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경찰 부실대응, 국가 상대 승소 가능? 이전 늑장출동 사건 보니…

양은경 기자 2022. 11. 3.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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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장출동’ 문제됐던 강력 사건들은 어땠나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해밀톤 호텔 이태원 압사 참사 사건 현장에 해밀톤 호텔 측 분홍 철제 가벽이 설치돼 있다./뉴스1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일 사고발생 네 시간 전부터 경찰에 압사 가능성을 알리는 112신고가 신고가 접수됐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등 경찰의 부실대응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릴 수 있을 지 주목받고 있다.이는 현재 검경이 특수본을 구성해 책임자를 수사하는 것과 별도로 유족 등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낼 경우 승소가능성에 관한 문제다.

실제 오원춘 사건, 이영학 사건 등에서 유족이 경찰의 부실대응을 이유로 국가배상 소송을 내 승소한 전례가 있다. 법원은 1)경찰공무원이 과실로 현저히 불합리하게 공무를 처리해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는지 2)이로 인해 범죄 발생을 막지 못했는지를 기준으로 배상 여부를 판단한다. 범죄 예방업무를 담당하는 경찰에 기본적으로는 출동여부와 방법에 대한 재량이 있으므로, 현저히 불합리한 경우에만 배상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오원춘 사건, ‘어금니아빠’ 이영학 사건 등에서는 배상책임 인정

‘오원춘 사건’은 2012년 오씨가 자신의 집 앞을 지나던 여성을 끌고가 성폭행하고 시신을 훼손한 사건이다. 당시 경찰은 피해자의 구조요청을 받고도 신고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늑장 출동한 사실이 알려져 비난이 커졌다. 유족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국가의 위법행위로 피해자가 사망했다며 총 9982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12접수요원이 ‘모르는 남자로부터 알지도 못하는 집안에서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는 중대한 신고내용을 현장 출동팀에 제대로 전달하지 않아 대응 시각이 늦어졌다는 것이다.

반면 2심은 경찰의 직무상 과실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경찰이 제대로 출동했어도 범행이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배상액을 2130만원으로 줄였다.

이 판단은 대법원에서 뒤집어졌다. 대법원은 신고 시각이 밤 10시 무렵으로 피해자가 “초등학교를 지나 놀이터 가는 길에 있는 어느 집의 집 안”이라고 범행 장소를 분명하게 신고했고, 불과 3미터 떨어진 곳에서 이웃이 비명 소리를 들었으며 피해자 사망 시각이 다음날 오전 3시경으로 추정되는 점 등을 종합하면 ‘늑장 출동’으로 피해자가 사망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에 따라 이뤄진 파기환송심을 통해 유족은 총 7832만원을 배상받았다.

2017년 딸의 친구를 집으로 유인해 수면제를 먹여 살해한 ‘이영학 사건’에서도 법원은 총 2억 4000만원 가량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실종 당일 112 신고가 접수됐지만 당시 중랑경찰서 수사팀이 출동하겠다고 허위보고한 뒤 사무실에 머물렀고, 출동한 지구대 경찰들도 피해자를 최종적으로 목격한 사람을 구체적으로 특정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15년 서울 용산에서 60대 여성이 아들의 여자친구를 칼로 찔러 살해한 사건에서도 배상책임이 인정됐다. 당시 아들이 ‘어머니가 칼을 가지고 여자친구를 죽이겠다고 기다리고 있다’며 112에 두 차례나 신고했지만 경찰이 다른 사건과 혼동해 첫 신고 후 20분 넘은 시각에 도착했고 이미 범행이 저질러졌다.

◇신고 후 한달 뒤 살인발생, 한강투신 사건은 배상책임 부정

반면 2015년 한 여성이 사귀던 남성으로부터 ‘죽이겠다’는 협박 문자메시지를 받고 폭행까지 당해 경찰에 신고했으나, 그로부터 한 달 후 남성이 집에 침입해 여성을 목졸라 살해하고 남성은 투신자살한 사건에서 법원은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첫 112 신고 후 경찰이 출동했으나 여성이 ‘내가 이후에 고소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고, 이후 상당기간 동안 특별한 범죄 징후가 없었다고 한다. 또한 사건 당일에도 112신고가 있었는데, 경찰이 급히 출동했고, 문을 열어주지 않아 현관문을 강제개방했지만 이미 사건이 벌어진 점 등을 감안하면 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2018년 마포대교에서 한강에 투신한 사건에서도 배상책임이 부정됐다. 이 사람은 투신 후에도 정신을 잃지 않고 생존하던 중 5분이 지나 수영을 하면서 직접 휴대전화로 119에 구조요청을 했지만 결국 사망했다. 법원은 한강의 유속 등을 고려할 때 구조대가 신고지점을 정확히 특정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봤다. 또한 ‘CCTV관제로 투신장면을 잡아낼 수 있었다’는 유족 주장에 대해서도 관제자 1명이 49대의 CCTV를 관리하는 열악한 근무 사정상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경우 경찰이 참사 4시간 전부터 11건의 긴급신고를 받았으며 이중에는 ‘압사’가능성을 언급한 신고도 상당수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경찰이 출동한 것은 4건에 불과했으며 보고체계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 법조인은 “그동안 배상 책임이 인정된 사건과는 달리 경찰의 늑장 출동과 개별 희생자의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일일히 인정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면서도 “사건 초반부터 112 신고내용 및 대응상황 등에서 경찰의 직무상 과실이 커 보이는 만큼 배상이 인정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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