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유아인, 이태원 참사 루머에 입 열었다.."통곡의 주인보다 시끄러운 X소리들"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유아인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루머에 일침하며 애도의 뜻을 밝혔다.
유아인은 3일 자신의 개인 계정에 "밥을 먹고 운동도 하고 똥도 싸고 깔깔대며 웃기까지 한다. 휘황찬란한 것들을 쫓다가 발을 헛디디고 더러운 것들을 피하려다 포기한 채 흠뻑 뒤집어 쓰기로 했다. 내 걸음을 걸으려는데 한 발도 떼기가 어렵다"며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유아인은 "일상이 흐른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조금씩 다르게 흐른다. 눈물은 더 몰래 흘린다. 세월이 흘렀고, 변한 게 있다. 분이 차오를 때면 습관처럼 가운뎃손가락을 펼쳤는데 이제는 꾹 참고 쥔 주먹으로 가슴을 친다. 엄한 걸 치던 손으로 나를 친다. 한때 좀 쳤다던 왕년 타령의 주인공으로 사는 게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고 했다.
이어 "감사와 수치를 모르고 살아지는 삶의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게 노화인 걸까. 그 반대편에 버티는 이 시대의 성공들, 나는 배회한다. 그와중에 자꾸 뭘 더하고 더 많이 잃어버린다. 어지간하면 등잔 밑에 있던 것들이 더는 보이지 않고 동전 먹은 자판기에 그러듯 마구잡이로 치고 두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며 유아인은 "초상집 가운데에서 초상을 등진다. 누가 더 잘났는지 모르겠다. 누가 더 잘못했는지는 더 모르겠다. 꺼진 생명을 무기로, 방패로, 소재로, 안주로, 걸림돌로 삼느라 꺼지지 않는 화면들. 통곡의 주인 보다 더 시끄러운 개소리들. 빅한 데이터로 팔려나가는 것들. 입닥쳐. 쪽팔린 줄 알아야지. 마음 좀 써 제발. 더 아프고 덜 아픈 마음 겨루다 버려진 것들. 사실은 한통속의 우리들. 그 마음들이 지금 가장 필요한 곳에 닿을 수 있기를 바란다. 여기다가 애써 밝힌 마음이 가장 필요한 곳에 전해질 수 있으면 좋겠다. 아무도 없는 방에 켜 둔 빛보다는 그게 덜 무안해서"라고 밝혔다.
유아인은 또 "화면을 두드려 나온 것으로 아픈 마음들을 만질 수 있으면 좋겠다. 사랑해. 그리고 사랑해요. 고작 나에게 필요한 만큼요. 내가 버렸고 내가 가졌고 내가 가지지 못한 딱 그만큼요"라며 위로를 전했다.
유아인은 앞서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인파가 몰리며 발생했던 이태원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등 루머에 시달려야 했다. 이에 해당 글도 이와 관련한 자신의 심경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유아인은 당시 이미 해외로 출국했던 상황으로, 루머에 휩싸이자 개인 일정까지 공개해야 했다.
지난달 29일 발생한 사고로 인해 156명이 숨졌고, 부상자도 다수 발생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부터 오는 5일까지를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했고, 방송사와 영화계, 가요계 등도 이에 동참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음은 유아인 글 전문.
밥을 먹고 운동도 하고 똥도 싸고 깔깔대며 웃기까지 한다. 휘황찬란한 것들을 쫓다가 발을 헛디디고 더러운 것들을 피하려다 포기한 채 흠뻑 뒤집어 쓰기로 했다. 내 걸음을 걸으려는데 한 발도 떼기가 어렵다.
일상이 흐른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조금씩 다르게 흐른다. 눈물은 더 몰래 흘린다. 세월이 흘렀고, 변한 게 있다. 분이 차오를 때면 습관처럼 가운뎃손가락을 펼쳤는데 이제는 꾹 참고 쥔 주먹으로 가슴을 친다. 엄한 걸 치던 손으로 나를 친다. 한때 좀 쳤다던 왕년 타령의 주인공으로 사는 게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
감사와 수치를 모르고 살아지는 삶의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게 노화인 걸까. 그 반대편에 버티는 이 시대의 성공들, 나는 배회한다. 그와중에 자꾸 뭘 더하고 더 많이 잃어버린다. 어지간하면 등잔 밑에 있던 것들이 더는 보이지 않고 동전 먹은 자판기에 그러듯 마구잡이로 치고 두드린다.
그리고 나타나는 것들.
며칠 전에는 친구들과 맥주를 마셨다. 너희는 행복하냐고 그중 가장 오래된 한 친구가 물었다. 모기 쫓듯 불규칙한 모양으로 규칙적인 손사래를 치다가 충분히 웃기고 적당히 양심적인 소리들을 내뱉으며 우리는 쿨하지도 뜨겁지도 않은, 마시던 맥주보다 더 미지근한 시간을 보냈다.
미안해라. 조금만 뜨거워져도 오그라드는 우리들. 술로 몸을 덥히면 좀 견딜만하잖아. 그럼에도 여지 없이 감전되는 감정들, 잡지 못한 것들, 놓쳐버린 마음들.
'더 선명하고 명쾌하게 꺼내고 싶은 것들이 있어. 후딱 끝내버리고 싶은 것들도. 그래도 꾹 참는다. 하나씩 하나씩 그리고 더 천천히.'
속도에 대한 믿음을 잃기 시작하면서, 사실은 속도를 잃어버렸거나 속도를 이기지 못하는 스스로를 발견하면서부터 나는 그러기로 했다. 그런데도 자꾸 쓰이는 마음.
"마음은 여기에 쓰지 마. 그건 안 팔린다니까. 쪽팔린다니까!"
그게 내 소린지 네 소린지. 초상집 가운데에서 초상을 등진다. 누가 더 잘났는지 모르겠다. 누가 더 잘못했는지는 더 모르겠다. 꺼진 생명을 무기로, 방패로, 소재로, 안주로, 걸림돌로 삼느라 꺼지지 않는 화면들. 통곡의 주인 보다 더 시끄러운 개소리들. 빅한 데이터로 팔려나가는 것들. 입닥쳐. 쪽팔린 줄 알아야지. 마음 좀 써 제발. 더 아프고 덜 아픈 마음 겨루다 버려진 것들. 사실은 한통속의 우리들. 그 마음들이 지금 가장 필요한 곳에 닿을 수 있기를 바란다. 여기다가 애써 밝힌 마음이 가장 필요한 곳에 전해질 수 있으면 좋겠다. 아무도 없는 방에 켜 둔 빛보다는 그게 덜 무안해서.
화면을 두드려 나온 것으로 아픈 마음들을 만질 수 있으면 좋겠다. 사랑해. 그리고 사랑해요. 고작 나에게 필요한 만큼요. 내가 버렸고 내가 가졌고 내가 가지지 못한 딱 그만큼요.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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