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참사에 안보‧경제 위기까지…尹 정부 덮친 ‘3대 악재’
곳곳엔 경제 위기 경고음, 협치도 멀어져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이제 출범한 지 6개월째인 윤석열 정부가 '대형 위기'들에 흔들리고 있다. 도심 한복판에서 유례 없는 압사 참사가 벌어진 데 이어, 민심을 수습하기도 전에 북한의 고강도 도발을 마주했다. 한국 경제 위기 경고음은 곳곳에서 울리고 있는 실정이다. 대형 참사에 안보‧경제 위기까지 복합 위기 요인을 한 번에 맞닥뜨린 셈이다.
야권의 협조도 지금으로선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여야는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초당적 협력'을 하기로 약속했지만, 정부 책임론으로 이어지며 정쟁의 불씨를 되살리고 있다. 야권 일각에선 벌써부터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외친다. 윤석열 정부는 이 같은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北 핵실험 위협에 '퍼펙트 스톰' 위기까지
3일 정부는 전날부터 이어진 북한의 고강도 무력 도발에 긴급 대비 태세를 갖췄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 분단 이후 처음으로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당 하루에만 4차례에 걸쳐 25발 가량의 미사일을 퍼부었다. 이날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여기에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도 거론된다.
안보 당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전례 없는 고강도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도발 직후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를 열어 북한의 도발을 강력히 규탄하는 동시에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한 치의 빈틈이 없도록 한‧미 연합방위태세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북한이 무력 도발의 이유로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면 돌파를 선언한 것이다. 남북 간 군사 대치는 강 대 강 국면으로 치달았다.
같은 날 미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렸다. 사상 처음으로 4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최근 15년간 최고 수준인 3.75~4.00%로 상승했다. 한국(3.00%)과의 기준금리는 최대 1.00%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원화 약세를 막기 위한 한국의 추가 금리 인상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이 경우 국내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가 연 8%를 초과할 수 있어, '영끌족'의 빚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동시에 각종 경제 지표들에선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대표적인 대외건전성 지표인 경상수지가 적자 전환(8월 기준 –30억5000만 달러)했고, 월별 수출 증가율도 5개월 만에 마이너스(-5.5%)로 돌아섰다. 여기에 레고랜드 사태 후폭풍으로 자금시장이 빠르게 얼어붙은 데다, 국가 신용도 위험 수준은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수준(CDS 프리미엄 70bp)까지 치솟았다. 경제 위기 요인들이 잇따라 터져 나오면서, 재계에선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위기)' 위험성까지 거론한다.
서로 '네 탓' 하는 與野…아득해진 '협치'
윤석열 정부도 안보‧경제 위기에 공감하고 연일 경고음을 내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경제와 안보의 엄중한 상황을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언급한 배경이다. 윤 대통령은 당시 "세계적인 고물가‧고금리‧강달러 추세 속에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커지고 경제의 불확실성은 높아졌다," "북한은 유례없는 빈도로 위협적 도발을 계속하고 7차 핵 실험 준비도 이미 마무리했다"고 진단했다.
윤 대통령의 바람과 달리 지금으로선 여야 간 협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와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 인사들을 둘러싼 검찰 수사를 윤 정부의 기획수사‧정치탄압으로 규정했다. 수사가 진척될수록 야권의 반발도 거세질 전망이다. 이에 더해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를 두고 경찰의 부실‧늑장 대응 논란을 거론하며 정부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까지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라, 각종 정치 현안을 둘러싼 여야 간 신경전은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국정운영을 뒷받침할 민심도 둘로 갈려있다. 이태원 참사 당일인 지난 2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대규모 보수‧진보 단체들이 나란히 맞불집회를 놓은 게 그 단면이다. 구호의 수위는 고조되고 있다. 집회 참석자들은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30% 선에 머물러있다. 진보층에서 윤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비율은 90%선을 넘나들고 있다. 지난 대선 때부터 불거진 분열 기류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시사저널에 "민생에는 곡소리가 나고, 북한 핵 실험 공포로 국민은 불안에 떠는데 정치인들은 서로 말 폭탄만 던지고 있다"면서 "누군가를 비판하고 경질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정치권은 서로 책임을 인지하고 머리를 맞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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