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골목 폭 5→3.2m로 좁힌 '분홍색 가벽'…철거되나

전준우 기자 2022. 11. 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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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실외기 가리려고 설치…"불법 건축물은 아냐"
"건물 안전성 보강 위한 설치 아니라면 조치 취해야"
31일 오전 경찰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참사 현장 골목을 통제하고 있다. 2022.10.3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핼러윈 데이를 앞둔 지난달 29일 밤 벌어진 '이태원 참사'는 해밀톤호텔 옆 폭 5m의 경사진 골목이 3.2m로 좁아지며 156명이 사망하는 비극적인 압사 사고로 이어졌다.

해밀톤호텔이 측면부에 설치한 '분홍색 가벽'이 골목 폭이 좁아진 원인으로 꼽히며 강제 철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일 서울 용산구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분홍색 가벽'은 에어컨 실외기와 환기 시설을 가리기 위해 설치된 차폐시설이다.

건축법상 도로는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폭이 4m 이상 확보돼야 한다. 그런데 분홍색 가벽으로 인해 도로 폭이 3.2m로 좁아지며 병목현상이 심화됐다.

사고가 발생한 이태원동 119-3·6번지는 57년 전인 1965년8월 서울 한남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조성된 곳이다. 해밀톤호텔은 1970년 7월30일 준공된 건물로 당시 건축법상으로는 3m 이상 도로이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용산구에 따르면 '분홍색 가벽'은 해밀톤호텔이 '건축물의 설비 기준 등에 관한 규칙' 제23조 제3항과 2018년 '서울시 에어컨 실외기 설치 방법 개선 계획'에 따라 에어컨 실외기 등에서 내뿜는 열기와 소음이 보행자에게 직접 닿지 않도록 지붕 없이 설치됐다.

구는 정확한 가벽 설치 시점에 대해서는 "구에 신고하는 시설이 아니라 정확한 시점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하지만 위법 사항에 해당되지 않더라도 안그래도 좁은 골목이 해당 가벽으로 인해 더 좁아졌고, 343명에 달하는 인명피해(156명 사망·187명 부상)가 발생한 만큼 '분홍색 가벽'은 철거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서울시 전직 간부는 "벽, 기둥, 지붕이 있어야 '건축물'로 정의되기 때문에 (분홍색 가벽을) 불법 건축물로 볼 수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4m 도로도 확보가 안됐고, '보행자의 안전'을 저해하는 것이 명백하다"며 "가벽이 건물 안전성 보강을 위해 설치한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창수 서울시 주택정책실장도 이날 오전 서울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이태원동 일대 위법 건축물을 재조사하고 있고, 사고 난 골목의 (분홍색 가벽은) 가설 펜스로 위법 건축물로 등록이 안 됐다"면서도 "가설 펜스가 도로를 침범했는지 여부를 용산구에 확인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용산구는 "해당 부분은 해밀톤호텔 사유지 내에 설치된 것으로 도로 점용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했다.

유 실장은 "용산구와 협의해 T자형 골목의 위법 건축물을 계도하고 보행로 확보를 위해 도로상 불법 적치물도 조치할 계획"이라며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상가 밀집 지역의 위법 건축물이 보행자 통행을 어렵게 하거나 저층부에 무단 증축한 사례를 발굴해 자진 철거를 유도하고 이행강제금뿐만 아니라 고발 등 행정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태원뿐만 아니라 홍대입구·신촌·대학로·건대입구 상가 밀집 지역의 위법 건축물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한편 해밀톤호텔은 '분홍색 가벽' 이외에 불법 증축물이 2건이나 더 있어 시정조치가 요구된다.

해밀톤호텔 북측 도로변에 17.4㎡ 면적의 라운지바 테이블 등이 설치된 영업공간에 대해 용산구는 지난해 11월 이행강제금을 부과했다. 구는 위반건축물 시정명령을 재차 요구하고 시정하지 않을 경우 해당 건축물에 대해서는 강제 철거방안을 법률 검토 후 시행할 계획이다.

해밀톤호텔 별관 1층에 목조로 만든 임시 출입구도 불법 증축물이다. 용산구는 "올해 9월 카카오맵 기준 목조 가벽 설치 상황은 없고, 10월 핼러윈 데이 방문객 출입 용도로 설치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지붕이 없고 토지에 정착하지 않은 목조 가벽으로 건축물은 아니지만 관계부서와 협업해 조속히 시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junoo568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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