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명 CPR하고도 못살려 죄책감”…트라우마 보듬는 의료지원센터

김윤정 2022. 11. 3.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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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폐소생술을 수십 명 했는데 한 명도 못 살렸어요. 죄책감이 너무 들고 트라우마를 혼자 견뎌보려고 했는데 안 되겠더라고요. 상담해준 의사 선생님이 최선을 다했으니 죄책감은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잘 추스려야죠."

3일 서울광장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에서 조문한 A씨는 분향소 옆 의료지원센터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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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옆 의료지원센터
의사협회·간호조무사협회·국립중앙의료원 운영
“잠 못잔다, 눈감아도 희생자 떠올라” 호소
5일까지 무료 심리진료, 일반진료 가능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심폐소생술을 수십 명 했는데 한 명도 못 살렸어요. 죄책감이 너무 들고 트라우마를 혼자 견뎌보려고 했는데 안 되겠더라고요. 상담해준 의사 선생님이 최선을 다했으니 죄책감은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잘 추스려야죠.”

3일 서울광장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에서 조문한 A씨는 분향소 옆 의료지원센터를 찾았다. 참사 후의 트라우마와 같은 심리 상담, 의료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의료지원센터 진료소다.
3일 서울시 중구 서울광장 이태원 참사 합동 분향소에 마련된 의료지원센터 진료소 모습.(사진=김윤정 기자)
A씨는 이곳에서 정신과 전문의와 20여 분 얘기를 나눴다. 이태원 참사 장소 근처의 클럽 직원이라는 그는 현장에서 구조를 도운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수십 명을 살리려 노력했지만 아무도 살리지 못해 죄책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그는 “죽은 동료의 옷을 찾으러 아까 유실물 센터에 들렸는데 정신적 충격이 더 커진 것 같다”며 “한 번 더 애도하려고 합동분향소에 왔다가 의료 부스가 보여서 왔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의사선생님께서 저한테 ‘최선을 다했으니까 죄책감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선생님 덕분에 산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거니까 너무 자책하지 말라’고 해주셨다”며 “참사 직후에 털어놓고 얘기할 사람이 별로 없어서 힘들었는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의료지원을 하고 있는 최경숙 서울특별시간호조무사회 회장은 “분향하러 오셨다가 진료소로 오시는 분들이 꽤 계신다”며 “주로 지인들이 사상자에 포함돼 잠을 못 잔다고 하는 분들이 많고, 눈을 감아도 (그들이) 생각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곳에선 심리 상담뿐 아니라 일반 진료 상담도 받을 수 있다. 소화 불량, 신체 통증 등 일반적이고 가벼운 질병도 상담이 가능하다. 부스 내부에는 기초적인 신체 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청진기, 혈압계와 각종 외용제와 복용제는 물론, 긴급 상황에 대비한 심장충격기와 간이베드도 비치돼 있다.

3일 서울시 중구 서울광장 이태원 참사 합동 분향소에 마련된 의료지원센터 진료소 모습.(사진=김윤정 기자)
도봉구에서 외과 전문의로 근무하는 김진해 씨는 “주말에 참사가 있고 월요일에 병원에 출근하니 환자들이 전체적으로 우울해하더라”며 “우리 국민은 국난 극복에 강한 국민이기에 금방 이겨낼 터이지만 조금이라도 돕고 싶어 의료 지원에 나섰다”고 말했다.

서울광장 합동분향소 옆 이 진료소는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국립중앙의료원이 공동으로 운영한다. 국가 애도기간인 오는 5일까지 오전 9시~오후 10시 사이 이용할 수 있다.

김윤정 (yoon9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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