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팁] '테니스 전설'도 앓은 척추 전방전위증···보존치료로 대부분 회복

안경진 기자 2022. 11. 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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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지인 용인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
하지 방사통·허리통증 등 증상
퇴행성·허리 과사용이 주원인
격렬한 운동·등산 즐겨도 발생
과하게 허리 굽히는 일 피해야
[서울경제]

우리 몸의 골격을 받쳐주는 척추는 여러 개의 척추체가 전만, 후만 등 고유한 곡선을 이루며 쌓여있는 구조물이다. 서로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척추체 중 하나가 이웃한 척추체보다 앞으로 미끄러져 나와있는 상태를 ‘척추 전방전위증’(spondyloisthesis)이라고 한다. 요추(허리뼈) 4번과 5번 사이에 발생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척추 전방전위증은 원인에 따라 퇴행성 전방전위증, 척추분리성 전방전위증, 선천성 전방전위증 등으로 나눌 수 있다.

퇴행성 전방전위증은 주로 후관절 및 추간판의 퇴행성 변화로 인해 발생한다. 척추를 잡아주는 연결조직이 약해지면서 척추가 움직일 때 덜컹대는 불안정성이 동반되는 것이 특징이다.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아 정확한 발병률을 파악하기 힘들지만, 노인 인구가 많아지면서 병원에 찾아오는 환자 수가 늘고 있다. 분리성 전방전위증이 발생하는 가장 흔한 원인은 관절 간부, 협부 등의 결손이다. 협부 혹은 신경궁이 떨어진 모양으로 나타나는데, 이를 ‘척추분리증’이라고 한다. 이런 환자들은 나이가 들면서 전방전위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전체 인구의 약 4~6%에서 발생한다. 특이하게도 젊은 운동선수나 격렬한 운동 또는 등산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나타난다. 태어날 때부터 척추의 형태가 틀어진 선천성 척추 전방전위증은 전체 전방전위증 환자의 약 21%를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여성과 남성의 발생 비율이 2대1로 여성에게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증상이 있는 경우는 남녀 성비가 비슷하게 나타난다. 증상이 처음 발현되는 시기는 보통 사춘기 무렵인데 생후 3개월 된 영아에게 발생한 사례도 보고된 적이 있다.

요통 및 하지 방사통으로 2년 이상 치료를 받은 50대 여성의 단순 방사선 사진. 왼쪽 사진과 같이 5번 요추 위의 4번 요추가 앞으로 미끄러져 나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중간 사진에서 척추체의 가상 후반선 차이가 뚜렷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오른쪽 사진에서는 척추분리증 환자의 협부 결손(화살표)이 보인다. 사진 제공=용인세브란스병원

척추 전방전위증 진단을 받은 환자들은 주로 하지 방사통, 허리 통증, 엉덩이 통증, 다리 저림 및 시림 등의 초기 증상을 호소한다. 그 밖에 ‘신경성 간헐적 파행’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오랫동안 한 자세로 서 있거나 걸으면 하지의 통증과 저림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허리를 구부리거나 앉아서 쉬어야 증상이 나아진다. 다만 이런 증상이 동반된다면 ‘혈관성 간헐적 파행’과 감별이 필요하다. 혈관성 간헐적 파행은 어떤 자세건 쉬기만 하면 증상이 나아지지만, 신경성 간헐적 파행은 증상이 나아지는 자세가 개별 환자마다 다르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 두가지 증상은 원인과 치료가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진료를 통해 감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모든 척추 질환의 치료법은 보존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로 나뉜다. 보존적 치료에는 침상 안정, 약물요법, 물리치료, 체중조절, 운동요법, 통증 주사 등이 있다. 일정 기간 약물치료를 포함한 보존적 치료를 시행했음에도 효과가 없고 증상이 악화하는 경우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척추융합수술을 진행하게 된다. 척추융합수술은 불안정성 및 전위에 의한 협착을 해소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수술이다. 그러나 모든 환자에게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수술이 꼭 필요한 경우는 전체 환자의 약 20%, 증상이 있는 환자의 10~15% 정도다. 다만 마비 증상이 있거나 신경성 간헐적 파행이 진행되는 양상을 보인다면 빠른 수술이 권고된다.

퇴행성, 분리성, 선천성 전방전위증은 모두 어린 나이에 수술을 받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척추를 지탱하는 지지 구조, 근육과 인대, 디스크가 비교적 튼튼한 시기라 불안전성이나 전위를 어느 정도 보완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대와 디스크는 서서히 퇴화하기 때문에 발병을 예방하려면 퇴화를 늦출 수 있는 근육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보통 허리 근육 강화에 도움이 되는 걷기, 빠른 속도로 걷기, 수영 등을 꾸준히 시행하도록 권장한다. 운동 만큼이나 중요한 건 증상 악화를 방지하는 것이다. 허리를 과하게 굽히는 자세나 허리를 굽힌 채 반복 작업 또는 운동을 하는 것, 의자가 아닌 바닥에 앉는 것은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다.

지난 2011년 테니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안드레 애거시(Andre Agassi) 선수는 호주 오픈, 프랑스 오픈, 윔블던, US 오픈 우승 및 애틀랜타 올림픽 금메달까지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테니스계 전설로 꼽히는 이 선수도 척추 전방전위증을 앓았으나 현역 생활을 무사히 마쳤다. 척추 전방전위증은 절대 낯설거나 희귀한 질환이 아니다. 의심 증상이 나타났을 때 병원을 방문해 전문의와 함께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척추분리증이나 전방전위증으로 진단을 받더라도 너무 놀라지 말고 늦지 않게 치료를 받길 바란다. / 강지인 용인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

용인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강지인 교수. 사진 제공=용인세브란스병원
안경진 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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