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베테랑 김강민이 ‘가을 스포트라이트’를 사양한 이유
한국시리즈 문학 2차전이 열린 지난 2일이었다. SSG 베테랑 외야수 김강민(40)는 훈련을 마치고 기자들과 대화에서 이런저런 소회를 얘기했다. 그런데 대회를 마무리할 즈음, 느닷없이 기사로는 가급적 쓰지 않아주기를 바란다는 알쏭달쏭한 마지막 코멘트를 남겼다. 이에 덧붙여 “정말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다음날이었다. 김강민은 전날 1차전에서 5-6으로 뒤지던 9회말 2번 최지훈 타석에서 대타로 나와 상대 마무리 김재웅으로부터 좌월 동점 솔로홈런을 뽑아내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그런데 김강민은 9회 홈런을 때린 장면은 잔상에 많이 남아있지 않다고 했다. 그보다 6-7로 다시 리드를 내준 연장 10회말 2사 1·3루에서 투수 앞 땅볼로 아웃되면서 그대로 경기가 끝난 장면이 더욱 진하게 가슴에 남았던 모양. 2구째 커브를 방망이 중심에 제대로 맞히지 못한 것이 속상했지만, 초구 직구가 앞선 이닝에 홈런을 때린 코스로 그대로 들어왔는데도 놓친 것에는 특히 아쉬운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김강민이 이번 시리즈에서 가급적 도드라지고 싶지 않은 마음은 진심으로 들렸다. 김강민은 이번 시리즈에서 후반에 투입되는 ‘조커’다. 흐름의 반전이 필요할 때 출전 확률이 높은 카드다.
김강민은 “앞에서 우리 선수 누군가 만루홈런을 쳐서 크게 앞서갔으면 좋겠다. 우리가 준비한 대로 그 결 그대로 경기가 흘러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실, 2차전이 그런 경기였다. 팀이 6-1로 완승한 가운데 김강민은 이날 대타로도 출전하지 않았다. 전날 본인과 바뀌었던 외야수 최지훈은 투런홈런 포함, 5타수 3안타 2타점으로 맹활약했다. SSG가 무난히 우승한다면 본인의 출전 횟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점과 버무려 얘기하는 듯 들렸다.
김강민은 단기전에 익숙한 선수이기도 하다. SK 시절인 2007년과 2008년에는 리버스 스윕으로 정상을 맛본 경험도 있다. 공교롭게 이번 시리즈에서도 첫판을 내준 뒤 두번째 판을 잡으며 분위기를 가져왔다.
김강민은 “한 경기를 잡고 흐름을 계속 쥐고 가는 게 중요하다. 2007년과 2008년에 그랬다”며 “(흐름을) 주고받고를 거듭하면 어려워질 수도 있다. 한번 이기고 분위기를 잡았을 때 계속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강민은 개인보다는 팀에 자연스럽게 큰 비중을 두고 얘기를 이어갔다. 베테랑다운 자연스러운 시선이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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