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동안 강팀 근처도 못 간 LG, 감독 교체가 해답? [MK이슈]
LG 트윈스는 28년 간 강팀이었던 순간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강산이 몇 번이나 바뀌는 유구한 기간 동안 우승이란 성과를 내지 못한 팀을 응원하고 있는 이들은 위대한 팬들이다. 간절한 우승 숙원에 목마른 그 팬들이 올해 가을야구에서 시리즈 탈락이란 결과를 낸 감독 교체를 요구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홧김에’ 내리는 감독 교체 선택과 ‘뻔한’ 이름값의 구세대 인물들이 LG 우승의 마지막 퍼즐을 채울 해답이 될 수 있을지는 강한 의문이 남는다.
매 시즌 구단 안팎에 제기되는 정상적인 비판에는 귀를 닫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내집단 편향 속에 스스로가 만든 성에 갇힌 이들이 놓치면 안 될, 그리고 결정적으로 듣기 싫을 사실이 하나 있다. LG는 21세기 이후 단 한번도 최강팀 반열에 오른 적이 없었다는 진실이다.
일반적으로 KBO리그에서 강팀의 조건은 긴 호흡의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거나, 단기 가을야구의 정점인 한국시리즈에서 우승 트로피를 드는 것이다. 한국에선 후자 쪽 평가에 더 무게가 쏠리지만 전자의 조건을 완성하는 팀도 강팀으로 분류된다. 어쨌든 LG는 그 기준에서라면 1997년 통합 우승 이후 강팀의 근처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LG의 마지막 우승은 28년 전인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LG는 그해 통합 우승 이후엔 단 한 차례도 리그 우승을 차지한 적이 없다(2000년 승률 0.515로 매직리그 1위에 오른 사례 제외, 참고로 당시 드림리그 3위 삼성의 승률은 0.539였다).
올해도 LG는 SSG를 넘어 정규시즌 우승 트로피를 들지 못했다. 엄연히 2번째 단계의 우승 도전자의 입장에서 더 아래 단계의 팀 3위 키움 히어로즈에게 힘을 못 쓰고 패했다는 게 감독 교체의 유일하고 타당한 사유라면 실체 없는 ‘우승 청부사’를 찾는 게 가장 우선 과제일 수 있다.
그게 아니라 팀의 여러 체질이나 힘이 아직 우승에 이르지 못했다는 판단을 한다면 감독 교체를 포함해 다른 해답과 방법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다.
그런데 정작 그렇게 바쁘게 움직여야 할 시기에 LG는 ‘감독 교체설’로만 온갖 소문만 쏟아내고 있다. 2년간 정규시즌 승률 1위라는 성과와 함께 가을야구 진출을 이끈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존재하는 가운데 수많은 과거의 인사, 심지어 올해까지 라이벌 팀의 수장이었던 전직 감독도 차기 사령탑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수십 년의 기다림 속 우승이란 소망을 올해도 이루지 못한 화를 쏟아낼 대상을 찾는 일이라면 곤란하다. 선수단은 대체할 수 없기에 대신 쉽게 대체 가능한 하나의 희생양을 찾아, 다음의 희망을 품는 익숙했던 그 과정을 다시 반복하고 있다는 의심이 드는 것도 합리적인 의사 결정의 과정이 아니다.
역대 KS 우승팀 가운데 짧은 시기라도 리그를 제패하지 않은 채 기적적인 업셋으로 우승을 거둔 팀은 많지 않았다. 그렇다면 올해 LG가 KS 진출과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결과가 납득하지 못할 일인지에 대한 반문도 뒤따를 수 있다.
무엇보다 확실히 증명된 사실은 있다. KS 우승 확률을 높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는 것이란 점이다. 그 과정이 쉽지 않을 뿐, 가을야구에서 단 4승만 올리면 되는 한국의 KS 우승 방식은 페넌트레이스 우승팀에 매우 유리하게 설계 되어 있다.
그렇기에 LG의 현재 감독 교체 계획의 분명한 전제에는 ‘LG가 우승이 가능한 강팀이 됐다’는 믿음이 깔려 있어야 한다. 또 새 사령탑으로 염두에 둔 이들이 KS 우승의 마지막 퍼즐이라면, 아니더라도 앞으로 딱 맞는 퍼즐을 찾을 수 있다면 LG는 당연히 그 선택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LG의 현재가 과연 그 마지막 화룡점정 직전 밑그림을 모두 그린 단계의 팀일까. 혹시 LG는 지금 트로피 없이 트로피만 바라는 모순의 팀인 것은 아닐까.
LG가 1994년을 끝으로 우승이 없었던 이후 28년 간 SK, 삼성, 두산이 차례로 왕조시대를 열었다. 9구단 NC와 10구단 kt도 차례로 우승의 영광을 맛봤다. 하지만 LG는 최고의 시즌을 보냈던 이들의 영광의 순간을 단 한 번도 넘어선 적이 없다.
오히려 LG는 2000년대 이후 8개 구단 체제에서 오랜 기간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2002년 정규시즌을 4위로 마쳤지만 현대를 준PO, KIA를 PO에서 차례로 꺾는 파란을 보여주며 한국시리즈에 오른 것이 가장 최근 KS 진출 사례다. 그리고 또 20년이 흘렀다.
LG는 2003~2005년까지 3년 연속 6위로 떨어진데 이어 2006년(승률 0.385)과 2008년(승률 0.365) 각각 최하위, 2009년 7위에 그치며 암흑기를 보냈다.
그리고 2010년대 초반에도 3년간 5~7위를 오간 LG는 가을야구와 관련이 없는 대표적인 팀이 됐다. 당시만 해도 LG는 롯데와 함께 ‘두터운 팬심에도 불구하고 야구를 못하는 팀’의 상징이었다.
그랬던 LG는 2013년 2위로 재도약의 기지개를 켰다. 이후 2014년-2016년 4위에 오르며 다시 가을야구를 밟는 팀이 됐다. 하지만 성과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편차가 큰 전력으로 성공과 실패를 번갈아가면서 경험하는 양상도 보였다. 비교적 최근인 2015년 9위, 2017년 6위, 2018년 8위에 그치는 등 불과 5~7년 전만 하더라도 롤러코스터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2019년 이후로 범위를 한정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LG는 2019년부터 올해까지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4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다. 또 올해는 프랜차이즈 최다승(87승)과 9년 만의 PO 직행이란 성과를 냈다.
또한 LG는 2019년부터 올해까지 젊은 신예선수들이 점차 성장하면서 순조롭게 세대교체를 이뤄가고 있다. 현재 LG 선수단은 신구조화 잘되고 있고, 1군과 퓨처스 선수단의 경쟁력이 높은 대표적인 좋은 모델의 스쿼드와 뎁스의 깊이를 보여주고 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의 유대감이나 응집력도 그 어느해보다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가을야구만 놓고 보면 완벽한 실패다. PO 시리즈 전적은 1승 3패였지만 그 1차전 승리마저 키움의 실책 등 자멸로 얻은 승리였던 걸 고려하면 시리즈 완패를 당한 LG다. 정규시즌 최고의 활약을 했더 투타의 주요 선수들은 시리즈에서 부진하거나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전력이나 기세 모두 키움보다 우위가 아니었던 결과를 감독의 실패로 망친 시리즈로만 한정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중요한 건 류지현 감독의 재계약이냐 새 감독의 선임이냐의 선택지가 아닐 수 있다. LG에게 너무나 낯선 단어였던 우승을 위한 완벽한 전력을 갖추는 것, 그 모든 과정을 다시 꼼꼼하게 살피고 분주한 가을과 겨울을 보내 진지하게 내년 다시 우승에 도전하는 것이 LG의 숙원을 푸는 길이 아닐까.
세상에 있지도 않은 우승 청부사의 허상만 좇을 게 아니라.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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