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4연속 자이언트스텝에 산업계 '비상등'…수출·자금 악영향

장하나 2022. 11. 3.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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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위축에 반도체·완성차 등 타격 우려…차입금 큰 업종도 비상

(서울=연합뉴스) 산업팀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네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예상보다 강한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을 내놓자 국내 산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이미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인한 수요 위축과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자금난을 겪는 상황에서 자이언트스텝과 매파 발언이 고환율·고물가·고금리·저성장의 복합위기 국면을 더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 (CG) [연합뉴스TV 제공]

3일 업계에 따르면 미 연준이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연 3.00∼3.25%에서 3.75∼4.00%로 0.75%포인트 올리면서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1.00%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자이언트 스텝'은 이미 시장이 예상한 수순이지만, 문제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이후 기자회견에서 "금리인상 중단에 대해 생각하거나 언급하는 것은 매우 시기상조"라는 '매파' 메시지를 내놓았다는 점이다.

이미 한국의 무역수지가 4월부터 7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가는 등 수출이 둔화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이번 금리 인상으로 추가적인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도체·자동차·정유 가릴 것 없이 '부담 가중'

특히 국내 수출 주력 품목인 메모리 반도체의 업황 악화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3분기 '어닝쇼크'(실적충격)를 경험한 상황에서 IT 제품 수요 위축으로 인한 업황 악화는 가중될 전망이다. 반도체의 10월 수출액은 작년 동월 대비 17.4%나 감소했다.

[그래픽] 한미 기준금리 인상 전망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린다고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예상대로 오는 12월 금리인상 속도조절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금리인하 전환 고려는 "매우 시기상조"라며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면모도 동시에 보였다. 0eun@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수출 비중이 큰 국내 완성차업계에도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면 자동차 할부 금리도 따라 오르면서 현지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비 위축은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영향을 받는 한국 차 수요에 더욱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기차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에 맞춰 증설 등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배터리 업계에도 금리 인상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채권 발행이 많은 정유업계에도 부담이다.

정유업체가 현지에서 원유를 들여와 정유 공정을 거쳐 제품을 내놓기까지는 약 두 달이 걸리는데 이 기간 현금이 묶이기 때문에 정유사들은 자금을 융통할 목적으로 유전스(Usance)라는 채권을 발행한다.

기본적으로 모든 금리는 기준 금리에 연동해서 오르고 내리기 때문에 채권 발행에 따른 이자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또 고환율로 막대한 환차손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금리마저 오르면서 정유업계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미 연준에 이어 한은이나 다른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향후 발행하는 유전스 금리도 높은 수준에서 발행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가전 산업의 경우 금리가 경영 실적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크지는 않지만, 금리 상승으로 가계의 실질 소득이 줄면 전반적인 소비가 위축되고 이에 따라 실적도 악화할 수 있다.

소비 수출 (CG) [연합뉴스TV 제공]

"자금시장 모니터링 선제대응…컨틴전시 플랜 필요"

전세계적인 수요 둔화와 원자잿값 상승에 고전하고 있는 철강업계도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국내외 투자·소비 심리가 더 위축되면서 철강 수요가 감소하고 제품 판매 단가가 하락하면 국내 철강기업의 수익성은 악화할 수밖에 없다.

금리 인상의 여파로 치솟고 있는 원/달러 환율도 부담이다. 철강업계는 철광석, 유연탄 등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해야 해 환율이 오르면 생산비용도 늘어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금리인상은 결국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함이다 보니 수요위축과 경기침체를 동반할 가능성이 있어 철강 수요산업의 시황 악화가 예상된다"며 "금리인상으로 신규 투자에 대한 부담과 고민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항공업계는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게 됐다. 대한항공의 변동금리차입금은 4조7천억원에 달하며, 평균 금리가 1% 오르면 470억원의 이자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코로나 사태 동안 재무구조가 악화한 LCC(저비용항공사)들은 금리 인상에 따라 추가 자본 확충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들이 코로나 사태에서 벗어나 (정상 궤도로) 회복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며 "자금 확보가 중요한 시기에 금리가 인상되는 건 악재"라고 말했다.

최근 자금시장 불안까지 겹친 점을 고려해 정부가 선제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조언도 잇따랐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실장은 "미국 자이언트스텝에 추가 금리 인상까지 이뤄지면 기업의 자금난이 더 심화될 것"이라며 "정부가 자금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선제적인 조치를 하고, 법인세 인하와 같은 명확한 시그널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자이언트스텝으로 한미간 기준금리 격차가 적정수준을 벗어나 원화가치 하락 등 거시경제 전반의 악영향이 우려된다"며 "특히 기업의 자금사정 악화가 우려되는 만큼 유동성 지원을 위한 컨틴전시 플랜을 사전에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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