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부상을 부친상으로 속여 부의금 챙긴 공무원…법원 "파면은 지나쳐"

숙부상을 부친상으로 속여 동료와 주민들로부터 부의금을 챙겼다가 파면된 구청 공무원이 "징계를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이겼습니다.

오늘(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정희 부장판사)는 전직 공무원 A씨가 소속 구청을 상대로 낸 '파면 및 징계부가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을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서울의 한 동 주민센터에서 일하던 A씨는 지난해 1월 내부 직원 게시판에 부친상 부고를 올렸습니다. 전·현직 동료들이 부의금을 냈고, 일부는 지방에 차려진 빈소를 직접 찾아 조문했습니다.

A씨는 평소 알고 지낸 지역 주민들에게도 부고를 알려 부의금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모인 부의금은 2479만 원에 달합니다.

하지만 이후 A씨의 부친상이 아닌 숙부상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습니다. 서울시 인사위원회는 같은 해 8월 A씨를 파면하고 징계부가금 7437만 원을 부과했습니다.

A씨는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징계가 지나치게 가혹하다"라며 올해 4월 소송을 냈습니다. 그는 부의금 약 1800만 원을 돌려줬고, 어린 나이에 부친을 여의고 숙부와 가깝게 지내왔다고 항변했습니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공무원의 신분을 박탈하는 것을 넘어 경제적, 신분상 불이익 등을 추가로 가하는 파면 처분은 지나치게 과중하다"라고 보고 징계를 취소했습니다.

재판부는 A씨의 행동이 잘못된 것은 맞지만 A씨가 숙부의 장례비를 부담하는 등 고려할 만한 사정이 있다며 '해임'을 넘어 추가 불이익이 동반되는 '파면'까지 이르는 것은 과하다고 봤습니다. 아울러 징계부가금 산정에도 A씨가 돌려준 조의금을 반영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징계 외에도 구청으로부터 고발당한 A씨는 사기 혐의로 서울동부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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