 확실히 틀어졌다. 그해 11월 TPLF가 중앙정부 군기지를 장악하면서 내전이 시작됐다. 에티오피아 정부가 내전에 에리트레아를 끌어들이면서 양측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이번 협상을 중재한 우후루 케냐타 전 케냐 대통령은 “악마는 협정 이행 과정에서 나타날 것”이라면서 관건은 양측이 얼마나 적대행위 중단 절차를 잘 이행할 것이냐에 달려 있다고 평가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정부군을 도왔던 에리트레아는 평화협상에 참여하지 않아 이들까지 휴전협정을 이행할지는 분명치 않다. 에리트레아처럼 에티오피아 정부군을 도왔지만 이번 협상 과정에서 배제된 암하라 지역정부가 얼마나 협정 이행에 협조할지도 지켜봐야 한다.
전쟁범죄 처벌에 따른 논란도 위험요소로 꼽힌다. TPLF는 에리트레아군이 전쟁 기간 여성들을 상대로 집단성폭행을 저질렀으며, 협상 기간 중에도 민간인 살해와 약탈을 일삼았다고 주장한다. 에리트레아군의 전쟁범죄 여부에 대한 조사나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TPLF가 협정을 파기하는 근거로 작용할 수도 있다. 협정문 초안에 따르면 양측은 상대방에 적대적인 모든 외부세력과의 유착을 중단하기로 했다.
아프리카에서도 가장 심각한 식량위기를 겪고 있는 티그라이 지역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도주의 지원을 중앙정부가 얼마나 빨리, 어느 정도 수준까지 허용할 것인지도 지켜봐야 한다. 그간 중앙정부가 이 지역에 대한 통신과 운송연결을 차단하면서 질병, 기아로 사망하는 주민들은 급증했다. 유엔 인권기구들은 그간 에티오피아 정부가 시민들의 기아를 전쟁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체 주민의 약 90%에 식량원조가 필요하며, 지역 아동의 30%가 영양실조를 겪고 있다고 추산했다. 지역 의료진은 백신이나 인슐린 등 기본적인 약품이 부족해 숨지는 주민들이 많다며 신속한 인도주의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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