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SKT, 010 전환 안 한 가입자에 3G 제공 의무 없어”
이동통신사가 휴대전화번호 앞자리를 ‘010’으로 변경하지 않고 3G통신서비스를 제공해달라는 사용자의 요구를 받아들일 의무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번호이동권과 관련한 대법원의 첫 판단이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은 ‘010통합반대운동본부’ 소속 A씨 등 633명이 SK텔레콤을 상대로 낸 이동전화 번호이동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A씨 등은 휴대전화번호 앞자리(식별번호)가 01X(011, 016, 017, 018, 019)인 상태로, 2G이통통신서비스를 이용하다 SK텔레콤에 3G서비스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번호이동신청’을 했다. 이에 SK텔레콤은 A씨 등에게 휴대전화 번호 앞자리를 ‘010’으로 변경할 것을 요구했다. 앞서 2002년 정부가 3G 통신사업자에게 휴대전화 앞자리(식별번호)를 ‘010’으로 통합해 부여하고, 5년 이내에 다른 식별번호를 회수하도록 하는 ‘번호통합정책’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A씨 등은 지난해 6월까지 식별번호를 ‘010’으로 바꾸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고, 이에 SK텔레콤은 A씨 등의 ‘번호이동신청’을 거부했다.
A씨 등은 SK텔레콤이 전기통신사업법 제58조 및 방송통신위원회고시 위반했다며 소송을 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58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은 이용자가 전기통신사업자 등의 변경에도 불구하고 종전의 전기통신번호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전기통신번호이동성에 관한 계획(이하 이 조에서 “번호이동성계획”이라 한다)을 수립·시행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A씨 등은 이 문구가 ‘종전의 식별번호를 유지한 채 3G서비스를 제공해달라는 요구를 이동통신사가 수용할 의무가 있음’을 뜻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2·3심 모두 A씨 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해당 조항은 그 문언상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으로 하여, 전기통신번호이동성에 관한 계획의 수립 및 시행의 ‘가능성’을 정하고 있을 뿐, 그 밖에 내용에 관해서는 특별한 제한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식별번호의 변경 없이 영구적으로 3G 등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구체적 의무를 부과하는 조항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했다.
이어 “이 법의 목적은 ‘전기통신사업자 간 경쟁 촉진’이며, 이로 인해 이용자의 편익이 증대되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이용자의 식별번호를 유지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기 위해 신설된 조항이라고 볼 입법 근거는 발견되지 않는다”고 했다.
2심과 3심도 1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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