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도 안되나요?" 회사 믹스커피 함부로 가져가면 안되는 이유

이은지 2022. 11. 3.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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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2년 11월 3일 (목요일)

□ 진행 : 이현웅 아나운서

□ 출연: 김효신 노무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현웅 아나운서(이하 이현웅): 이어서 알아두면 돈이 되는 노동법, 알돈노 시간입니다. 회사를 다니다보면 회사 물건 가운데 비교적 간단한 것, 그러니까 커피나 A4용지 같은 것을 집으로 가져가 사용한 경험이 있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이런 경우를 빗대어 '소확횡', 소소하고 확실한 횡령이라고 부르는데요, 오늘은 이 소확횡에 경종을 울린 판결이 있어서 소개해 드리고 관련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소나무노동법률사무소의 김효신 노무사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십니까?

◆ 김효신 노무사(이하 김효신): 안녕하세요. 김효신입니다.

◇ 이현웅: '소확횡'이라고 앞서 말을 했는데요. '소소하고 확실한 횡령'을 한 직원에게 출근정지 30일의 회사 처분이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고 하는데, 이거 어떤 내용인가요?

◆ 김효신: '소확횡'의 한 예가 되겠는데요. 시가 5만원 상당에 달하는 목장갑 100켤레를 공장 밖으로 빼내서 자기 집으로 가져간 직원의 징계가 정당하다는 판결입니다. 그러니까 회사가 목장갑이라는 소모품의 반출을 적극적으로 통제하지 않더라도 이를 허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이러한 비리행위에 대해 출근 정지 30일은 정당하다는 판결입니다.

◇ 이현웅: 목장갑이라고 하면 앞서서 말씀해 주신 것처럼 소모품이기도 하고요.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이 (회사가 지급했으므로) 소유권이 있으니까 '내가 가져가도 되지 않겠냐'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 김효신: 다들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어요. '회사로부터 내가 지급받았으니까 내가 마음대로 해야 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있을 수 있거든요. 그런데 이 판결을 하기에는, 회사가 지급한 목장갑은 작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재해나 이런 걸 예방하기 위해서 안전 배려 의무를 지키기 위해서 제공한 것이다. 그러니까 회사가 업무상 위험 방지와 관하게 직원에게 매달 목장갑을 지급한 게 아니니까 그 소유권은 회사한테 여전히 있는 거라는 판단이거든요. 그래서 이게 업무상 필요하니까 그것을 회사가 준 것에 불과하고, 근로자에게 목장갑 받아가도록 한 것이지 집으로 가져가면 안 된다, 이런 판결입니다.

◇ 이현웅: 판결의 취지는 충분히 알겠는데, 시가 5만 원 상당의 목장갑이라고 했잖아요. 30일 출근 정지는 과한 게 아닌가, 이런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 김효신: 맞습니다. 금전적인 측면에서는 5만 원인데, 30일 한 달 동안 출근 못 하면 한 달 월급 못 받게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과한 거 아니냐는 생각들이 있는 게 사실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분은 출근 정지라는 부당징계에 대해서 '부당하다'고 지방노동위원회에 먼저 구제 신청을 하셨나 보더라고요. 그러니까 지방노동위원회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서는 '조금 과하다', 저액인 거에 비해서 30일 출근 정지는 너무 과하다고 해서 부당징계로 판단했는데요. 사실 지방법원에서는 무단 반출한 목장갑의 총액은 시가는 저액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걸 계속 묵인해 둔다면 기업 질서를 확립하는 데 너무나 어렵다. 그러니까 이건 합리적으로 판단된다. 또 이걸 계속 묵인하고 이게 부당 징계라고 한다고 하면 향후 경제적으로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걸 근거로 삼아서 징계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사례입니다.

◇ 이현웅: 이러한 사례들이 알려지면서 '나도 문제가 될 수 있나'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 계실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탕비실에서 믹스커피 넉넉하게 챙겨가는 분들, 간식 챙겨가는 분들도 계실 텐데, 그럼 다 문제가 될 수 있는 건가요?

◆ 김효신: 그렇죠, 사실 직원들 입장에서는 '나 하나쯤은 어떻겠냐'는 심리가 있어서, 죄책감을 안 느끼고 그냥 가져가시게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럴수록 회사 입장에서 보면, 이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누적될수록 피해는 더 커지게 돼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용이 적을 수가 있겠습니다마는 기업 질서 유지에 저해되는 행동이니까 분명한 징계 사유는 인정된다는 게 확고한 판례가 말해준 입장이 되겠습니다.

◇ 이현웅: 예를 들어 믹스커피 한 박스를 몰래 가져갔다, 이러면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한 주먹을 가져왔다. 그 구분을 어떻게 해야 되는 건가요?

◆ 김효신: 결국에는 이렇게 이해하시면 될 것 같아요. '소확횡'이잖아요. 한 주먹 가져가는 게 처음에는 적발되지 않고도 하겠지만, 그걸 만약에 가져가서 계속 누적된다고 하면 이건 징계의 양을 정하는. 그러니까 아까 (사례처럼) 출근 정지 30일까지는 너무 과할 것 같고요. 사소한 행위지만 그것을 제재할 필요성이 있으니까 거기에 걸맞은 출근 정지나 그 수준을 정하면 될 것 같습니다. 징계 사유는 되는 거예요. 하나를 가져갔든 두 개를 가져갔든. 왜냐하면 그건 회사 물품이니까 무단으로 반출돼서는 안 되는 거잖아요. 공동으로 쓰는 물건이지 않습니까.

◇ 이현웅: 제가 봤던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보면 배우 이지은 씨가 (회사 비품을) 가져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문제가 될 수 있는 거네요?

◆ 김효신: 네. 회사 물품은 공동으로 쓰고 회사가 업무에 필요하거나 다른 업무를 잘하기 위한 목적으로 비치를 해 놓은 것이기 때문에 그걸 개인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되죠. 업무를 할 때만 사용하시는 게 다여야 되겠죠.

◇ 이현웅: 예를 들어 업무와는 상관이 없는데 개인적으로 자녀의 과제 같은 걸 프린트를 한다, 이런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까?

◆ 김효신: 그렇죠. 이건 정말 경미하고 서로 말 안 해서 그런 거지, 정말 계산적이나 법적으로 따진다면 본인의 이익을 위해서 회사의 물품을 사적으로 이용하는 거잖아요. 이런 측면에서는 당연히 제재의 대상이 됩니다.

◇ 이현웅: 만약에 제재 대상이 되어서 무언가 징계를 받았는데, 그게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면 노동자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됩니까?

◆ 김효신: 부당함을 호소하기 위해서는 노동위원회를 통한 권리구제를 신청하실 수 있어요. 그다음에 바로 법원에서 법원을 통한 부당징계 무효 확인 소송 등을 하실 수 있거든요. 그래서 노동위원회로 갈 거냐, 법원으로 갈 거냐. 두 가지 루트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진행하실 수 있어요. 다만 노동위원을 통한 권리구제를 선택하셨을 때 불복한다고 하면, 대법원에서 5심제를 거치게 된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 이현웅: 3심제가 아니고 5심제인가요?

◆ 김효신: 원래는 법원의 심사로 보면 대법원에서 3심제가 맞는데요. 노동 사건은 특이하게 노동위원회라는 준사법제 기관을 두고 있어요. 그래서 노동위원회는 처음에 구제 신청할 때 사업장 소재지인 관할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지방노동위원회에 불복하는 사람은 중앙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에 불복하면 1심 행정법원으로 가기 때문에 거기에서 3심제가 다시 시작되는 거거든요. 그래서 제가 5심제라고 말씀을 드리게 됐습니다.

◇ 이현웅: 청취자분 가운데 한 분께서 이런 문자를 보내주셨어요. 8932님, "방송 듣다 보니까 기억이 나는 에피소드입니다. 저희 부장님이 파쇄기에서 파지들을 가져가시길래 '왜 가져가세요?' 이렇게 물어봤는데 '집에서 키우는 햄스터 우리 안에 깔아준다'고 가져가셨다고 하는데, 이거 횡령입니까?" 이렇게 물어보셨습니다.

◆ 김효신: 그건 쓰레기잖아요. 개인 정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쇄가 다 되어서, 쓰레기 봉투에 집어넣어서 그냥 버리는 거잖아요. 쓰레기를 덜어주시니까 고마운 분 아닙니까.

◇ 이현웅: 이거는 횡령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시는 건가요?

◆ 김효신: 왜냐하면 벌써 존재 가치를 다 한 쓸모없는 것이니까, 그것 정도는 제재 대상이 안 된다고 봅니다.

◇ 이현웅: 반대 얘기도 있어요. 2347님께서, "저는 오히려 제가 돈을 주고 산 물건을 회사가 비품이라고 주장을 합니다. 제가 현장에서 필요해서 전자레인지를 중고로 사서 사용을 했는데 회사에 복귀할 때 가져가서 공용으로 쓰다가 다시 가지고 나갈 일이 있어서 가져가겠다고 했더니 회사에서 '비품을 왜 함부로 가져가냐'면서 복귀시켜 놓으라고 했습니다". 이런 거는 어떤가요?

◆ 김효신: 그건 오해가 생긴 거잖아요. 왜냐하면 분명 본인이 사서 갖다 놓은 건 본인이 가져가시는 게 맞거든요. 그러니까 회사의 어떤 공동의 이익으로 해서 개인이 희생한 경우거든요. 그런데 회사에 계속 있다 보니까 그 구매 주체가 누구인지 착각하신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오해가 발생한 것 같은데, 그거는 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사실을 파악하셔야 되겠는데요.

◇ 이현웅: 그렇군요. 저희가 얼마 전에 '조용한 사직'이라는 개념을 소개해 드린 적이 있잖아요. 근데 요즘에는 기업에서 '조용한 해고'로 대응을 하고 있다는데, 처음 듣는 분들을 위해서 '조용한 사직'이 뭔지도 소개를 해 주시고요. 저는 '조용한 해고'도 처음 들어서, 이 부분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 김효신: '조용한 사직'이라는 건 실제로 회사를 그만두는 게 아니고 그냥 회사에서 자기가 맡은 일만 하는 걸 얘기를 하는 것이고요. 지극히 소극적으로 일하는 것을 얘기하는 겁니다. 그래서 이렇게 소극적으로 일하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서 해고를 하는 것도 아닌, 그냥 단순한 업무만 부과하는 수준. 그다음에 연봉의 인상에서 배제시키는 이런 것들에 대해서 '조용한 해고'라는 단어가 나오고 있어요. 그래서 한 예를 들면, 보고된 사례인데 김 모 씨가 회사에서 부서 회의에서 계속 빠지고 있는데, 이거는 본인 의사가 아니고 상사 지시에 의한 거였다고 해요. 이렇게 되면 부서 회의 하는데 혼자만 빠지니까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되는 건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김 모 직원분께서 '조용한 사직'을 말한 게 발단이 됐어요.

◇ 이현웅: 이런 분들이 항상 '나 돈 받은 만큼만 일할 거야' 이런 얘기를 많이 하시죠.

◆ 김효신: 그러면 사실 지피지기로 생각을 해보면, 그 말을 듣는 순간 다른 분들은 어떻겠어요. '그러면 그만큼만 일하게 해 줄게요', 이렇게 마음이 드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냥 단순 노동만 계속 시키게 되는 거예요. 딱 일하는 만큼만, 단순 노동만 업무 부과를 계속하는 거죠.

◇ 이현웅: 그러니까 이분한테 프로젝트를 맡기거나 장기적인 계획, 중요한 것들을 맡기지 않고 단순한 노동들만 시킨다?

◆ 김효신: 맞습니다. 그러면 김 모 직원분의 입장에서는 사실 '조용한 사직'을 계속 얘기하는 순간 자기의 성장 기회는 이 회사에서는 부여받지 않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회사는 그에 대응하는 의미로서 성장 기회를 박탈하고 업무 피드백에서 제외시키고, 그다음에 연봉을 동결하고 승진을 누락하는 것, 자연스럽게 승진을 하지 않게 만드는 것, 이런 행위들이 '조용한 해고'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 이현웅: 나중에 정말 법적으로 두 개념이 맞붙었을 때는 어떤 판결이 내려질까도 궁금해집니다.

◆ 김효신: 워낙 신조어니까 서로 왈가왈부하고 있는 상황 같은데요. '조용한 사직'이든 '조용한 해고'든 어느 누가 발단이 되는지 모르지만 결코 바람직한 행동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냥 악순환을 반복하게 만드는. 어떤 게 발단이 되었다면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말씀드리겠습니다. '항상 아름다운 이별이 중요하다', 이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이현웅: 현장에서 느끼신 바를 잘 한 문장으로 정리해 주셨습니다.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김효신 노무사와 함께했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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