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북한, 무엇을 노리나?

2022. 11. 3.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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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칼럼] 한반도 군사 긴장 고조, '쌍중단' 필요한 때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wooksik@gmail.com)]
한미동맹과 북한 사이의 무력시위 공방전이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한미 양국은 이태원 참사에도 불구하고 10월 31일부터 한미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에 돌입했다.

이 훈련에는 한국 공군의 F-35A, F-15K, KF-16 등 140여대가, 미 공군의 F-35B와 F-16 등 100여대가 참가하고 있다. 연합공중훈련으로는 한미 군용기 270여대가 참가한 2017년 12월 이후 최대 규모이다.

'비질런트 스톰' 개시일에 맞춰 북한의 외무성은 훈련 중단을 강력히 촉구하면서 "보다 강화된 다음단계 조치들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훈련 이틀째인 11월 1일에는 박정천 조선노동당 비서가 더 강력한 경고를 내보냈다.

그는 훈련 중단을 거듭 촉구하면서 한미가 무력사용을 기도한다면, "북한의 특수한 수단들은 부과된 자기의 전략적 사명을 지체없이 실행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지금의 상황에서 이것을 단지 위협성 경고로 받아들인다면 그것부터가 큰 실수로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는 충고도 덧붙였다.

그리고 '비질런트 스톰'이 사흘째에 접어들면서 북한도 행동에 나섰다. 11월 2일에는 4차례에 걸쳐 25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이 가운데 한발은 울릉도 인근의 공해상으로 떨어졌다. 북한이 북방한계선(NLL) 이남의 남한 영해 인근으로 미사일을 쏜 것은 분단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또 동해의 해상완충구역을 향해 100여발의 포탄사격 훈련도 실시했는데, 이는 9.19 군사합의의 명백한 위반에 해당된다.

▲한미 공군이 지난달 31일부터 오는 4일까지 대규모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 훈련을 하고 있다고 1일 밝혔다. 사진은 '비질런트 스톰' 훈련에 참가한 한국 공군 F-35A 전투기가 청주기지 활주로를 이륙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실질적 영토침해 행위"라며 엄정 대응을 지시했다. 이 지시 직후 남한 공군은 F-15K와 KF-16을 출격시켜 슬램-ER 공대지미사일 2발과 스파이스 2000 유도폭탄 1발을 NLL 이북의 공해상으로 발사했다. 남한공군이 NLL 이북으로 미사일을 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위험천만한 무력시위 공방전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북한은 3일 오전에도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1발과 단거리 미사일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이 대목에서 달라진 북한을 거듭 확인할 수 있다. 과거의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에 반발하면서도 훈련 기간에는 군사적 맞대응을 자제했었다. 하지만 9월 중순 핵무력을 법제화한 이후에는 확연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9월말부터는 자신의 항의와 경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의 군사 행동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위험한 선택도 서슴지 않고 있다. 9.19 군사합의로 설정된 완충지역으로 포탄을 쏘거나 분단 이후 처음으로 미사일을 남한 측 공해상으로 탄착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북한의 담화와 군사 행동을 종합해보면 북한의 입장과 의도는 명확해졌다고 할 수 있다. 박정천은 "한반도는 이여의 지역에서처럼 미국의 군사적 허세가 마음대로 통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라고 했는데, 이는 핵무력 건설과 공세적인 핵 독트린 채택으로 '힘의 균형'을 이뤄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또 "미국과 남조선의 책임있는 자들은 저들의 체면관리가 중요한지 자국의 안전이 더 중요한지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무력충돌 위험을 수반하는 군사적 긴장고조를 감수하든지, 연합훈련을 중단하든지 양자택일하라는 메시지를 품고 있다.

즉, 북한의 의도는 무력시위를 통해 한미연합훈련을 중단시키겠다는 데에 있고, 이 과정에서 무력충돌 위험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여기에는 길게는 30년 전에, 짧게는 4년 전에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던 미국 대통령들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것에 대한 배신감이 강하게 똬리를 틀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힘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바를 달성하는 것은 난망해 보인다. 북한의 무력시위가 강해질수록 한미연합훈련도 강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윤 대통령은 "우리 사회와 한미동맹을 흔들어 보려는 북한의 어떠한 시도도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는데, 이는 더 강하게, 더 자주 연합훈련을 실시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군사학에 '긴장 완화를 위해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escalate to de-escalate)'라는 말이 있다. 한미동맹과 북한의 무력시위 공방전이 전형적인 사례이다. 한미동맹은 막강한 힘의 과시를 통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활동을 억제하려고 한다. 북한도 군사적 맞대응을 통해 한미연합훈련을 중단시키려고 한다. 하지만 실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더 심각한 긴장 고조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이제는 생각을 달리 해야 한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는 것은 누구도 바라는 바가 아닐 것이다. 한미동맹은 밤잠을 설치게 하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 북한 역시 최첨단 무기가 동원되는 한미연합훈련이 중단되길 바랄 것이다.

'치킨 게임'으로 치닫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반전시키려면 이러한 공통점에서 시작해야 한다. 힘으로 상대방을 제압하려는 무모하고도 위험한 시도를 중단하고 '쌍중단'을 도모할 때라는 것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wooksi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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