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민이 씹어 먹는 '형사록', 그 참회의 정서에 특히 공감되는 건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2. 11. 3.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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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록’, 협박범과 협력하는 형사의 온몸으로 쓰는 참회록

[엔터미디어=정덕현] 과거의 잘못된 선택은 과연 어떻게 해야 용서받을 수 있을까. 한 순간에 동료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용의자가 된 형사 김택록(이성민). 위기상황에 놓인 그에게 '친구'라 자칭하는 의문의 인물이 전화를 걸어온다. 그 '친구'는 자신이 그를 살인용의자로 만든 장본인이라는 걸 드러내고 다짜고짜 게임을 제안한다. 그건 김택록이 과거 수사 과정에서 증거를 조작했거나 진범이 아니라는 의심이 있었지만 윗선의 수사대로 그냥 내버려뒀던 그런 사건들을 다시금 수사해 그 진실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형사록>은 이처럼 그 이야기 구조가 독특하다. 살인범을 추적하는 형사물이지만 그 살인범의 목적은 바로 이 김택록이라는 형사의 과오를 캐는 것이다. 택록은 왜 그가 이런 일을 벌이는가를 애초에는 궁금해 하지만, "과거 속에 내가 있고 왜가 있다"는 그의 말을 재수사 과정을 통해 조금씩 알아차린다.

택록은 범인을 어떻게든 잡아넣기 위해 범행 도구로 쓰인 흉기를 찾아야 했지만, 찾을 수 없게 되자 이를 조작했던 자신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10년 넘게 딸의 시신조차 찾지 못한 채 아픈 세월을 살아온 피해자의 엄마를 마주하게 된다. 당시 피해자의 엄마는 딸이 단순실종이 아니고 그 범인에게 살해당했을 것을 주장해 수사를 요청했지만 범행 도구를 조작해 수사를 마무리 짓는 바람에 사건으로 그것을 덮어버렸다.

결국 '친구'라는 협박범의 요구에 의해 이 사건을 재수사하던 택록은 암매장된 시신과 그 옆에 놓인 진짜 범행도구를 목도하게 된다. 뒤늦게 피해자 엄마에게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고개를 숙이지만, 그것으로 10년간이나 딸의 시신이나마 찾기 위해 산을 헤매고 다닌 부모의 상처가 위로될 수는 없었다.

'친구'는 또 택록에게 과거 굴다리 밑에서 벌어졌던 방화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되어 감방을 갔던 양기태(김재범) 역시 누명을 쓴 거라며 진범을 찾으라고 요구한다. 당시 양기태는 그 사건의 목격자였지만 피해자의 진술에 의해 범인이 됐다. 당시 찜찜함이 있었지만 그걸 그냥 넘겨버렸던 택록은 재수사를 통해 진범은 따로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그 진범이 동네 유지의 아들이고 그래서 수사과정에서 결탁도 있었다는 것을.

이처럼 <형사록>은 택록이 과거에 있었던 사건들을 협박자인 '친구' 때문에 다시 수사해나가며, 그 사건에 있었던 비리들을 찾아나가는 이야기다. 흥미로운 건 택록이 이 수사과정을 통해 '친구'라는 인물을 대하는 방식이 조금씩 변해간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자신을 덫에 빠뜨린 협박자로서 그에게 분노하지만, 차츰 그가 요구하는 수사를 통해 자신도 어떤 방식으로도 연루되어 있던 과거의 잘못들을 들여다보며 협박자와 진짜 동료 같은 유대감을 갖게 되는 것.

처음에는 발신자 추적이 금지된 번호로 걸려오던 전화가 이제 번호가 찍혀 걸려오고, 그 번호를 추적하면서도 택록이 자신의 핸드폰 주소록에 '친구'로 입력하는 모습은 이들의 관계 변화를 잘 보여준다. 즉 택록을 변화시키는 이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이 형사물은 과거 저질렀던 잘못들에 대한 그의 참회기를 그려나간다. 그건 그저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고 그런 일들이 벌어졌던 진상을 파악하고 그 이면에 있는 진범들을 찾아내는 것이기도 하다.

<형사록>의 이런 서사는 과거에 벌어진 잘못에 대한 참회를 궁극적으로는 어떤 방식으로 사과하고 사죄해야 하는가를 잘 보여준다. 그건 아프더라도 온 몸을 던져서 그 과오를 파헤치는 것이고, 그 진실을 마주해야 하는 것이며 동시에 진짜 책임을 져야 하는 이들이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형사록>의 이야기는 확장해서 바라보면 이 땅에서 벌어졌던 갖가지 사건사고와 그로 인해 깊은 상처를 입고 지금껏 살아가는 무고한 피해자들에게 무엇이 진정한 참회의 길인가를 보여주는 면이 있다. 그것은 그저 고개 까닥 숙이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그저 애도만 하는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제 살을 도려내는 아픔이 있더라도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만이 그 길의 첫 걸음이 될 수 있다는 걸, <형사록>은 에둘러 말하고 있는 듯하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디즈니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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