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이언트 스텝에 흥국생명發 악재까지…경제 해법 '오리무중'
윤석열 정부 경제팀에 초비상이 걸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사상 초유의 4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P) 인상)을 단행하면서 고환율이 이어지고, 우리도 금리를 따라 올려야 하는 형국이다. 물가는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 와중에 국내 채권시장에서 자금 경색 빨간불이 연이어 들어오고 있다. 정부는 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했지만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이 자리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금리 인상이 향후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칠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어느 때보다 높은 경계감을 유지하며 대응해 나가겠다”고만 밝혔다. 또 참석자들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국내외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논의했는데 상황을 예의주시할 방침이라는 선언적 의미의 발표만 했다.
경제·금융수장이 다 같이 모이는 것은 지난달 23일 이후 약 열흘 만이다. 그만큼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 기관 간 공조가 강조된다는 의미로 해석되는데 마땅한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정부 해법이 보이지 않는 사이 계속된 금리 인상이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 시간으로 이날 오전 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연 뒤 정책금리(기준금리)를 현행 3.0~3.25%에서 3.75~4.0%로 0.75%P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6월과 7월, 9월에 이어 4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이로써 상단 기준 한국은행 기준금리(3.0%)보다 1.0%P나 높아졌다. 한·미 금리차가 1% 이상 벌어진 건 2019년 7월 이후 처음이다.
금리 인상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Fed 의장은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금리 인상 속도조절론과 고강도 금리 인상 시그널을 동시에 줬다. 올해 마지막인 다음 달 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 인상 폭을 0.5%P 이하로 낮출 가능성이 높지만 적어도 내년까지 인상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걸 분명히 했다. 지난 9월 Fed가 전망한 금리 상단은 4.6%인데 이보다 높은 5%대를 기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은도 오는 24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금리 인상이 확실시된다. 어느 정도 올리느냐 문제만 남아 있다. 여전한 고물가도 경기를 침체 국면으로 몰아넣고 있다. 한은이 지난해 8월부터 1년 넘게 금리를 올렸지만 물가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지난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7%로 나와 지난달 5.6%에 비해 오히려 올랐다. 강달러로 수입 물가가 오르고, 개인 소비가 줄지 않으면서 생활 물가가 뛴 영향이다.
국내 채권시장도 심각한 상황이다.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자금 경색을 겨우 풀었나 싶었는데 이번엔 보험사인 흥국생명발 외화채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흥국생명이 오는 9일 예정된 5억 달러 규모 외화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조기상환(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면서 채권시장이 또다시 위축된 것이다. 국내 금융회사가 콜옵션을 미행사한 건 2009년 우리은행 후순위채 이후 13년여 만이다.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미국 시장은 파월 의장 발언에 급등락을 반복하는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과 나스닥 지수는 각각 2.5%, 3.36% 하락 마감했다. 다행히 우리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은 1%대 하락 출발했지만 반등해 0%대 하락에 그쳤다. 전날 1417.4원에 마감한 환율은 소폭 올랐고, 국채 금리도 일제히 상승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 발언 중 최종 금리를 높인다는 말이 가장 부담스러운 대목”이라며 “최종 금리가 더 높이 올라간다는 것은 긴축 강도가 더 높게 이어진다는 뜻이라 시장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불확실성이 새롭게 부각됐지만 이에 대해 파월 의장도 해답지는 없어 보인다”며 “도돌이표처럼 향후 발표될 물가 지표 혹은 경기 둔화 속도가 해답이라는 원천적인 문제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표]미국 연방준비제도 기준금리 추이
[표]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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