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업소에 수차례 단속정보 흘린 경찰관·공무원 '집행유예'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유흥업소에 수차례 단속정보를 흘린 경찰관과 공무원이 징역형의 집행유예에 처해졌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진재경 부장판사)는 3일 공무상 비밀 누설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경찰관 A씨(54)에게 징역 1년6개월·집행유예 3년·벌금 1880만원, 제주시 공무원 B씨(55)에게 징역 6개월·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어 뇌물공여 등의 혐의를 받은 유흥업자 C씨에게 징역 1년6개월·집행유예 3년,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유흥업소 종사자 6명에게는 벌금형(3명 200만원·3명 400만원)을 선고했다.

특히 C씨에게는 보호관찰과 120시간의 사회봉사, 40시간의 준법운전강의 수강도 명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제주서부경찰서 경찰관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 2019년 8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모두 23차례에 걸쳐 지인인 유흥업자 C씨에게 단속정보를 알려 주고 C씨로부터 총 940만원을 받아 챙겼다. 이 사건으로 A씨는 지난해 말 파면됐다.

B씨 역시 지난해 4월19일 112신고가 접수된 유흥업소 측에 사적모임 인원 제한에 맞게 손님을 받으라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와 관련 신고서를 사진으로 촬영해 보내주는 식으로 편의를 봐 줬다. B씨는 이 일로 직위해제된 상태다.

나머지 유흥업소 종사자 6명은 지난 2020년 12월 집합금지 명령을 어기고 몰래 영업했다.

재판부는 A씨와 B씨에 대해 "경찰관과 공무원에 대한 신뢰를 무참히 짓밟았다"며 "모두가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업주에 대해서만 비정상적으로 정보를 줬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재판부는 뇌물을 바친 C씨에 대해서도 "자신만 계속 영업하겠다고 이 사건 범행을 저질러 그 죄책이 무겁다"면서 "피고인이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됐는 데도 또 음주운전을 한 점 등에 비춰보면 준법의식도 의심스럽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A씨와 C씨에 대해 "두 피고인의 죄는 정말 실형에 처해야 함이 마땅하지만 A의 경우 이미 파면됐고 수사과정에 협조해 온 점, C의 경우 뇌물을 받은 A 보다 무겁게 처벌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mro12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