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횡령 막자”…준법감시 인력 늘리고 장기근무 요건 강화
은행권이 금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내부통제제도의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 준법감시부서의 인력을 전체 인력의 0.8% 이상으로 확충한다. 또, 명령휴가, 직무 분리 등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제도를 운영한다.
금융감독원은 은행연합회, 국내은행과 함께 금융사고 예방 및 내부통제 개선을 위한 은행권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국내은행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마련했다고 3일 밝혔다.
금감원은 “은행권과 내부통제 실패와 이로 인한 거액 금융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손에 잡히는 가시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며 “이번 혁신방안이 그간의 최소주의·형식주의에서 탈피하고, 내부통제 문화 조성 및 인식 전환의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준법감시 인력·전문성 확대…장기근무 요건 강화
은행권은 우선 내부통제 인프라부터 혁신한다. 이를 위해 준법감시부서 인력·전문성 확보 최소 기준을 설정한다. 준법감시부서 인력은 총 임직원의 0.8%, 15명 이상으로 의무화 된다. 총 직원 1500명 이하의 소규모 은행의 경우 최소비율(1.0%) 및 인력(8명)을 차등 적용한다.
올해 3월 말 전체 은행 직원 중 준법감시부서 인력 비중은 0.48%로 최소 필요인력(추정) 비율인 0.80%에 못 미치고 있다. 주요 전문인력 비중도 9.7% 수준에 불과하다. 준법감시부서 인력과 전문성 부족은 준법감시 업무의 양적·질적 수준 저하와 내부통제 준수 문화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인력 확보 기준도 구체화된다. 준법감시부서 인력 중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인력의 비중이 의무적으로 20% 이상을 넘겨야 한다. 이는 올해 3월 말 여신, 외환, 파생 등 주요 6개 분야 전문인력 비중 9.7%의 2배 수준이다. 은행권은 2027년 말까지 단계적으로 의무비율을 갖춰야 한다.
준법감시인 자격요건도 강화한다. 준법감시인 자격요건에 준법, 감사, 위험관리, 회계 등 관련 업무 종사 경력이 2년 이상이어야 한다. 이는 2025년 1월 1일 이후 선임 시부터 적용된다.
은행권은 앞으로 장기근무자 비율을 제한하고 인사관리 기준도 마련한다. 은행권은 현재 부서이동(3년~5년), 직무순환(1년~2년) 기준이 있으나 예외 적용 시 특별한 통제장치가 미흡하고 장기근무자 인사관리기준도 부재한 상황이다.
은행은 영업점 3년, 동일 본점 부서 5년 초과 근무한 장기근무자는 순환근무 대상 직원 중 5% 이내 또는 50명 이하로 관리해야 한다. 올해 3월 말 시중은행의 장기근무자는 11.4%에 달한다. 단,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거나 계좌·실물관리를 하지 않는 업무지원부서 직원 등 순환근무 적용배제대상은 제외한다.
아울러 장기근무가 필요할 시 승인권자를 기존 부서장에서 인사담당 임원으로 상향한다. 또, 장기근무 승인 시 장기근무 불가피성, 채무·투자현황 확인 등을 통한 사고위험 통제 가능성 심사를 의무화한다. 장기근무 승인은 매년 심사하고, 최대 2회까지만 가능하다.
관리비율 준수의무 등은 인사관리 측면을 고려해 2025년 말부터 시행된다.
◇명령휴가·직무분리 등 사고예방조치 운영기준 체계화
은행권은 앞으로 사고위험 직무 수행 직원 등에 대해 불시에 휴가를 명령하고 대직자가 해당 직원의 업무를 점검하는 명령휴가 제도도 강화한다. 명령휴가 대상자를 대폭 확대하고, 강제력을 제고한다. 위험직무자, 장기근무자는 최소 연 1회, 회당 1∼3영업일 이상 강제명령휴가가 의무화된다. 또, 준법감시부서는 매년 명령휴가 실시 현황을 평가해 내부통제위원회에 이를 보고해야 한다.
사고발생 우려가 높은 단일거래에 대해 복수의 인력 또는 부서가 참여하도록 하는 직무분리 제도도 강화된다. 거액 자금·실물거래 및 관리가 수반되는 직무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분리하도록 하고, 주요 업무를 구체적으로 열거해야 한다. 또, 직무분리 대상 업무 등록·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직무분리 대상 직무와 담당 직원의 현황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은행명의통장 거래는 통장 관리자, 인감 관리자를 분리하는 식이다.
형식적으로 운영되던 내부고발자 제도도 강화한다. 내부고발의 익명성을 강화하고 내부고발 대상행위를 확대한다. 고발의무 위반 시 조치도 강화한다. 사고금액 3억원 이상 금전사고에 대하여 내부고발 의무 위반 여부 조사 의무화 및 제재를 하는 식이다.
은행은 또한 사고예방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모든 은행이 내규로 ‘사고예방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대부분 법상 원론적인 내용을 그대로 반영한 수준으로 실효성 미흡하다. 이에 따라 은행은 사고예방대책 대상 부점을 확대하고, 직급별 내부통제 책임 구분·구체화할 예정이다. 임원은 사고예방대책 마련과 준수 여부에 대한 점검 의무가 있으며, 부점장은 부점단위 내부통제 제도 및 정책 실행 책임을 지게 된다. 임직원은 수행업무 내부통제에 대한 1차적 책임이 있다.
◇사고 취약 업무 프로세스 고도화
은행권은 사고 취약 업무 프로세스도 고도화한다. 상당수 금융사고는 업무편의를 위한 직원간 비밀번호 공유 또는 책임자 비밀번호 탈취로 상호견제 장치가 무력화된 데 기인하기 때문이다. 은행은 앞으로 비밀번호를 대체할 인증방식을 도입한다. 신분증이나 모바일 OTP 등 개인 소유 기기 기반 인증이나 지문, 홍채, 안면인식 등 생체인식 인증 방식 등으로 고도화한다.
또한, 채권단 공동자금 검증도 의무화한다.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채권단 공동자금에 대하여 채권단이 자금관리 적정성을 정기 검증하는 절차 마련할 방방침이다. 아울러 자금인출 시스템 단계별 검증을 강화할 계획이다.
은행연합회는 이번 혁신방안을 올해 말까지 모범규준에 반영하고, 개별 은행은 업무계획 검토 등 준비기간을 거쳐 내년 3월 말까지 내규를 개정해 4월부터 이를 시행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내년 2분기 은행들의 내규 반영 및 과제 이행준비 상황을 확인할 계획이다. 또, 정기·수시검사, 금융사고 모니터링 시 동 방안 운영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미흡사항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보완을 지도해 나갈 예정이다.
금감원은 “혁신방안이 제대로 이행되어 은행권에 내부통제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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