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코스프레 아니야?”... ‘이태원 참사’ 키운 불법 제복 판매 수두룩해

경찰제복 판매·구매 행위는 모두 불법
착용만 해도 6개월 이하 징역·300만원 이하 벌금

“현장에서 시민들을 이동시키려 했으나 ‘경찰 코스프레가 아니냐’ 등의 발언을 하고 웃고 떠들며 통제를 무시하는 시민들이 많았습니다.”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현장에 출동한 한 경찰관이 지난 1일 경찰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참사 당시 경찰은 골목길에 몰린 인파를 분산시키고 통제하고자 현장에 출동했지만, 일부 시민들이 경찰관을 코스프레를 한 축제 인파로 착각해 통제에 따르지 않은 것이다.

지난달 29일 오후 8시쯤 친구와 참사 현장 근처 술집에 있었다던 이모(26)씨도 이태원에서 경찰 코스프레를 한 사람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술집 내부에도 경찰 코스튬을 입은 커플이 있었다”며 “여자 분은 가짜 수갑 같은 것도 손목 한 쪽에 차고 있어서 저런 건 어디서 구하는 건지 신기하게 봤었다”고 회상했다.

지난 29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기 전 현장 모습./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일반인이 경찰제복 또는 유사 경찰제복을 착용하는 것은 현행법상 불법이다. 그러나 온라인상에서 이를 쉽게 구할 수 있는 탓에 핼러윈 같이 코스프레를 하고 축제를 즐기는 날 제복을 착용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3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온라인쇼핑 검색창에 ‘핼러윈 경찰’을 치자, 경찰제복과 소품 등 관련 상품이 1만6300여개 나타났다. 가격은 1만5000원에서부터 20만원 초반까지. 실제 경찰제복과 차이가 있는 상품도 많았지만, 견장과 경찰 로고까지 달려 가까이서 확인하지 않으면 헷갈릴 수준의 상품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이날 오전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10만원 상당의 경찰복을 결제하는 단계까지는 3분도 채 소요되지 않았다. 일부 쇼핑몰에서는 ‘상품 판매가 중지됐다’는 문구가 뜨기도 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이트에서는 판매가 진행되고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제복으로 착각할 만한 옷을 입고 돌아다는 것은 불법”이라며 “특히 위급 상황에서 제복을 입고 나오는 것은 시민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으므로 처벌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현행 경찰제복 및 경찰장비의 규제에 관한 법률(경찰제복장비법)에 따르면 경찰제복을 판매 또는 구매하는 행위는 모두 처벌받을 수 있다. 유사제복 또는 유사 장비를 판매 또는 소지하는 경우도 처벌 대상이 된다. 경찰제복장비법에서는 경찰제복 또는 장비와 형태·색상 및 구조 등이 유사해 외관상 식별이 곤란한 물품을 유사경찰제복 또는 유사경찰장비라고 규정한다.

경찰청에 등록하지 않고 경찰제복이나 장비를 제조·판매 또는 대여할 목적으로 소지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또, 경찰공무원이 아님에도 제복이나 장비를 착용하거나 휴대한 자는 6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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