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마녀사냥’ 댓글 확산...“애도가 우선”

2022. 11. 3.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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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 이후 일각에선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마녀사냥'도 확산되고 있다.

참사 이후 수일이 흐른 3일까지도 온라인에서는 사고 현장 인근 상인이나 행사 참여자에 대한 악성 댓글이 유통되고 있다.

특히 참사의 목격자이자 생존자인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공격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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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상인 대상 무분별 악성글
지도 앱 리뷰 악플테러에 삭제
현장 구조자들 “비난 자제를”
전문가 “희생양 찾는 방어기제”
지난달 참사 사고가 났던 서울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옆 골목 뒤 세계음식문화거리. [연합]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 이후 일각에선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마녀사냥’도 확산되고 있다. 구조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그러나 당시의 혼란스러웠던 상황을 직접 목격한 이들은 섣불리 누군가를 비난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 역시 대형 참사 속에서 흔히 보이는 ‘방어기제’라 진단하면서도, 무분별한 비방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참사 이후 수일이 흐른 3일까지도 온라인에서는 사고 현장 인근 상인이나 행사 참여자에 대한 악성 댓글이 유통되고 있다.

특히 참사의 목격자이자 생존자인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공격이 많다. 사고 현장에 머무르며 시민을 구조하는 과정을 생중계했던 모 BJ의 영상엔 “그만하라”며 고함을 친 시민의 모습이 함께 담겼다. 해당 영상은 삭제됐다. 그러나 여전히 유튜브 등에서 유통되고 있는 일부 편집본에는 “(구조작업을 중단하라니) 벌 받아라” “신상 파악해야 한다”는 등 협박성 댓글이 줄지어 달렸다.

참사 현장인 해밀톤호텔 왼쪽 골목에 밀접한 술집에 대한 비방도 이어졌다. 한 지도 애플리케이션 리뷰에는 사고 직후부터 “평생 죄책감 가지고 살아라” “당신이 가장 이기적이다” 등 수십개의 악성 댓글이 달렸다. 부상자가 발생하던 시점, 시민 구조를 위해 공간을 확보하지 않았다는 비난이다. 해당 리뷰는 수일간 노출되다 뒤늦게 당사자 요청으로 서비스가 중단됐다. 해당 앱 운영사 관계자는 “사고 생존자나 유족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후기에 대해선 신고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참사 현장에 있던 이들은 ‘애도’가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주최자 없이 열린 축제에서 갑작스럽게 발생한 대형 참사였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박모 씨는 “이태원역 일대가 소란스러웠던 만큼 처음엔 (구조 요청하는 목소리가) 장난이라 생각한 상인들도 있었다”며 “사고를 인지한 이후엔 나를 비롯해 모든 사람이 가게문을 닫고 구조를 도왔다”고 설명했다. 인근 상인 류모 씨 역시 “어떻게 도와야 할지 몰라 상황을 지켜보다가 지인이 부상자를 옮기는 걸 보고 나서야 동참했다”며 “상황을 직접 보지 못했다면 둔감할 수 있지만 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이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으니 희생자들에게 애도부터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사고 현장 건너편인 이태원역 3번 출구 근처에서 구조 상황을 지켜봤던 김도하(26) 씨도 “응급차량과 시민, 사망자, 부상자가 뒤엉켜 일대가 마비됐던 상황”이라며 “혼란스러웠던 상황에서 누군가를 함부로 탓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대형 참사를 맞닥뜨린 뒤 희생양을 찾고 그에게 원인을 돌려 안심하려는 방어기제”라면서도 “원인이 아직까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무분별한 비방은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혜원 기자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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