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는 ‘메타버스 캐즘’에 빠지는 걸까

이균성 논설위원 2022. 11. 3.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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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의 溫技] 투자의 방향과 속도

(지디넷코리아=이균성 논설위원)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3고 탓에 세계 경제가 급격히 위축되는 가운데 기술을 중심으로 한 성장주의 시련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사명을 바꾼 메타플랫폼(이하 메타)의 추락이 심상치 않다. 페이스북은 메타버스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기 위해 지난해 10월 회사 이름까지 메타로 바꾸었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난 지금 메타는 ‘메타버스 캐즘’에 빠지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를 갖게 하고 있다.

캐즘(Chasm)은 원래 땅·바위·얼음 등에 난 깊은 틈을 말한다. 경제용어로 쓰일 때는 첨단기술이 주류 시장에 안착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의 틈을 가리킨다. 첨단기술제품은 얼리어답터가 주도하는 초기시장이 형성된 뒤 일정한 시간이 흐른 후 일반 소비자가 주도하는 주류시장으로 넘어가게 되는데 그 시차를 캐즘이라 할 수 있다. 캐즘 기간 동안에는 시장이 정체하거나 오히려 후퇴할 수도 있다.

아이폰이 나오기 전에 출시됐다가 크게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졌던 초기 스마트폰이 캐즘을 건너지 못한 대표적인 예다. 스마트폰은 피처폰이 나아가야 할 방향인 게 분명했지만 너무 일찍 나온 제품들은 일반 소비자로부터 선택되지 못했고 결국 캐즘 기간을 견디지 못하고 사업을 접어야 했다. 첨단기술사업은 빠른 의사결정과 속도가 중요하지만 어떤 경우엔 속도가 되레 문제가 되는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 (사진=씨넷)

메타버스는 인터넷의 새로운 미래로 여겨지고 있다. 그 방향을 의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기술 기업들이 메타버스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장미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 소비자가 메타버스를 자연스럽게 이용하기에는 생각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 ‘메타버스 캐즘’이 실제로 존재할 수 있는 거다.

메타의 메타버스 사업에 대해 최근 부쩍 물음표가 늘어난 건 역시 속도에 관한 문제다. 메타는 세계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메타버스에 투자하는 곳이다. 메타는 지난해 10월 사명을 바꾸면서 메타버스에 매년 100억 달러씩 10년간 10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환율로 따지면 140조원이 넘는 규모다. 한 달에 약 1조원씩 투자하는 셈인데 문제는 이게 실적에 악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최근 발표된 올해 3분기 실적은 이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매출은 277억1000만 달러(약 39조3400억원)이고 순이익은 44억 달러였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4%가량 줄었고, 순이익은 반 토막도 안됐다. 1년 내내 주가도 폭락했다. 지난해 330 달러를 넘나들던 주가는 90달러 초반까지 추락했다. 하락률이 70% 이상이다. 주요 원인은 당연하게 메타버스 부분의 적자가 커진 탓이다.

메타에서 메타버스 사업을 담당하는 곳은 ‘리얼리티 랩스’인데, 3분기 매출은 3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했고, 영업손실은 무려 37억 달러에 육박했다. 매월 1조원 이상 손해가 나는 셈이다. 그러자 메타의 지분을 갖고 있는 알티미터캐피털은 최근 메타에 공개적인 서한을 보내 “메타버스 사업 투자를 연 50억 달러 이하로 줄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투자액을 당초 계획보다 절반이상 줄이라는 거다.

메타의 메타버스 투자는 특히 ‘외길 수순’으로 유연성이 떨어져 투자자의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메타는 주력 사업인 SNS 분야에서 성장의 한계에 직면해 있다. 특히 지난해 애플이 앱추적투명성(ATT) 정책을 도입하면서 페이스북의 기존 수익모델이 타격을 입었다. 페이스북은 방대한 이용자 정보를 기반으로 최적의 맞춤형 광고를 제공해 재미를 보고 있었는데 ATT 정책이 이를 방해하고 있는 것.

앱추적투명성은 인터넷 사업자가 개인정보를 추적할 때 반드시 이용자 동의를 거치도록 하는 조치다. 이용자가 이에 선뜻 동의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페이스북에겐 직격탄인 것이다. 이는 페이스북이 메타로 변신한 결정적인 계기로 분석되기도 한다. 메타는 모바일 생태계의 강자인 애플과 구글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메타버스라는 환경을 선도해 새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외길을 택한 셈.

메타는 그러나 여전히 세계 최대 SNS 업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와츠앱 등의 월간 활성사용자수(MAP)가 무려 37억 명이 넘는다. 엄청난 성공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쉽게 캐즘에 빠지지 않을 규모를 자랑한다. 메타마저 메타버스를 성공시키지 못하면 메타버스의 미래는 훨씬 더 늦춰질지도 모를 정도다. 그럼에도 메타의 투자 속도가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과 우려는 당분간 계속될 듯하다.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의 속도 조절은 참고할 만하다. 제페토는 아직 메타버스라는 이름마저 생소할 때인 2018년 8월에 서비스를 시작해 사용자 수가 2019년 3월 1억 명, 2021년 2월 2억 명을 돌파하더니 최근에는 3억2000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95%가 해외 이용자다. 사용자 수와 서비스에서 성과를 내면서도 적자 폭을 감내할 만한 규모에서 유지해나가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균성 논설위원(sereno@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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