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하고 아내 전 애인 살해한 40대 징역 15→12년 감형

아내 내연남 의심에 돈 갚지도 않아 앙심…자수 전에도 마약
재판부 "계획범죄 인정하지만 유족과 합의한 점 고려해 감형"

부산고등법원 전경 ⓒ News1 김영훈 기자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부산에서 마약을 투약한 뒤 자신의 아내와 내연 관계에 있다고 의심한 남성을 흉기로 살해한 4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았다.

부산고법 형사1부(박종훈 부장판사)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씨(48)에게 원심 판결(징역 15년)을 파기하고 징역 12년을 선고한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가 인정한 범죄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1월5일 부산 북구 구포역 앞에서 B씨(40대)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평소 B씨가 자신의 아내 C씨와 내연 관계를 유지하고 마약을 제공했다는 의심을 품었다. B씨가 C씨의 전 남자친구였기 때문이다. A씨는 B씨가 과거 자신을 마약사범으로 신고해 처벌을 받은 것에 대해서도 앙심을 품고 있었다.

또 A씨는 B씨가 투자금을 받아간 이후에도 돌려받지 못하고, 임신부였던 C씨를 폭행해 유산시킨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품어왔다.

A씨는 사건 당일 B씨가 C씨와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B씨로부터 '50만원만 빌려달라. 구포역에서 만나자'고 전화를 받은 후 필로폰을 투약하고 살해하기로 했다.

A씨는 구포역에서 B씨를 보자마자 미리 구입한 흉기를 꺼내 여러 차례 휘둘러 숨지게 하고 나흘 후 경찰에 자수했다. 경찰에 자수하기 전에도 A씨는 또다시 필로폰을 투약했다. 그는 과거에도 마약 범죄로 6차례나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필로폰 과다 투약 상태에서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주장하지만, 흉기를 미리 구입했던 사정을 고려하면 계획 범행이 인정된다"며 "피고인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마약류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고 누범 기간 중 또다시 마약을 투약하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다만 "피고인은 범행 이후 자수했고, 항소심 들어서 피해자 유족과 합의한 점 등을 참작해 원심을 파기하고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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