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만 서러운 전액관리제, 실험은 끝났다

서울앤 2022. 11. 3.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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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택시가 마음껏 달리기 참 힘든 한 해다.

늘 어렵다는 법인택시 업계에 몸담고 있지만, 액화석유가스(LPG) 가격 40% 인상 등 더해가는 간난신고의 위기는 열심히 살아가려는 2만 법인 소속 택시 기사의 사기를 꺾고 있음을 현장에서 느낀다.

현업 법인택시 기사는 백이면 백 현재 전액관리제의 기준금액을 '사납금액'으로 인식한다.

2년 만에 약 1만 명의 법인택시 기사를 사라지게 한 원인에 바로 현장을 외면한 정부의 전액관리제가 있다고 강하게 쓴소리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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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용 대덕운수 법인택시 기사

[서울&]

서울 시내 한 택시회사 차고지에 주차된 법인택시들. 서울시 제공

올해도 택시가 마음껏 달리기 참 힘든 한 해다. 늘 어렵다는 법인택시 업계에 몸담고 있지만, 액화석유가스(LPG) 가격 40% 인상 등 더해가는 간난신고의 위기는 열심히 살아가려는 2만 법인 소속 택시 기사의 사기를 꺾고 있음을 현장에서 느낀다.

택시 요금 인상이 발표된 이후 약 4년간 눌렸던 시름을 이제야 한고비 넘겼다는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그러나 업계에는 남모를 고민이 남아 있다. 요금 인상으로 수입이 나아져야 하는데도 사실 우리 기사 입장에서는 납입금이라 불리는 사납금이 더 늘지 않을까 하는 현실적인 걱정이 앞선다. 이유는 바로 금액만 높아지고 4대 보험과 각종 세금으로 기사들의 피와 살을 두 번 깎아먹는 ‘전액관리제’ 때문이다.

도입 전부터 동료 기사들 사이에서 반대 목소리가 들끓었던 전액관리제에는 지금도 원망이 날 선 상태다. 전액관리제는 기사의 과로 방지와 월급제 도입이라는 취지를 갖고 2020년 시작됐지만 많은 법인택시 기사가 가장 없어지기를 기다리는 탁상행정이다. 과거 사납금제 시절에는 부담감이 있더라도 열심히 일하면 온전히 내 수입이라는 인식이 있어 더 나은 소득을 벌 수 있었다. 그러나 첨예한 설계 없이 시행된 이름뿐인 전액관리제는 기사의 수입을 감소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이자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은 몽마 같은 존재가 됐다.

현업 법인택시 기사는 백이면 백 현재 전액관리제의 기준금액을 ‘사납금액’으로 인식한다. 기본 납입액이 높아짐은 물론이고 추가 소득을 회사와 또 나누면서 공제 금액은 더 커지다보니 과거에는 열심히 하면 300만원 수준일 수 있었던 임금이 200만원 언저리로 깎여버렸다. 그렇다보니 일급을 묶어 월급제로 지급하는 것일 뿐이라는 인식이 팽배하고 노력과 반비례하게 소위 ‘까이는’ 금액만 높아 젊은 기사들은 빠르게 타업계로 이직해버리곤 한다. 이런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은 택시 기사가 떠난 원인을 코로나19로 꼽지만, 시기가 영향을 더했을 뿐 직접적인 원인은 소득 감소를 자초한 전액관리제에 있음은 변하지 않는다.

지금도 택배·배달과의 비교는 고사하고 아르바이트하는 것보다 못한 상황에서 매달 택시를 떠나는 동료가 늘어나는 실정이다. 만약 여건이 더 어려워진다면 그나마 업계를 지키는 동료가 점점 더 줄어들 것은 자명하다. 근 2년간 생활을 이어나갈 수 없을 정도로 고통을 받았음을 많은 국민이 알고 있는데도 여전히 전액관리제를 고집하는 국토교통부의 태도는 이해하기 힘들다.

따라서 법인택시 기사가 다시 운전대를 잡을 수 있도록 모든 개선책을 만들어주길 강구해본다. 더불어 누구나 회사에서 택시를 시작할 수 있도록, 그리고 택배나 배달처럼 열린 실적제로 소득을 가져갈 수 있도록 ‘택시 리스제’의 빠른 시행도 희망하고 있다.

타다나 우버 등 수단에 대한 유연성은 강조하면서 왜 택시 시장에 진입하려는 기사들의 근무 형태는 규제로만 막고 있는지 반문한다. 이미 운수업계는 배달이나 대리업계 호황이 끝물이라는 인식이 나오는 만큼 잠재적으로 법인택시 이직을 염두에 두는 사람도 생길 것으로 본다. 더군다나 직업이나 근무 시간에 대한 자율성이 더더욱 커진 현재, 젊은 기사가 유연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줘야 할 때다. 떠나간 기사들뿐만 아니라 젊은 연령대의 사람들이 택시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문을 열어야 한다.

다가오는 심야 택시 승차난을 예방할 방법은 기사들의 삶이 나아지는 것 외에는 없다. 택시를 하면서 생계를 이어나가고 가족을 부양할 수 있을 정도로는 수입이 돼야 한다. 2년 만에 약 1만 명의 법인택시 기사를 사라지게 한 원인에 바로 현장을 외면한 정부의 전액관리제가 있다고 강하게 쓴소리를 던진다.

김진용 ㅣ 대덕운수 법인택시 기사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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