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도 주문 '줄취소' 곤혹…파운드리도 호황 꺾일까

이인준 2022. 11. 3.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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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수요 절벽 여파로…IT 핵심 고객사 재고 조정 나서
삼성 파운드리도 타격…"신규수주로 위기 돌파할 것"

[서울=뉴시스]삼성전자, 대만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TSMC 로고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지난 3분기 매출 기준으로 전 세계 반도체 기업 1위에 오른 대만 TSMC가 주문량 감소와 고객사들의 잇단 주문 취소를 맞고 있다는 지적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 침체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실적 부진에 빠진 가운데, 상대적으로 견고할 것으로 예상됐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마저 수요 침체로 고전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의 내년 실적에도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3일 대만 현지 언론에 따르면 TSMC 주문량은 지난 9월 말부터 감소세로 돌아섰고, 내년 1분기까지 감소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지난 3분기부터 미디어텍과 엔비디아, AMD 등 핵심 고객사가 주문 물량을 줄이고 있고, 앞으로도 더 줄일 수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TSMC가 올 연말 양산 예정인 3㎚(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기반의 반도체 칩도 예정보다 40~50% 가량 주문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수요 둔화로 재고 조정이 필요한 데다, 3나노 칩 생산 단가가 높아 불황기에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에 따라 TSMC는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웨이퍼, 소모품, 장비 등을 주문 취소하겠다는 의사를 협력업체에 전달했다고 한다. 사실상 연쇄적인 주문 취소로 파운드리 업황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방증이다.

TSMC의 3nm 생산능력은 웨이퍼 기준 4만4000장에서 1만장 수준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메모리 업체들의 업황 부진에도 역대급 실적으로 주목 받았던 TSMC조차 수요 절벽 위기는 벗어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TSMC는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줄이는 등 혹한기에 대비해왔다.

지난달 TSMC는 3분기 역대 최고 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올해 설비투자로 360억 달러(약 51조5500억원)를 지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종전 목표치인 400억 달러보다 10% 감소한 수치다. TSMC가 삼성전자와 인텔 등 후발 업체들의 추격을 받는 상황이지만 설비투자 속도를 늦춰야 할 만큼 시장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다.

파운드리 업황 둔화는 메모리 불황기에 실적 돌파가 절실한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다는 진단이다. 삼성전자는 TSMC에 앞서 지난 6월 말 3나노 공정 초도 양산에 돌입하며 맹추격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신규 생산라인의 설비와 제조환경을 최적화하는 '램프 업(Ramp-up)'이 한창이다. 특히 반도체 칩의 전력 효율성을 높이는 차세대 트렌지스터 기술인 GAA(Gate All Around)도 업계 최초로 적용했다. 아직은 고객 수가 많지 않지만 TSMC보다 먼저 양산에 나서며 기술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급작스런 수요 둔화 위기가 IT 업계의 주문 감소와 취소 사태로 나타난 만큼 삼성전자도 한동안 신규 고객이나 수주 물량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일단 생산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TMSC가 시설투자 축소를 결정한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올해 총 시설투자 예상 금액 54조원을 계획대로 집행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시설투자 금액인 48조2000억원 대비 12% 증가한 것이다.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해 EUV(극자외선) 노광장비에 선제적인 시설투자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는 제2파운드리 공장도 부지 공사가 예정대로 진행 중이며, 경기 평택캠퍼스 제3공장이 가동을 시작한 데 이어 현재 제4공장 건설을 위한 기초 공사도 진행 중이다.

반도체 업황 부진 우려 속에 TSMC와 삼성전자의 엇갈린 투자 행보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예단하기란 쉽지 않다.

삼성전자는 주문 감소와 취소 등 업황 부진 시그널이 나오고 있지만, 오히려 신규 수주 확대 기회로 판단한다.

파운드리 산업은 수주 산업이기 때문에 메모리와 달리 업황이 급격하게 얼어붙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파운드리 사업부는 올 3분기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달성한 데 이어, 4분기에도 매출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3나노 등 선단공정 기술 리더십 강화와 고객사 확보를 통한 실적 성장으로 경쟁사와의 격차도 줄여나갈 계획이다.

강문수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을 통해 "선단 고정의 신규 고객 수주를 확대하고, 차량용·사물인터넷 등 응용처 다변화를 통해 지속적인 미래 성장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TSMC도 설비투자는 줄였지만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미래 기술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TSMC는 대만 타오위안에 위치한 반도체 공장단지에 1나노 반도체 생산라인 투자를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가 2027년 1.4나노 생산 계획을 밝히자 TSMC가 위기감을 느끼며 대응을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차세대인 '2나노'를 넘어 차차세대인 '1나노급' 기술까지, 이미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삼성전자와 TSMC가 이미 격전을 벌이고 있다는 진단이 들린다.

☞공감언론 뉴시스 ijoin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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