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엔진 꺼진 카카오, 먹통 사태 미반영에도 3분기 실적 악화
주요 계열사 이익 감소로 영업익 급감
데이터센터 화재 비용은 4분기 반영
카카오가 게임 부문 매출 감소와 광고·커머스 시장 성장 정체로 3분기 ‘어닝 쇼크(실적 악화)’를 기록했다. 이번 실적 발표는 올해 7∼9월 성과를 집계한 것이지만 이날 카카오가 진행한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는 지난 10월 15일 발생한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와 관련한 질문과 해명도 이어졌다. 카카오는 ‘먹통 사태’와 관련한 비용은 4분기에 단기적이고 일회적인 비용으로 반영될 것이라며 규모는 확정하기 어렵지만 현재까지 파악한 것은 400억원 수준으로 추정했다.
3일 카카오는 올해 3분기 매출 1조8587억원, 영업이익 150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8%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0.6% 감소했다. 증권사 전망치를 밑도는 수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카카오의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이 1조9029억원, 영업이익 1790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지난 3분기 매출이 증가하기는 했지만 그동안 성장세를 고려하면 부진했다는 평가다. 카카오의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와 4분기에는 각각 58%, 45%에 달했다.
카카오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3분기 영업이익이 감소한 이유로 주요 계열사의 이익 감소와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뉴 이니셔티브’ 투자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3분기 영업비용도 1조70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했다.
세부 항목과 관련해 배재현 투자거버넌스총괄은 “채용속도를 조절해 인건비는 전분기 대비 2%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41% 증가했다”고 전했다. 카카오의 직원 수는 3분기 기준 35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 늘었다. 종속회사를 전부 포함한 직원 수는 1만2178명으로 지난해 3분기 대비 20.5% 증가했다. 배 총괄은 “외주‧인프라비는 전년 동기 대비 21%, 같은 기간 상각비는 72%씩 증가했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매출을 플랫폼 부문과 콘텐츠 부문으로 나눠서 집계한다. 플랫폼 부문은 톡비즈(카카오톡 이모티콘·비즈보드·채널·선물하기 등), 포털비즈(다음·카카오스토리 등), 플랫폼 기타 사업(카카오 모빌리티·페이·엔터프라이즈 등)을 포함하며, 콘텐츠 부문은 스토리·게임·미디어·음악 사업을 포함한다.
플랫폼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한 986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톡비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4674억원을 기록했다. 비즈보드, 카카오톡 채널 등 톡비즈 광고형 매출은 광고 시장의 성장 둔화 및 계절적 비수기 영향이 있었으나 톡채널 매출의 확대로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다. 선물하기, 톡스토어 등 톡비즈 거래형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이사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전체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고 카카오 커머스 사업 부문 역시 영향을 받아 거래액 성장세가 소폭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앞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서비스별 강점을 극대화해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앞으로 프로필을 개편하면 생일에 집중돼 있던 선물하기 맥락이 일상의 다양한 이벤트로 확장될 것으로 본다”며 “새로운 교환권과 명품 브랜드 영역을 강화해 크고 작은 이벤트에 최적화된 상품 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플랫폼 기타 부문 매출은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페이 매출 상승세가 꾸준하게 이어지면서 전년 동기 대비 61% 증가한 4098억원을 기록했다. 배 총괄은 “특히 신규 사업인 주차플랫폼 매출이 증가해 모빌리티 매출을 견인했다”고 말했다.
콘텐츠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한 8718억원이었다. 만화·웹소설 등 스토리 사업, 음악 사업, 미디어 사업 등 매출이 모두 전년 동기 대비 늘었지만 게임 매출은 36% 급감했다. 카카오게임즈 매출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됐던 양대 게임이 모두 저조한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우마무스메는 운영 부실 논란에 이용자가 대거 이탈했고, 오딘은 출시 이후 ‘반짝 효과’가 빠르게 사라졌다.
카카오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와 관련해 다시 한번 사과했다. 홍 대표는 “이번 사고는 카카오가 멈췄을 때 국민이 일상을 멈춘 느낌을 갖는 이유가 무엇인지 성찰하는 계기가 됐다”며 “관련 정보와 개선 상황을 최대한 공개해 IT업계 전반의 기술 발전에 기여하고 카카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남궁훈 대표 사임으로 인한 영향과 관련해선 “남궁 대표와 지금까지 카카오 비전에 대해 활발히 협의해온 만큼 전략 방향성에는 변함이 없다”며 “내년까지 서비스 변화 로드맵이 수립돼 있는 상황이어서 세부 전략은 바뀔 수 있어도 큰 틀에서는 변함없이 진행될 것이다”라고 했다. 홍 대표는 “지금은 서비스 장애 사고를 수습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 게 전사적 최대 목표다”라며 “그동안 준비한 서비스 출시 일정은 불가피하게 한두달 정도 연기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재무적인 영향은 단기적이고 일회적인 비용이 될거라고 생각한다”며 “아직 지원책이 확정되지 않아서 규모가 어느 정도 될지 확답하기는 어렵지만 현재까지 파악된 것은 400억원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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