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뜨거운 의약품 원료 공급망 확보 경쟁...수급안정·자급화 필요

김시소 2022. 11. 3.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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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 생산 위한 원자재 공급 필수
셀트리온, 유럽업체와 공급망 다변화
국내 업체, 물량 전량 수입에 의존

의약품 업계에서 원료 공급망 구축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독일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제약·바이오 행사인 '국제의약품박람회(CPHI)'에서는 원부자재, 원료의약품 확보가 이슈였다.

◇바이오 생산 허브 한국, 원부자재 확보 특명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롯데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최근 생산능력 확대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달 중순 단일 공장 세계 최대 규모인 4공장의 가동을 시작했다. 회사는 내년 상반기 중 100% 가동할 계획이다.

일정대로라면 연간 생산량이 총 60만4000리터에 달하는 초대형 생산기지를 운영해야 한다. 때문에 차질 없는 가동 및 생산을 위한 원부자재 공급이 필수고, 이를 위해 삼성물산 등 그룹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독일 현지에서 만난 삼성 그룹 관계자는 “코로나로 공급망이 최고조로 불안정한 시기는 지났지만 여전히 제때, 정기적으로 바이오 의약품 산업에 필요한 물량을 댈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케빈 샤프 삼성바이오로직스 상무는 “송도에 다양한 바이오의약품 생산 관련 벤더들이 들어오고 있는데, 앞으로 좀 더 발빠르고 탄탄하게 원부자재들 제공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 역시 상품화 직전 단계인 3상 진입 파이프라인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원부자재 공급에 공을 들이고 있다. 셀트리온은 향후 상품화가 가능한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 생산을 위해 현재 송도에 4공장 건립을 추진 중이다. 4공장 생산량은 20만리터로 셀트리온 공장 중 가장 큰 규모다. 4공장을 가동하면 셀트리온 생산능력은 연간 25만리터에 45만리터로 갑절에 가깝게 늘어난다.

셀트리온은 이번 CPHI에서 주로 유럽 원부자재 업체들과 미팅하며 원부자재 공급망 다변화와 강화에 집중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글로벌에 바이오 의약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은 관련 원료, 원부자재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오 의약품 수요 증가, 경기침체, 불안정한 국제 정세 등 여러 요소가 겹쳐 당분간 공급망을 최대한 강화하는데 신경을 써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원료의약품 강국 인도 다시 두각…“자체 생태계로 의존도 줄여야”

SK 글로벌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통합법인 SK팜테코는 미국 관계사 CBM을 통해 세포유전자치료제(CGT)와 메신저리보핵산(mRNA) 핵심 원료인 플라스미드DNA 생산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바이오 업계 원료 공급망이 중요해지며 이 시장에서 성장 기회를 잡기 위해서다.

이동훈 SK 바이오투자센터장(부사장)은 CPHI에서 “CGT, mRNA 시장이 급성장하며 현재 플라스미드DNA 공급에 병목 현상이 심각하다”면서 “CGT 디자인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 역량을 보유한 CBM이 생산을 본격적으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CBM이 증설 중인 공장이 가동되면 (SK팜테코가) 글로벌 플라스미드DNA 주요 공급자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통적인 원료의약품 강국 인도 역시 최근 공격적으로 영업을 재개하고 있다. 원료의약품은 주로 합성의약품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원료다. 예를 들어 해열진통제 분야에서는 아세트아미노펜, 이부프로펜이 원료의약품이다.

CPHI 2022에 참가한 인도 제약업계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특히 인도는 이번 CPHI에서 380여개 업체가 참여하며 국가 기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중 200여곳이 원료의약품 업체다. 행사에 참석한 국내 원료의약품 업체 관계자는 “코로나가 엔데믹에 진입하며 인도 원료의약품 업체들이 다시 국제 비즈니스 전면에 등장하는 모습”이라면서 “특히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중국이 미국과 무역전쟁으로 타격을 입으며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바이오의약품 원부자재, 원료의약품 분야는 국산 자립도가 매우 낮은 분야 중 하나다.

우리나라는 최근 정부 주도로 '바이오 소부장(소재·부품·장비)연대협력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원부자재 국산화에 나섰지만, 아직 대규모 생산에 필요한 물량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최영희 국민의힘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우리나라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최근 5년간 평균 28% 수준이다. 국내 업체들의 원료의약품 수입 의존도는 중국 35.4%, 인도 10.8%, 일본 10.6%로 특정 국가 세 곳에서 절반 이상을 기대고 있다.

때문에 분야를 막론하고 의약품 원료 국산 자립도를 키우는 것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국내 바이오 원부자재 업체 관계자는 “송도 바이오클러스터에 국내외 원부자재 기업들이 모인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조성될 것”이라면서 “국내 업체들이 대기업 CDMO와 대량 생산이 가능한 품질과 공급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의약품 원료의 주성분 다변화가 필요하다”면서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국가 필수 의약품에 대해서는 한국희귀의약품센터를 통해서 50억원 예산을 투입해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크프루트(독일)=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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