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살리지 못해 죄송”…이태원 현장 고군분투 경찰 눈물
이승우기자 2022. 11. 3. 13:14
“저는 그렇게 영웅이라 불릴 사람이 아니에요. 저로 인해 유족분들의 슬픔이 가려지는 게 아닐까 우려될 뿐입니다.”
지난달 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일 이태원파출소에서 근무했던 김백겸 경사(31)는 2일 동아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간신히 눈물을 참으며 이같이 말했다. 참사 당시를 떠올리던 김 경사의 목소리는 심하게 떨렸다. 그는 “지금도 누우면 구하지 못했던 분들이 떠오른다“며 “당시에 더 좋은 판단을 했다면 한 분이라도 더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경찰청이 공개한 112 신고 기록에 따르면 참사 당일 약 13만 명이 몰린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 신고 처리는 당시 근무자가 20여 명에 불과했던 이태원파출소의 몫이었다. 서울청 112 치안종합상황실이나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에서는 파출소에 출동 지령만 내릴 뿐이었다.
동아일보가 참사 당일 오후 10시 반부터 30분 동안 이태원파출소 인근에 머물며 내부 동향을 살펴보니 근무자들은 주취자나 모의 총기를 사용하다 적발된 시민을 조사하는 등 크고 작은 민원에 대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태원 파출소 직원 A 씨는 경찰 내부망에 “대부분 직원은 현장 곳곳에서 인파를 통제 중이었고 안전사고 우려 외에 다른 신고도 처리했다”라고 했다. 참사 당시 근무했던 이태원파출소 직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더 살리지 못해 죄송해”
참사 이후 온라인에서 한 경찰관이 인파 속에서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 “제발 이동해달라”고 외치며 통행 지도를 하는 영상이 올라오며 화제가 됐다. 댓글에는 “표창을 줘야 한다”, “명예로운 경찰관이다”라는 칭찬이 쏟아졌다.
지난달 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일 이태원파출소에서 근무했던 김백겸 경사(31)는 2일 동아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간신히 눈물을 참으며 이같이 말했다. 참사 당시를 떠올리던 김 경사의 목소리는 심하게 떨렸다. 그는 “지금도 누우면 구하지 못했던 분들이 떠오른다“며 “당시에 더 좋은 판단을 했다면 한 분이라도 더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경찰청이 공개한 112 신고 기록에 따르면 참사 당일 약 13만 명이 몰린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 신고 처리는 당시 근무자가 20여 명에 불과했던 이태원파출소의 몫이었다. 서울청 112 치안종합상황실이나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에서는 파출소에 출동 지령만 내릴 뿐이었다.
동아일보가 참사 당일 오후 10시 반부터 30분 동안 이태원파출소 인근에 머물며 내부 동향을 살펴보니 근무자들은 주취자나 모의 총기를 사용하다 적발된 시민을 조사하는 등 크고 작은 민원에 대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태원 파출소 직원 A 씨는 경찰 내부망에 “대부분 직원은 현장 곳곳에서 인파를 통제 중이었고 안전사고 우려 외에 다른 신고도 처리했다”라고 했다. 참사 당시 근무했던 이태원파출소 직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더 살리지 못해 죄송해”
참사 이후 온라인에서 한 경찰관이 인파 속에서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 “제발 이동해달라”고 외치며 통행 지도를 하는 영상이 올라오며 화제가 됐다. 댓글에는 “표창을 줘야 한다”, “명예로운 경찰관이다”라는 칭찬이 쏟아졌다.
영상의 주인공인 김 경사는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10분경 판촉물 아르바이트를 하는 직원과 행인 간 시비가 벌어졌다는 신고받고 해밀턴 호텔 옆 골목길로 출동을 갔다가 참사 현장을 목격했다. 김 경사는 “당시 사람이 웅성대는 소리가 들렸고 비명과 함께 사람들이 카메라로 무언가를 촬영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후배 경찰 2명과 함께 인파를 헤집고 골목길 안으로 진입한 김 경사가 마주한 건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다. 많은 사람이 깔리고 뒤엉켜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었다. 김 경사와 후배 경찰들이 서둘러 구조에 나섰지만 많은 인파가 깔려있어 3명만으로는 불가능했다. 무전으로 추가 지원을 요청한 김 경사는 출동한 다른 파출소 경찰들과 함께 구조 활동을 이어 나갔다.
그러나 사고 발생을 모르던 시민들이 끊임없이 골목길로 밀려오는 탓에 구조가 쉽지 않았다.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뿐만 아니라 골목의 끝자락인 세계음식문화거리 인근에서도 구조활동을 해야 했으나 골목을 가득 메운 인파로 인해 인력 자체가 어려웠다.
김 경사는 “사람이 죽어간다”, “이동해달라”고 외치며 질서 유지에 나섰다. 단순 시비가 벌어졌다는 신고만 받고 나오다 보니 확성기를 가져오지 못했지만, 워낙 급박한 상황이 목청껏 소리 질렀다고 했다.
후배 경찰 2명과 함께 인파를 헤집고 골목길 안으로 진입한 김 경사가 마주한 건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다. 많은 사람이 깔리고 뒤엉켜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었다. 김 경사와 후배 경찰들이 서둘러 구조에 나섰지만 많은 인파가 깔려있어 3명만으로는 불가능했다. 무전으로 추가 지원을 요청한 김 경사는 출동한 다른 파출소 경찰들과 함께 구조 활동을 이어 나갔다.
그러나 사고 발생을 모르던 시민들이 끊임없이 골목길로 밀려오는 탓에 구조가 쉽지 않았다.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뿐만 아니라 골목의 끝자락인 세계음식문화거리 인근에서도 구조활동을 해야 했으나 골목을 가득 메운 인파로 인해 인력 자체가 어려웠다.
김 경사는 “사람이 죽어간다”, “이동해달라”고 외치며 질서 유지에 나섰다. 단순 시비가 벌어졌다는 신고만 받고 나오다 보니 확성기를 가져오지 못했지만, 워낙 급박한 상황이 목청껏 소리 질렀다고 했다.
김 경사는 “다행히 거의 모든 시민분이 질서 통제에 협조해줘서 요청한 위치로 이동하셨다”며 “구조 활동에 협조해주신 시민분들 덕분에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는 구조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파출소 직원들이 당시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해 근무했다고는 하지만 더 많은 사람을 구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며 “유족분들께 면목이 없고 항상 죄송한 마음뿐이다”고 말했다.●“인력 충원만 됐다면 사고 방지했을지도 몰라”
김 경사와 함께 이태원파출소에서 근무하는 A 팀장은 2일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요청한 대로 인력이 충원됐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며 안타까워했다. A 씨는 “지난달 25일부터 이태원 파출소에서 경찰 인력 지원을 강하게 요청한 것으로 안다”며 “기동대를 보내달라고 했지만, 서울청에서 지원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보고와 관리 체계에 따라 움직이다 보니 파출소 차원에서의 (경찰 인력 지원) 요청은 한계가 있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A 팀장은 “이태원파출소는 평소 주말에도 너무 바빠 인력 부족을 종종 느꼈다”며 “핼러윈 당일인 29일은 평소 주말보다도 4배 이상의 많은 신고가 접수돼 주간팀과 야간 팀이 교대도 하지 않고 계속 남아 근무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기동대 증원을 20여명 정도 해줬었는데 올해는 해주지 않아 그 점이 가장 아쉽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핼러윈 당시 방역 관리를 위해 기동대를 이태원 일대에 투입했다.
A 팀장은 이번 참사에 대해 “책임 여부를 떠나 한 명의 경찰관으로서 이태원 참사 관련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 경사와 함께 이태원파출소에서 근무하는 A 팀장은 2일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요청한 대로 인력이 충원됐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며 안타까워했다. A 씨는 “지난달 25일부터 이태원 파출소에서 경찰 인력 지원을 강하게 요청한 것으로 안다”며 “기동대를 보내달라고 했지만, 서울청에서 지원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보고와 관리 체계에 따라 움직이다 보니 파출소 차원에서의 (경찰 인력 지원) 요청은 한계가 있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A 팀장은 “이태원파출소는 평소 주말에도 너무 바빠 인력 부족을 종종 느꼈다”며 “핼러윈 당일인 29일은 평소 주말보다도 4배 이상의 많은 신고가 접수돼 주간팀과 야간 팀이 교대도 하지 않고 계속 남아 근무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기동대 증원을 20여명 정도 해줬었는데 올해는 해주지 않아 그 점이 가장 아쉽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핼러윈 당시 방역 관리를 위해 기동대를 이태원 일대에 투입했다.
A 팀장은 이번 참사에 대해 “책임 여부를 떠나 한 명의 경찰관으로서 이태원 참사 관련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승우기자 suwoong2@donga.com
최미송기자 cm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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