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의 강경 기조…최종금리 5% 넘고 긴축 장기화한다
①긴축 속도조절 12월 50bp 시사했지만
②"금리인상 중단 매우 시기상조" 못박아
③내년 최종금리 5% 돌파 가능성 첫 언급
④"노동시장 완화 징후 없다" 긴축 기조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강경한 매의 발톱을 들었다. 통화 긴축 속도조절을 시사하면서도,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 중단은 없고 최종금리는 5%를 넘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비둘기파 기조를 기대했던 시장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
시장 놀라게 한 파월의 강경 기조
파월 의장이 1~2일(현지시간) 이틀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25~4.00%로 75bp(1bp=0.01%포인트) 인상하기로 한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한 언급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75bp 금리 인상)을 밟으며 2007년 12월 이후 15년 만에 처음 4%대로 올라선 것 자체로 매파적이라는 평가가 많은데, 이에 더해 파월 의장은 더 강경한 어조를 띠었다.
그가 기자회견 초반 강조한 것은 긴축 속도조절론이다. 그는 “누적된 긴축(cumulative tightening)이 경제와 인플레이션에 미칠 영향을 주목한다”며 “(긴축 속도를 늦출)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그것은 다음 회의(12월)일 수도 있고 그 다음 회의(내년 2월)일 수도 있다”며 다음 FOMC부터 인상 폭을 줄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다음달 금리를 4.25~4.50%까지 올리며 빅스텝(50bp 금리 인상)을 밟을 확률은 이날 오후 현재 61.5%를 기록했다. 자이언트스텝(38.5%)보다 긴축 속도를 줄인다는데 기운 셈이다.
주목할 것은 그 다음이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 중단을 두고 “매우 시기상조”라고 못 박으면서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3월부터 400bp 가까이 금리를 올리며) 빠른 속도로 여기까지 왔지만 여전히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하고 더 가야 할 길이 있다”며 “과대 긴축(overtightening)이 과소 긴축(undertightening)보다 수정하기 쉽다”고 주장했다.
파월 의장은 또 “금리가 보다 제약적인 영역으로 들어갈수록 인상 속도에 대한 문제는 점차 덜 중요해진다”며 “(긴축을) 얼마나 지속할지와 어느 정도까지 올릴지 등이 더 중요해진다”고 주장했다. 내년에도 당분간 금리를 계속 올리겠다는 뜻이다. 내년 초부터 피봇(pivot·통화 긴축에서 완화로 전환)을 기대했던 시장에게 ‘잘못 생각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단호하게 던진 셈이다. 소시에테 제너럴은 “고용, 물가 등 경제지표에 따라 금리 인상이 계속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최종금리 5% 돌파 가능성 첫 언급
세 번째는 파월 의장이 구체적인 최종금리 수준을 처음 언급했다는 점이다. 그는 “직전 9월 FOMC 이후 나온 각종 경제 지표를 고려하면 최종금리 수준은 지난 예상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 위원들이 당시 제시한 최종금리는 4.6%다. 4.50~4.75% 레벨이다. 그러나 이날 파월 의장의 언급 이후 5% 돌파는 기정사실화됐다.
씨티그룹은 “연준은 다음달 (75bp보다 속도를 늦춰) 50bp를 올릴 것”이라며 “그 이후 내년 2월 50bp, 3월 25bp, 5월 25bp를 인상해 최종금리는 5.25~5.50%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웰스파고의 마이클 슈마허 거시전략 책임자는 “(비둘기파 신호를 보낼 것으로) 기대했던 것과 완전히 달랐다”고 말했다. 월가 한 뮤추얼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긴축 속도조절을 언급한 동시에 구체적인 최종금리를 말한 것은 자칫 비둘기파로 비칠 수 있다는 오해를 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작심하고 매파 색채를 띠었다는 것이다. 파월 의장은 “(돈줄을 조이는) 메시지를 관리하는 것은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네 번째는 노동시장에 대한 파월 의장의 생각이다. 그는 “(뜨거운) 노동시장이 완화하고 있다는 사례가 보이지 않는다”며 “임금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인플레이션 악순환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것이 나타나기 전에 인플레이션과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ADP 전미고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민간 부문 고용은 23만9000개 늘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19만5000개 증가)를 웃돌았다. 직전월인 9월 당시 증가분(19만2000개)보다 더 많았다. 강한 노동시장은 공격 긴축의 주요 근거로 꼽힌다. 넬라 리처드슨 ADP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주도하는 수요 파괴의 초기 신호를 보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것은 노동시장의 특정 부문에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자 내년 미국 경제는 침체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파월 의장은 이날 “경기 연착륙으로 가는 길은 여전히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좁다”며 기존 의견을 재확인했다. 공격 긴축과 경기 침체가 겹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은 변동성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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