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 달린 아이' 놀림 받던 아프리카 청년, 서울아산병원서 새 삶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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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대륙 남동쪽에 위치한 세계에서 네번째로 큰 섬나라 마다가스카르.
의료 환경이 열악한 이 나라에서 한 청년이 20시간의 비행을 거쳐 지난 8월 한국을 찾았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종양을 방치해 온 플란지가 한국과의 인연을 맺은 건 2021년 마다가스카르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하는 이재훈 의사를 통해서다.
그는 플란지의 거대한 종양을 보고 수술이 가능한 한국의 의료기관을 수소문했고 서울아산병원은 이에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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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안에 생긴 15cm 이상의 얼굴 크기만 한 거대 종양 때문에 일상생활이 어렵고 '징그러운 혹이 달린 아이'라며 동네에서 따돌림까지 받던 이 청년은 국내 의료진의 손길로 모든 치료를 마치고 오는 5일 귀국을 앞두고 있다.
3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마다가스카르의 청년 플란지(22)는 여덟 살 때 어금니 쪽에 통증이 있어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치아를 뽑았다. 이때 발치가 잘못된 탓인지 어금니 쪽에 염증이 생기기 시작했지만 근처에 제대로 된 의료시설이 없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채 10여년 동안 방치했다.
작았던 염증은 거대세포육아종으로 발전했다. 거대세포육아종은 100만명당 한명에게 발병한다고 알려진 희귀한 질환이다. 초기엔 약물로도 쉽게 치료할 수 있지만 플란지의 경우 오랜 기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종양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만큼 거대해졌다.
플란지의 종양은 거대세포육아종 중에서도 15cm가 넘을 정도로 거대한 크기였다.
얼굴 크기만 한 종양이 입안에 생겨 플란지는 음식을 먹는 것은 물론 대화하는 것도 점차 힘들어졌고 종양을 만지거나 잘못 부딪히면 출혈이 자주 발생해 일상생활이 점점 어려워졌다.
'징그러운 혹이 달린 아이', '귀신 들린 아이'라며 따돌리기 시작해 플란지는 다니던 학교까지 중퇴했다. 그는 치료를 위해 마다가스카르의 한 병원을 찾았지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절망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종양을 방치해 온 플란지가 한국과의 인연을 맺은 건 2021년 마다가스카르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하는 이재훈 의사를 통해서다.
그는 플란지의 거대한 종양을 보고 수술이 가능한 한국의 의료기관을 수소문했고 서울아산병원은 이에 응했다. 이 의사는 2018년 아산사회복지재단에서 선정한 아산상 의료 봉사상 수상자이다.
플란지는 지난 8월31일 약 20시간의 비행을 거쳐 서울아산병원을 찾았다. 서울아산병원은 플란지의 상태를 확인한 뒤 지난 9월16일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은 최종우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교수팀이 맡았고 치과, 이비인후과와 협진했다.
8시간이 넘는 대수술 끝에 플란지의 거대육아세포종을 제거했고 종양으로 인해 제 기능을 못하던 아래턱을 종아리뼈를 이용해 재건한 뒤 종양 때문에 늘어나 있던 입과 입술을 정상적인 크기로 교정했다.
수술을 마친 플란지는 가벼운 얼굴과 미소를 되찾아 오는 5일 귀국을 앞두고 있다. 그는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치료할 수 없다고 포기한 내 얼굴을 평범하게 만들어주시고 가족처럼 따뜻하게 대해주신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에게 너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플란지의 경우 심각한 영양결핍 상태여서 전신마취를 잘 견딜지부터가 걱정이었고 종양 크기도 생각보다 거대해 염려가 컸다"며 "플란지가 잘 버텨주어 건강하게 퇴원해 다행이고 안면기형으로 인한 심리적 위축을 극복해 앞으로는 자신감과 미소로 가득한 인생을 그려나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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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준 기자 jyj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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