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력다툼 끝내면 무섭게 퍼진다…'잡종변이', 재유행 주도하나
일간 확진이 매일 전주보다 만명씩 늘어난 가운데 겨울 재유행 시점이 11월로 앞당겨질 수 있다는 새로운 전망이 고개를 든다. 국내외에서는 현재 세력다툼을 벌이는 무수한 변이바이러스 중 주도권을 잡는 변이가 나타나면 재유행의 폭발력이 더 커질 것으로 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 가운데 두 개의 변이가 재조합된 'XBB' 변이의 위험성을 경고했고, '닫힌사회'인 북한도 'XBB' 확산을 주시하며 내부에 방역의식 제고를 다그쳤다. 'XBB'는 이미 국내에도 유입된 상태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3일 0시 기준 신규확진자 수가 4만6896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재원중 위중증 환자는 290명으로 전일대비 13명 감소했다. 사망자는 41명으로 누적 사망자는 2만9280명이다.
이날 신규확진자 수는 전일보다 7870명 감소했다. 하지만 전주 대비로는 1만1909명 증가했다. 전주대비 1만명대 증가세가 이어진다.
확진자 수가 늘어나자 방역당국은 코로나19 주간 위험도가 전국과 수도권, 비수도권에서 모두 '중간'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주간 위험도가 '낮음' 단계에서 중간으로 상향된 건 지난 9월 2주 이후 6주 만이다. 임숙영 방대본 상황총괄단장은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올여름 재유행이 본격화하기 이전인 7월 초 수준"이라며 "감염재생산지수도 지난주 1.17로 2주 연속 1 이상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이제 사실상 재유행의 입구에 들어섰다는 지적이 의료계에서 나온다. 관건은 재유행의 파괴력이다. 하루 최대 18만명 확진자가 나왔던 여름철 유행 규모를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 이와 관련, 현재 무수히 퍼져있는 변이 바이러스 중 확실한 우세종이 나오면 재유행 규모가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게 당국 관측이다. 임숙영 방대본 상황총괄단장은 "대유행이 나타났을 때는 대체로 변이와 관련성이 있었다"며 "현재 특정 변이가 지배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WHO에서는 무수한 변이 중 특히 'XBB'에 주목했다. 마리아 밴커코브 WHO 코로나19 기술팀장은 지난 달 기자회견에서 "300개 이상의 오미크론 변이가 보고됐다"며 "(특히 XBB는)상당한 면역 회피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XBB는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세를 넓히는 중인데 싱가포르에서는 이미 우세종이 됐으며 인도에서도 검출률이 30%를 넘어섰다.
외부 방역 경고에 대체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북한도 WHO의 이 같은 지적에 내부 방역 단속을 강조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최근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 오미크론 변이비루스(바이러스)의 새로운 변이형태인 'XBB'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며 변이 바이러스가 유입되지 않도록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강조했다.
XBB는 'BA.2.75'와 'BA.2.10.1'의 재조합변이다. 중국에서는 XBB가 현재 전 세계적 우세종인 BA.5 변이 감염에 의해 생성된 항체를 부분적으로 회피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이미 국내에도 유입돼 있다. 지난 10월 29일 기준, 국내 XBB 검출률은 0.8% 수준이다. 국내에 유입된 변이는 XBB를 비롯, 'BA.5', 'BF.7', 'BQ.1', 'BQ.1.1', 'BA.2.75', 'BA.2.75.2', 'BA.2.3.20' 등 8개다. 모두 오미크론 변이들의 후손들이다.
현재 우세종은 BA.5지만 세력이 약해지고 있다. 한달 전만 해도 90%를 훌쩍 넘긴 검출률은 이제 88.3%다. 대신 나머지 변이들이 검출률이 올라간다. BA.2.75가 3.6%, BF.7가 2.2%, BQ.1.1이 1.5% 등이다. 다만 아직 BA.5를 제외한 나머지 변이들 중 세력이 두드러진 바이러스는 없다.
이들 대부분 변이들이 BA.5보다 면역회피력과 전파력을 키운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변이 중 어느 하나가 우세종이 되면 재유행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 앞서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11월 초~중순이 되면 한 변이종이 급격히 치고 올라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새 변이가 코로나19와 동시 유행중인 다른 바이러스와 동시 감염을 일으키는 상황도 변수다. 올해 겨울철 유행은 예년과 달리 독감과 사람메타뉴모바이러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등이 코로나19와 함께 유행하는 '멀티데믹'(여러 감염병의 동시 유행)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메타뉴모바이러스와 RSV는 마땅한 치료제나 백신이 없다. 성인은 일정 수준 면역이 있지만 소아와 청소년은 그렇지 않다. 독감도 위험하다. 올해 독감 유행을 주도할 우세종은 독감 중에서도 독성이 강하다는 'A형 H3N2'이다. 코로나19와 독감에 동시 감염되면 중증도가 크게 올라갈 수 있다. 관련 연구결과도 있다. 2020년 영국 공중보건국 조사에 따르면 동시 감염자들의 사망률은 미감염자의 6배, 코로나19만 감염된 환자의 2.3배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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