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청년, 서울아산병원에서 입안 거대종양 수술받고 미소 되찾다
입안에 생긴 직경 15㎝ 이상의 거대종양 때문에 일상생활이 어렵고 동네에서 따돌림까지 받던 마다가스카르의 한 청년이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새 삶을 얻었다. 마다가스카르는 아프리카 대륙 남동쪽에 위치한 국가이다.
3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성형외과 최종우 교수팀은 입안에 거의 얼굴만 한 크기의 종양을 방치해 온 플란지(22)의 거대세포육아종을 제거하고 아래턱 재건 및 입술 주변 연조직 성형술을 최근 성공적으로 마쳤다. 건강한 미소를 되찾은 플란지는 오는 5일 귀국을 앞두고 있다.
플란지는 8살 때 어금니 쪽에 통증이 있어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치아를 뽑았다. 이때 발치가 잘못된 탓인지 플란지의 어금니 쪽에 염증이 생기기 시작했지만, 근처에 제대로 된 의료시설이 없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채 10여 년간 방치하게 되었다. 작았던 염증은 거대세포육아종으로 진행되며 점차 커졌다. 거대세포육아종은 초기엔 약물로도 치료할 수 있지만, 플란지의 경우 오랜 기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종양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만큼 거대해졌다.
플란지가 사는 곳은 아프리카 남동쪽의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의 수도인 안타나나리보에서도 약 2000㎞ 떨어진 지역이다. 지역에 이렇다 할 의료기관은 물론 의사가 단 한 명도 없고 간호사만 한 명뿐이다. 집에서 3시간 떨어진 곳에 의사가 있지만 역시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었다.
마다가스카르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하는 이재훈 씨(의사)가 2021년 초 우연히 플란지를 발견했다. 이 씨의 연락을 받은 서울아산병원이 흔쾌히 응했다. 이재훈 의사는 2018년 아산사회복지재단에서 선정한 아산상 의료봉사상 수상자로 서울아산병원과 인연이 있다.
출생신고조차 되어 있지 않던 플란지는 한국을 가기 위해 약 1년간의 입국 절차를 준비했고, 지난 8월 31일 약 20시간의 비행을 거쳐 서울아산병원을 찾았다. 9월 16일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최종우 교수팀은 치과, 이비인후과와 협진해 8시간이 넘는 대수술을 진행했다. 무려 810g에 달하는 플란지의 거대육아세포종을 제거하고, 종양으로 인해 제 기능을 못하던 아래턱을 종아리뼈를 이용해 재건한 뒤 종양 때문에 늘어나 있던 입과 입술을 정상적인 크기로 교정하는 대수술이다.
플란지는 영양 상태가 굉장히 좋지 않아 장시간의 수술을 버틸 수 있을지 염려됐지만 이를 무사히 이겨냈다. 치료비용 전액은 아산사회복지재단과 서울아산병원에서 지원한다. 플란지는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치료할 수 없다고 포기한 내 얼굴을 평범하게 만들어주시고, 가족처럼 따뜻하게 대해주신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에게 너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선교사가 되어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플란지의 수술을 집도한 최종우 교수는 “플란지의 경우에는 심각한 영양결핍 상태여서 전신마취를 잘 견딜지부터가 걱정이었고 종양 크기도 생각보다 거대해 염려가 컸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플란지가 잘 버텨주어 건강하게 퇴원하는 것을 보니 다행이고, 안면기형으로 인한 심리적 위축을 극복해 앞으로는 자신감과 미소로 가득한 인생을 그려나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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