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눈Noon] ‘군중 눌림 현상’ 연구…참사 원인 규명될까
[앵커]
이태원 압사 사고가 난지 5일이 지나고 있습니다.
참사 상황을 과학적으로 해석하고 원인을 찾아보려는 노력들이 있었는데요.
가끔은 서로 수치가 다르거나 해석이 달라 헷갈리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오늘은 군중 눌림 현상에 대한 연구 내용을 한번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은정 해설위원 나와있습니다.
이기자, 먼저 새로운 논문을 하나 소개해 주실 게 있다면서요.
[기자]
네, 한림대 왕순주 교수님이 2011년 발표한 논문을 중심으로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그동안 군중들이 모였을 때 받는 압력에 대해 몸무게 50kg의 사람이 몇 명 있다고 가정하면 압력이 얼마다, 이렇게 계산하곤 했었는데요.
이것은 적절치 않고요.
사람 사이의 압력은 2가지가 있는데요.
자가발생적압력과 체중에 의해 나오는 경사압력이 있습니다.
그동안 다른 사람의 체중에 의한 압박은 많이 얘기했었는데 자가발생적압력은 얘기가 안 나왔었죠.
기대는 힘, 체중압력의 평균치는 260뉴턴, 26킬로그램에프, 자가발생 압력의 힘은 200뉴턴, 약 20킬로그램에프로 한 사람 당 46킬로그램에프 나옵니다.
그러므로 분석을 할 때는 자가발생 압력도 고려해야 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압력이라는 것이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증가하는 것일 텐데요.
결국 모인 사람 숫자가 중요한 것 아닐까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일정 구역 안에 모인 사람의 숫자, 즉 밀도를 눈여겨봐야 하는데요.
군중의 밀도가 임계 밀도 이상이 되면 사고가 일어납니다.
연구에 따르면 서있는 사람의 밀도가 1제곱미터에 7.13명 이상이면 치명적이라고 합니다.
또 다른 연구, 사람들의 보행 과정을 시뮬레이션한 영상을 함께 보겠습니다.
폭 6미터, 길이 20미터의 도로입니다.
밀도가 적당할 때는 사람들이 서로 비켜가면서 올라오는 흐름, 내려가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형성됩니다.
그런데 사람 숫자가 800명으로 밀도가 제곱미터 당 6.6명 이상으로 높아지면 처음에는 좀 움직이다가 서로 엉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되는데요.
물리학적으로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있는 액체가 움직일 수 없는 고체처럼 변하는 고형화 현상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태원 1번 출구 앞 길은 폭 4미터, 길이 40미터인데 경사까지 있기 때문에 임계밀도가 더 작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런데 대부분의 사망자들이 질식사를 했는데 압박이 얼마나 심하면 죽음에 이르게 될까요?
또 흉부 압박이 가장 심해서 질식사를 하는 것일까요?
[기자]
눌림에 의한 질식을 유발하는 조건에 대해 해외 과학자들이 연구를 했습니다.
눌림 상황에서 가장 민감한 부위는 흉부인데요.
눌림에 따라 불편을 느끼는 시간이 달라지고 6277뉴턴, 즉 640킬로그램의 힘이 15초 동안 가해졌을 때 사망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압박 상황에서 흉부에 가장 영향을 주는 이유는 호흡 때문입니다.
우리가 숨을 내뱉을 때 날숨에서 폐가 잠깐 줄어들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때 주변 압력으로 폐가 줄어드니까 다시 공기를 들이마시면서 폐를 확장하기가 힘들게 됩니다.
다음 호흡 때 마시는 공기가 줄어들고 이런 과정이 되풀이되면 산소 부족으로 질식사로 연결되는 겁니다.
[앵커]
연구 내용을 듣는 것만으로도 사고 당시가 연상되면서 기분이 좋지는 않습니다만 그렇다면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이태원 참사의 원인을 규명할 수 있을까요?
[기자]
그 부분이 오늘 설명하고자 하는 것의 핵심인데요.
제가 3명의 연구자에게 취재했는데 원인 규명을 할 수 있느냐는 부분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습니다.
물리학 현상으로 봤을 때 이런 밀도로 군중이 모여있으면 누군가는 넘어지고 누군가는 의도치 않게 미는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인데 원인을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 과거 사우디에서 있었던 대규모 종교 행사 같은 경우는 현장 영상을 통해 시발 지점을 분석하기도 하는데 이번 이태원의 경우는 밤늦은 시간이었고 영상도 명확하지 않은 편이기 때문에 이를 통해 가려내려는 시도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사고 수습을 위한 자원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현재 상황에서 누가 밀었는지, 고의성이 있었는지 이런 조사를 하기 위해 노력을 굳이 해야 하나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요?
[기자]
앞으로 군중들이 모이는 지역에 CCTV를 더 촘촘히 설치하자는 의견이 나오는데요.
CCTV 영상을 분석할 때 앞서 말한 임계밀도를 적용할 수 있을 겁니다.
AI 기술을 이용해 특정 지역에 모인 사람의 밀도가 기준 이상이 되면 알람을 울리거나 할 수 있지요.
이런 기술은 아마도 쉽게 구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연구비를 받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제가 소개하는 11년 전 논문에도 '사망에 이르는 구체적인 압력 수치를 도출하려면 인간 신체와 관련된 여러 외부 영향으로 인하여 추가적인 연구가 더 필요하다'라고 적혀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연구비를 받지 못해 후속 연구를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연구자도 학제간 융합 연구를 하고 싶은데 연구비 규모가 작아서 쉽지 않다고 합니다.
선진국이란 재난이 일어나지 않는 나라가 아니라 동일한 재난이 반복되지 않는 나라라고 하지 않습니까?
이번을 계기로 물리학, 공학, 의학,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재난 상황을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학제 간 융합 연구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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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기자 (ejl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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