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우소나루 "내 지지자들 시위 환영… 단, 도로는 막지 마"

김태훈 2022. 11. 3.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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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대선에서 경쟁자였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후보한테 진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이 선거 결과를 부정하며 주요 도로를 점거한 채 시위하는 지지자들에게 "그만 도로를 청소하라"고 당부해 눈길을 끈다.

지난달 30일 치러진 대선에서 보우소나루가 49.1% 득표율로 50.9%를 획득한 룰라한테 아깝게 패한 직후 보우소나루의 강성 지지자들 가운데 트럭 운전사들이 차량을 몰고 주요 고속도로로 진출한 뒤 그냥 세워버림으로써 통행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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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막은 트럭 운전자들에 '해산' 당부
"국민 피해는 안돼… 다른 형태로 시위하라"
일각선 쿠데타 요구하는 등 정국 '일촉즉발'

브라질 대선에서 경쟁자였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후보한테 진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이 선거 결과를 부정하며 주요 도로를 점거한 채 시위하는 지지자들에게 “그만 도로를 청소하라”고 당부해 눈길을 끈다. 그럼 대선 패배를 인정하고 승복했느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도로 점거는 국민에 끼치는 손해가 너무 크니 반(反)룰라 집회 개최 등 다른 더 좋은 방안을 찾으라는 얘기다.

보우소나루가 룰라 당선인에게 권력을 이양하겠다는 뜻은 밝혔으나 “승복한다”라는 말은 끝내 하지 않음으로써 내년 룰라의 대통령 취임 때까지 브라질 정국은 혼돈이 불가피해 보인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보우소나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동영상 메시지를 통해 도로 점거 시위대를 향해 “여러분이 화가 난 것을 안다. 나도 화가 난다”며 “하지만 우리는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난달 30일 치러진 대선에서 보우소나루가 49.1% 득표율로 50.9%를 획득한 룰라한테 아깝게 패한 직후 보우소나루의 강성 지지자들 가운데 트럭 운전사들이 차량을 몰고 주요 고속도로로 진출한 뒤 그냥 세워버림으로써 통행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도로 점거 시위가 사흘 넘게 이어지면서 식량과 연료 같은 생필품을 비롯한 각종 상품 운송이 커다란 차질을 빚고 있다.

보우소나루는 “도로를 폐쇄하는 것은 우리 헌법에 보장된 자유롭게 오고 갈 시민의 권리 행사를 방해한다”며 “나는 여러분에게 다른 시위 방법을 찾을 것을 호소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거지 등에 브라질 국기를 내걸거나 반룰라 구호를 외치는 다양한 집회 개최를 예로 들었다.

개표 결과가 나온 뒤 장시간 침묵했던 보우소나루는 40시간 넘게 지나서야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는고, 실제로 브라질 대법원은 “대통령이 선거 결과를 인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지난 2일(현지시간)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선 결과에 항의하며 대형 트럭으로 도로를 막아버린 모습. AFP연합뉴스
하지만 보우소나루는 여전히 당선인 룰라의 이름을 거론하거나 ‘승복’, ‘패배’ 같은 표현을 쓰지는 않고 있다. 브라질은 대선이 끝나면 패자가 승자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한다”고 인사하는 것이 오랜 정치 관행인데 보우소나루는 이 또한 무시했다. 여기에다 지지자들을 향해 “도로 점거만 빼고 다른 방식으로 분노를 표출하라”며 일종의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했으니 “사실상 대선 불복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보우소나루의 강성 지지자들 사이에선 “군대가 개입해 보우소나루가 계속 권좌에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일종의 쿠데타를 주문하는 과격한 목소리도 나오는 실정이다. 보우소나루의 임기는 연말 끝나고 룰라 당선인이 내년 1월1일 정식으로 대통령에 취임한다. 앞서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대통령을 지낸 바 있는 룰라는 현재 77세로 브라질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에 해당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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