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고객 집까지 동행하며 보이스피싱 범죄 막은 은행 지점장

문자메시지 누르면 연락처가 '아들'로 저장되도록 해 놓고 범행 시도

보이스피싱 범죄 예방한 은행 지점장 [대전 동부경찰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 아들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범의 꾐에 넘어가 거액의 현금을 인출해 전달하려던 70대 여성의 피해를 한 은행 지점장의 기지로 막았다.

대전 동부경찰서는 보이스피싱에 속아 현금 8천만원을 인출한 고객의 현금을 지킨 대전 소재 한 은행 지점장 A씨에게 감사장과 보이스피싱 예방 보상금을 전달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27일 오전 은행 창구에 찾아온 B(74) 씨가 다량의 현금을 인출하는 것을 유심히 지켜봤다.

이 은행의 주거래 고객이라 낯이 익었던 B씨가 "아들이 부동산 거래를 하려 하는데 현금으로 거래하면 가격이 더 싸다고 돈을 찾아달라더라"고 말한 것이 이상했기 때문이다.

이후 A씨가 B씨의 휴대폰에 '아들'이라고 저장된 번호로 직접 연락했지만, 통화 후에도 의심은 가시지 않았다.

A씨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B씨의 집까지 동행하며 B씨가 '아들'로 돼 있는 인물과 전화하는 것을 수화기 너머로 듣고는 금융사기임을 확신하고 이날 오후 2시 21분께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 경찰관의 확인 결과 B씨는 보이스피싱에 속아 현금을 인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진 보이스피싱 용의자들은 악성코드가 삽입된 URL 주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수신자가 문자를 누르면 본인들의 연락처가 자동으로 '아들'로 저장되도록 해 놓고 범행 대상에 접근하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전 동부경찰서 관계자는 "금융기관 사칭 등 기존 방법이 통하지 않자 최근에는 불특정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결제 완료','배송 완료' 등의 메시지가 포함된 URL 주소를 보내 휴대폰을 해킹하는 수법으로 변하고 있다"며 "금융기관의 적극적인 피해 예방과 경찰관의 신속한 출동으로 큰 피해를 예방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밝혔다.

coo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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