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늘어나는 외교업무에 외교인력은 제자리···30년간 31%증가

박경은 기자 2022. 11. 3.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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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공무원, 30년 전 대비 31% 늘어
"업무 10배 증가할 동안 인력 2배 늘어"
볼멘소리 많지만···1.5배도 늘지 않은 셈
"스스로 예산·인력 확충 노력해야" 지적도
외교부./연합뉴스
[서울경제]

지난 30년간 국격 상승, 국제현안 다변화로 외교부 업무는 크게 늘었지만 외교 인력은 사실상 그대로인 것으로 드러났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외교부 공무원 정원은 모두 2522명으로 30년 전인 1992년(1923명)과 비교해 599명(약 31.15%) 늘었다. 외교가에서는 “업무량이 열 배 늘어날 동안 인력은 두 배밖에 늘어나지 않았다”는 볼멘소리가 주를 이루지만, 두 배는커녕 1.5배도 늘지 않은 셈이다. 경찰공무원의 경우 1992년부터 지난해 사이 58.42%가량 인원이 늘었다.

지난 30년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외교부 본부 직원은 833명에서 971명으로 138명 증가했다. 서초구에 있는 국립외교원 소속 공무원은 130명에서 109명으로 21명 감소했으며 재외공관 직원은 960명에서 1442명으로 482명 늘었다.

외교부 인력이 30년간 제자리를 걷는 동안 직원 1명이 처리해야 할 업무는 크게 늘었다. 한국을 찾는 총리급 이상 외빈만 해도 3배 이상 늘었는데, 1992년에는 조지 부시 H.W. 전 미국 대통령과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을 포함해 총 10개국 고위급 인사가 방한했다. 반면 코로나19 유행 직전 정상외교가 가장 활발했던 2018년에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내외 등 총 32개국의 대통령과 총리가 한국을 방문했다. 올해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반년 사이 12개국에서 고위급 인사가 한국을 찾았다.

외교부 한 당국자는 “예전에는 고위급 인사가 방한하면 직원들이 두꺼운 책 한 권이 나올 정도로 준비했지만 요새는 하도 자주 방문해서 그럴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오스트리아·키르기스스탄 두 나라 외교장관과 회담하기도 했다. 수교국도 1992년 169개국에서 올해 기준 191개국으로 늘었으며 한국에 있는 외국공관도 1992년 85개에서 145개로 증가한 상태다.

양자외교 업무뿐 아니라 경제안보, 신흥안보와 같은 새로운 현안이 생겨나며 외교부 업무가 크게 늘기도 했다. 외교부는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와 협력해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와 이른바 ‘칩4’로 불리는 반도체공급망협력대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하고 있다. 2020~2021년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는 백신 수급 업무도 맡았다.

특히 다자외교를 담당하는 외교부 2차관 산하의 기후환경과학외교국에서는 백신 수급 업무뿐 아니라 기후변화 외교와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일본과 협의, 에너지 안보, 사이버 업무도 하고 있다. 현안 다변화로 기후환경과학외교국 업무가 늘어나자 외교부는 과학 기술과 사이버 안보 분야를 따로 떼 ‘과학기술사이버국’을 신설할 방침이지만 ‘슬림화’를 추구하는 새 정부 기조상 어려워 보인다. 또 다른 당국자는 “관계부처와 얘기는 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부처별 인원을 10% 삭감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마당에 국을 하나 신설하자는 것이어서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 밖에 원전 수출, 군축·비확산 등 업무를 담당하는 원자력비확산외교국도 과거에는 과 규모였지만 중요도가 높아지며 국 규모로 승격됐다. 국제경제국은 양자경제외교국과 이원화됐으며 북미국가와 중남미국을 모두 관할하던 미주국은 북미국과 중남미국으로 분할됐다. 이처럼 외교부 업무가 다양화하고 세밀화하는 과정에서 인력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사실상 그대로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보니 직원들의 워라밸도 심각한 상황이다. 한 직원은 “과 직원 대부분이 야근을 하다보니 월 초면 야근수당이 모두 떨어져 수당을 신청할 수도 없다”고 한탄했다. 다른 직원은 “금요일은 오히려 마음 놓고 야근할 수 있어서 좋다. 토요일은 쉬지 않느냐”고 했다.

해외공관 인력 부족도 문제다.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한 공관에서는 직원 3명이 하루 800건에서 2000건에 달하는 비자 발급 신청 민원을 처리한다고 한다. 최근 본부로 복귀한 한 당국자는 “공관으로 전화가 1000통이 걸려오면 자동으로 전화가 더 오지 않도록 셧다운(일시 업무 중지)되는데, 코로나19 유행 기간에는 공관 전화가 매일 셧다운됐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공관에서는 대다수 인원이 민원 업무에 매달리는 상황”이라며 “한 총영사관에서는 총영사를 돕는 공관 인원이 단 1명밖에 없고 나머지는 전부 민원 업무만 봤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외교부 인력 부족 문제가 결국 국회 업무를 소홀히 한 외교부 잘못이라는 지적도 내놓는다. 다른 부처 고위공무원들은 정부 예산안을 심의하는 국회를 상대로 예산과 인력 증원 필요성을 자주 피력하는데, 본부와 공관에서 번갈아 근무하는 외교관들의 경우 적극적인 ‘세일즈’ 활동에 나서지 않는다는 얘기다. 한 정치권 인사는 “모 부처 1급 공무원은 국회의원실 비서에게까지 호소한다”면서 “박진 장관도 외교부 직원들에게 국회를 자주 찾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박경은 기자 eu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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