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애까지 나섰다…‘웃돈 요구’ 애타는 외국인 희생자 유족
배우 이영애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 외국인 희생자를 위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번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숨진 박율리아나씨의 부친 고려인 3세 박아르투르씨는 딸의 시신을 고향인 러시아로 운구하는 데 5000달러(약 709만원)이 필요해 구할 길이 막막하다고 지난 2일 호소했다. 러시아 사할린 출신으로 한국어가 서툰 박아르투르씨는 양로원에서 일을 하면서 생활이 넉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4일로 예정된 강원도 동해안에서 출발하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행 여객선을 타야 하는데 이번 티켓을 놓치면 1주일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러시아 항공편의 경우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항공편이 끊겨 배편으로 송환해야 한다.
안타까운 사연을 들은 이영애가 나섰다. 그는 이날 한국장애인복지재단에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국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율리아나씨와 가족을 지원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영애는 한국장애인복지재단 문화예술분야 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영애의 이번 기부는 소속사도 뒤늦게 인지했을 만큼 조용히 이뤄졌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 156명 중 외국인 희생자는 총 26명이다. 이란인 5명, 중국인 4명, 러시아인 4명, 미국과 일본인 각각 2명 그 외 프랑스, 호주,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베트남, 태국,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스리랑카 등 국적 희생자가 1명씩 나왔다.
반면 중앙재단안전대책본부의 2일 발표에 따르면 이날 기준 송환 절차가 완료된 외국인 희생자는 이란, 일본, 스리랑카, 우즈베키스탄 국적 희생자 등 7명에 불과하다.
외국인 희생자의 경우 본국 주한 대사관이 가족을 대행해 발인과 출국까지 장례 절차를 대행하고 있다.
YTN에 따르면 총 2명의 러시아 희생자의 경우 유족들이 본국으로 송환해 장례를 치르려 했지만, 일부 운송 대행업체들이 웃돈을 요구하면서 송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태국 국적 희생자는 유족들이 업체가 요구한 3500만원을 내기로 하면서 송환이 이뤄졌다.
운송 대행업체들이 정부가 지원하는 위로금과 장례비를 합친 금액으로 비용을 책정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 대사관의 경우 시신 운구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자국민을 위해 운구 비용을 직접 해결하기로 했다. 러시아 대사관은 시신 운구를 위해 필요한 서류를 최대한 빨리 발급하고 비용 등을 업체와 협의하기로 했다.
이영애가 직접 마음을 전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 박율리아나는 평소 한국 사랑이 극진했다. 그는 지난 7월 인스타그램에 “1년 전 한국어도,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른 채 한국으로 왔다. 그냥 한국에서 살고 싶었다”며 “이런 결정은 위험하고 즉흥적이었지만 지금 나는 내가 자랑스럽다”고 적었다.
박율리아나는 서울에 있는 러시아 학교에서 근무하며 유치원에서 영어를 가르쳐 왔다. 그는 연해주에서 홀로 지내는 모친이 걱정돼 러시아에 다시 돌아올 계획이었지만 이번 참사로 의식을 잃은 채 병원에 이송됐고 끝내 숨졌다.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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