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주거권 심층취재 5편] 로또보다 어려운 공공주택…월세 지원도 '생색내기'
[EBS 뉴스12]
청년 주거권 연속보도, 오늘은 청년들이 이른바 지옥고에 내몰리는 동안, 정부의 주거 안전망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공공임대주택 입주권을 얻는 건 하늘의 별 따기고, 가장 시급한 월세 지원마저 한시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진태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반지하에 살고있는 차종관 씨.
1년 전, 전세 보증금 5천만 원은 민간 은행에서 대출받아 구했습니다.
정부의 주거지원 정책이 있긴 했지만, 높은 문턱에 결국 포기해야 했습니다.
인터뷰: 차종관 / 취업준비생
"실제로 이제 LH나 SH 그런 곳들도 사실상 다 추첨이니까 추첨이라는 건 되게 조금 어딘가 먼 이야기 같잖아요. 그래서 시도는 해봤지만 몇 번 떨어지고 다시는 안 해봤던 것 같아요."
청년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운영되는 정책으로는 우선 청년매입임대주택이 있습니다.
LH 등 공공주택사업자가 신축에 가까운 집들을 사서 저소득 청년에게 공급하는 제도입니다.
임대 보증금이 100만 원에서 200만 원, 월 임대료는 시세의 40~50% 수준입니다.
문제는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올해 LH가 공급한 청년매입임대주택 경쟁률은 최고 102 대 1.
이중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한 매입임대주택은 1가구 모집에 996명이 지원했습니다.
인터뷰: 김준형 교수 / 명지대 부동산학과
"계속 청년들을 위한 주택이라고 하지만 고작 100호, 200호, 300호 공급하면서 로또처럼 이렇게 배분되는 것을 청년 주택 정책이라고 하고 있는 것 그 자체가 지금 문제인 거고요."
공공임대주택의 또 다른 형태인 전세 임대주택,
청년이 원하는 주택을 찾으면, LH가 집주인과 전세 계약을 체결하고, 시세보다 저렴하게 재임대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당첨자 대비 평균 실입주율은 절반에 그칩니다.
LH가 정해둔 금액과 평수에 맞는 집을 청년이 직접 찾아야 하는데 이 조건이 비현실적이기 때문입니다.
서울과 수도권의 전세 임대 지원금 상한선은 1억 2천만 원, 서울 평균 전세 보증금, 2억 3,835만 원의 절반 수준입니다.
지원금으로 고를 수 있는 현실적 선택지는, 평균 전세 보증금 7천151만 원 정도의 반지하입니다.
인터뷰: 지수 위원장 / 민달팽이유니온
"보증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보증금이 아예 없거나 아니면 생활비 대출 300만 원 아니면 신용 대출 300만 원 이 정도 크기로 일단 돈을 이제 모아서 갈 수 있는 집들이 사실 도심 같은 곳에서는 지옥고밖에 선택지가 없는 경우가 많죠."
이 같은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고 조건을 현실화하는 건, 청년 주거안정을 위해 꼭 가야 할, 근본적 해법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시간이 걸립니다.
또, 결국은 보증금을 낼 때 목돈이 필요해서 정말 가난한 청년은 혜택을 받기 어렵습니다.
단기적 해법으로 직접적 주거비 지원이 꼽히는 이윱니다.
저소득층의 주거비를 지원하는 대표적인 정책인 '주거급여' 제도. 서울 지역 1인 가구 기준, 매달 최대 32만 7천 원까지 지원합니다.
문제는 부모가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닌 30대 미만 청년은, 본인이 아무리 가난해도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겁니다.
실제로 '주거급여' 수급비율은 20대와 30대가 해당 연령대 인구 대비 각각 1.8%, 1.3%로,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낮았습니다.
인터뷰: 차종관 / 28세
"그때 주민센터 가서 도움을 요청을 했는데 도움을 드릴 것이 없다, 부모님 소득이 잡히지 않느냐, 이러면서 그냥 저를 내보내셨어요. 그래서 받을 수 있는 게 없구나 하고 그냥 밖에서 지냈습니다."
지자체와 정부가 앞다퉈 저소득 청년을 위한 월세 지원에 나서고는 있지만, 제도화엔 이르지 못해, 한시적 사업에 그칠 우려가 있습니다.
기준이 되는 소득 분위도 사업마다 제각각이고, 무엇보다 지원금 규모가 월 20만 원에 그쳐, 열악한 주거 환경을 적극적으로 개선하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최은영 소장 / 한국도시연구소
"정부에서 시혜적으로 한 1년 정도만 줄 테니까 그 뒤는 알아서 해, 이런 제도 설계는 조금 문제가 있다고 생각돼요. 이것들이 청년들의 주거권 보장으로 이어지고 있지는 못하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공공임대주택 관련 예산은 올해보다 27%, 약 5조 7,000억 원 삭감됐습니다.
청년들의 주거 안정만큼은 꼭 이뤄내겠다는 약속이 공염불에 그치는 동안, 주거 빈곤에 내몰리는 청년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EBS뉴스 진태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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