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특보] 북한, 올해 7번째 ICBM 발사…다음은 핵실험?
<출연: 지성림 연합뉴스TV 기자>
[앵커]
북한이 오늘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을 발사했습니다.
지난 5월 말 '화성-17형' 추정 미사일을 발사한 지 4개월여만으로, 올해 들어서만 7번째 ICBM 발사입니다.
그동안 중·단거리 미사일만 무더기로 쏘던 북한이 ICBM을 발사하면서 도발 수위를 부쩍 높인 만큼 다음 수순은 핵실험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데, 외교안보 부처 출입하는 지성림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우선 북한이 오늘 발사한 ICBM부터 살펴보죠.
어디서 발사했고, 제원은 나왔나요? 오늘 쏜 ICBM은 발사에 실패했다고 하던데요.
[기자]
합동참모본부는 오늘 북한이 발사한 장거리 탄도미사일(ICBM) 1발과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습니다.
ICBM은 오전 7시 40분쯤 평양 순안 일대에서 발사됐습니다.
군 당국은 탐지 초기 이 미사일의 단 분리가 이뤄진 점 등을 바탕으로 ICBM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이후 추가 분석을 통해 신형 ICBM '화성-17형'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는데요.
추진체 단 분리는 2단까지는 됐지만, 정상적인 비행은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늘 쏜 ICBM 비행거리는 약 760km, 고도는 1,920km, 속도는 약 마하 15로 탐지됐습니다.
이 미사일은 상공에서 소실된 것으로 전해졌는데, 성공하지 못하고 동해상에 추락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보통 ICBM은 최대 성능으로 발사하면 비행 속도가 마하 20을 넘어갑니다.
오늘은 속도가 마하 15 정도인 것으로 봤을 때 북한은 화성-17형을 최대 성능으로 발사하지 않고 액체연료의 양을 줄이는 방식으로 비행거리와 고도를 줄였을 수도 있고, 실패로 인해 속도가 줄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는 아직 화성-17형 개발이 완전히 끝나지 않아, 엔진이나 단 분리, 재진입 기술 등 추가적인 성능 시험이 필요하기 때문으로 보이는데요.
오늘 발사에 실패했다면 추가적인 ICBM 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앵커]
사실 올해 들어 ICBM 발사가 처음은 아니잖아요.
이번이 7번째 ICBM 발사라고 하는데, 과거의 ICBM 발사 사례도 정리해 주시죠.
[기자]
북한은 올해 2월 27일과 3월 5일에도 '화성-17형'을 1발씩 발사했습니다.
당시도 최대 성능 시험발사는 아니었고, 엔진과 단 분리 등의 성능을 시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이 2차례의 ICBM 발사에 대해 제원을 공개하지 않은 채 "정찰위성 개발 계획에 따른 시험"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3월 16일 다시 화성-17형 시험 발사를 했지만, 당시 ICBM은 고도 20㎞에도 채 이르지 못한 초기 단계에서 폭발했습니다.
북한은 3월 24일 또 ICBM을 쐈는데, 이때는 다음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화성-17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보도하고 뮤직비디오 형식의 영상도 공개하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습니다.
당시 ICBM은 비행거리 1천80㎞, 최고 고도 6천200㎞ 이상의 궤적을 그렸습니다.
하지만 국방부는 미사일 비행 특성 등을 분석해 북한이 직전의 화성-17형 발사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안정성이 비교적 검증된 화성-15형을 쏘고는 화성-17형 성공으로 주장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북한은 5월 4일에도 ICBM을 발사했는데, 우리 군 당국은 화성-15형으로 판단했지만, 화성-17형이었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당시 ICBM은 1단 엔진 연소 이후 폭파됐는데, 폭파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6번째 ICBM은 5월 25일에 발사됐는데, 군 당국은 화성-17형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오늘 쏜 것까지 포함해 올해 7차례의 ICBM 발사는 모두 평양 순안 일대에서 이뤄졌습니다.
[앵커]
오늘까지 7차례의 ICBM 발사 중 최소 5차례는 화성-17형 시험발사였는데, 계속 실패하고 있습니다.
조금 전에 화성-17형이 아직 완벽하지 않아서 안전성이 검증된 화성-15형을 쐈다고 얘기하셨고, 오늘 쏜 것도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데, 화성-17형은 어떤 미사일입니까?
[기자]
화성-17형은 2020년 10월 북한 열병식에서 처음으로 모습이 공개됐는데요.
기존 ICBM보다 더 굵어지고 길이도 더 길어진 모습에 당시 '괴물 ICBM'으로 불렸습니다.
화성-15형의 이동식 발사차량은 바퀴가 9축이지만, 화성-17형의 이동식 발사차량은 11축 22륜입니다.
화성-17형의 길이는 22∼24m가량으로 추정되는데, ICBM 길이로는 세계에서 가장 깁니다.
탄두부도 엄청나게 커졌는데, 핵탄두 2∼3개가 들어가는 '다탄두 탑재형' 형태로 진화한 겁니다.
하지만 다탄두 기술이 성공했는지는 확인이 안 됩니다.
화성-17형은 3단 추진체 미사일로, 1단 추진체에는 액체연료를 쓰는 백두산 트윈 엔진 2세트, 즉 엔진 4기를 결합해 설치했는데, 추력은 160~170tf로 알려졌습니다.
2단에는 추력이 80tf 정도인 신형 트윈 엔진 1세트, 그리고 3단에는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엔진을 장착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ICBM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만큼 날아가느냐, 즉 최대 사거리와 함께 핵탄두를 탑재한 미사일 탄두부가 대기권으로 재진입할 때 탄두를 얼마만큼 보호할 수 있느냐, 즉 재진입 기술입니다.
화성-17형 최대 사거리는 1만5,000㎞ 이상일 것으로 알려졌지만, 탄두부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는지는 미지수입니다.
[앵커]
북한은 ICBM도 여러 종류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단거리부터 장거리까지,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까지 각종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죠.
북한의 미사일 개발 역사를 간략하게 소개해주시죠.
[기자]
북한은 1960년대 중반부터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에 인력과 자원을 투입했습니다.
1976년 이집트로부터 스커드-B를 도입한 후 역설계를 통해 스커드 미사일의 자체 생산에 성공했고, 이를 개량해 1988년에 작전 배치를 완료했습니다.
1990년대에는 사거리 1,300km인 '노동' 미사일을 개발해 작전배치 했고, 이를 기반으로 1998년에는 대포동 1호를, 2006년과 2009년, 2012년, 2016년에는 대포동 2호를 '위성 발사' 명분으로 시험 발사했습니다.
또한 구소련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기술을 도입해 사거리 3,000km 이상의 중거리 미사일인 무수단을 개발한 뒤 시험발사 없이 2007년에 작전배치했습니다.
2016년에는 신형 고출력 미사일 엔진인 '백두산 엔진' 개발에 성공해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탄도미사일 개발 기반을 구축했습니다.
2017년에는 중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을 여러 차례 시험 발사했고, 같은 해 7월과 11월에는 ICBM급인 '화성-14형'과 '화성-15형'을 시험 발사했습니다.
북한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는데요.
2016년 8월 구소련의 SLBM 기술을 활용해 고래급 잠수함에서 '북극성-1형'을 시험 발사했습니다.
2017년에는 북극성-1형을 지상형으로 개조한 '북극성-2형'을 개발해 시험발사를 진행했습니다.
2019년에는 다양한 형태의 신형 고체 추진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고, 2019년 10월에는 새로 개발한 수중 사출 장비를 이용해 신형 SLBM '북극성-3형' 시험발사도 진행했습니다.
북한은 작년과 올해 들어서는 열차 발사 탄도미사일, 저수지 발사 탄도미사일 등 다양한 미사일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으며,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올해 3월 말에는 ICBM '화성-17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최근 들어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회피 기동 성능을 높이고, 다양한 장거리 순항미사일과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앵커]
사실 올해 3월 말에만 ICBM을 최대 성능으로 발사하고 나머지는 최대 성능을 내지 않거나 오늘처럼 대부분 발사에 실패했는데요.
어찌 됐든 ICBM 발사는 '모라토리엄' 파기가 아닙니까.
ICBM을 한두 번 쏜 게 아니어서 모라토리엄 파기에 크게 의미를 둘 필요는 없겠지만, 아직 핵실험은 하지 않고 있어서 완전 파기는 아니지 않냐, 이런 주장도 있더라고요.
북한의 모라토리엄 선포부터 파기 과정까지 짚어주시죠.
[기자]
북한은 2018년 4월 21일부터 핵실험과 ICBM 발사를 중지하겠다며 모라토리엄을 공식 선포하고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약속했습니다.
북한이 모라토리엄을 선포할 당시는 김정은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판문점 정상회담 직전이었고,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할 때였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대화 국면에서 한국과 미국에 성의를 보이기 위한 제스처였던 셈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 달인 5월 24일 갱도 입구 등을 폭파하는 방법으로 풍계리 핵실험장을 실제로 폐기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됐습니다.
하지만,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비핵화 협상은 좌초되고, 잇따라 남북관계도 냉랭해지고, 미국에서 새로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에 별로 관심도 없는 것 같고, 이렇게 되자 김정은은 다시 핵·미사일 개발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2020년경부터 본격적으로 대남 타격용 단거리 미사일, 특히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개발에 주력해왔고, 2020년 10월에는 신형 ICBM 화성-17형까지 공개한 겁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ICBM을 실제로 여러 차례 발사하며 다시 한반도 정세를 모라토리엄 선언 이전으로 되돌려 놓았습니다.
북한은 3월 말에 ICBM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며 스스로 모라토리엄 파기를 공식화했지만, 김정은은 이미 두 달 전인 올해 1월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모라토리엄 파기 검토를 지시했습니다.
한편으로 북한은 4년 전 폐기했던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 복구를 이미 완료했고, 4번 갱도 복구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3번 갱도에서 7차 핵실험까지 한다면 김정은이 2018년 4월에 약속했던 모라토리엄 선언은 완전히 휴지장이 되는 겁니다.
하지만 사실 선언에 불과한 모라토리엄은 크게 의미가 없는 것이 북한이 올해 9월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하면서 비핵화 불가 입장을 법으로 못 박아놓았기 때문입니다.
[앵커]
올해 들어 7번의 ICBM 발사가 있었는데, 앞선 6차례와 달리 오늘 ICBM 발사는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무더기로 쏘고, 분단 이후 처음으로 북방한계선 이남에 탄도미사일을 쏘는 등 도발 수위를 계획적으로 올리는 분위기 속에서 이뤄져서 더 관심이 집중됩니다.
단계적으로 긴장 수위를 올리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그럼 다음은 핵실험일까요?
[기자]
북한은 9월 9일 새로 제정한 '핵무력 정책 법령'을 세상에 공개하며 핵무기 선제 타격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이후 9월 25일부터 10월 9일까지 김정은이 참관한 가운데 7차례의 전술핵 운용부대의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을 진행했습니다.
당시 훈련을 통해 북한은 전술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대남 타격용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이어 지난달 12일에는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10월 14일과 28일에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어제는 무려 25발의 각종 미사일을 발사하고, 특히 NLL 이남으로 미사일을 날려 보내며 지속해서 단계적으로 정세 긴장 수위를 높여왔습니다.
10월 4일에는 중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을 발사했는데, 오늘 ICBM까지 발사했으니 쏠 건 다 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7차 핵실험으로 무력도발의 방점을 찍기 위해 순차적으로 도발 수위를 높여온 것으로 보이는데, 변수가 하나 있습니다.
오늘 발사한 ICBM이 실제로 성공했다면, 아니면 북한이 화성-17형 성공을 주장한다면 그다음 수순은 핵실험이 되겠지만, 오늘 화성-17형 시험발사에 실패했기 때문에 ICBM을 한두 번 더 쏠 가능성이 커진 겁니다.
핵실험과 관련해서도 지금까지는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한다면 전술핵탄두 폭발 시험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는데, 이번에 ICBM까지 쏜 것을 보면 전술핵이 아니라 폭발력이 큰, 즉 ICBM 탑재용 핵탄두를 시험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앵커]
아무튼 오늘 ICBM 발사로 북한의 도발 시계는 훨씬 더 빨라졌다는 얘기네요.
오늘 쏜 것이 실패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추가로 ICBM 발사에 더 나설 수도 있겠네요.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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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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