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5%대까지 美 금리 인상 시사 “인상 속도는 이르면 12월 늦춘다”

손진석 기자 2022. 11. 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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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로이터 연합뉴스

2일(현지 시각) 미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기준금리를 연 3~3.25%에서 0.75%포인트 높은 연 3.75~4%로 인상했다. 2007년 12월 이후 15년만에 미국 기준금리가 연 4%대로 올라섰다.

이날 연준의 금리 인상 폭은 관심의 포커스가 아니었다. 4연속 ‘자이언트 스텝(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이라는 게 미리 기정사실화돼 있었기 때문이다. 치솟는 물가가 진화되지 않고 있는 데다, 9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자이언트 스텝을 미리 예고했다.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은 제롬 파월 의장의 ‘입’에 쏠렸다. 이번 금리 인상기의 정점이 서서히 다가온다는 관측에 따라 금리인상 속도를 낮추기 시작하는 시점에 대해 파월 의장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이에 대해 파월 의장은 어느 정도 답을 내놓았다. 그는 금리 결정 후 기자회견에서 “금리인상 중단에 대해 생각하거나 언급하는 것은 매우 이르다(premature)”면서도 “금리 인상 속도를 줄일 시기가 다가오는데 이르면 (12월에 열리는) 다음 FOMC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내년 1월에 열리는) 그 다음 FOMC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리인상은 당분간 계속되겠지만 인상 폭을 0.5%포인트 이하로 줄이기 시작하는 시점은 빠르면 오는 12월이고, 늦어도 내년 1월이 될 것이라고 가이드라인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파월 의장 “금리인상 중단 언급은 너무 이르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물가 안정 임무가 끝날 때까지 하던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이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을 시사하면서 금리인상을 멈추거나 인하를 시작하는 시점을 언급하기에는 지나치게 이르다는 의미다.

10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8.2%에 달했다. 지난 3월 이후 7개월 연속 8%대 이상의 고물가가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피벗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파월 의장은 못을 박았다.

파월 의장은 물가가 잡힐 시점에 대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경제성장이 추세 이하로 내려가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물가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경기 둔화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는 “미국 경제는 여전히 연착륙 가능하지만 지난 1년간 길이 더 좁아졌다”고도 했다.

이 같은 파월 의장의 발언에 대해 시장에서는 매파적(긴축적 통화정책 선호 경향)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물가를 잡겠다는 의지가 선명했다는 것이다. 연준이 매파 본능을 보여준 영향으로 이날 나스닥지수가 3.36% 급락하며 뉴욕 증시가 타격을 받았다.

◇파월 의장 “이르면 12월 금리인상 속도 늦춘다”

파월 의장은 굳건한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 면모를 보여주면서도 금리인상 속도는 줄일 때가 다가왔다는 힌트를 던졌다. 그는 “이르면 12월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며 감속 가능 시점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투자은행들은 파월 의장이 매파적이었다고 보면서도 전제 조건을 달아 12월에는 연준이 ‘빅 스텝(금리 0.5%포인트 인상)’으로 속도를 낮출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JP모건은 “12월 0.5%포인트, 1월 0.25%포인트를 인상한 후 멈출 것”이라면서도 “노동시장이 충분히 냉각되지 않으면 중단하지 않을 위험이 있다”고 했다.

모건스탠리는 “12월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다만 이는 향후 나올 경제지표에 달려있다”고 했다. 골드만삭스는 “누적된 긴축 효과와 시차를 고려해야 한다는 연준의 정책결정문 내용을 감안할 때 12월 금리인상 속도는 0.5%포인트로 늦춰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준이 4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밀고 나간 배경은 미국 경제가 빠른 금리 인상을 어느 정도 견뎌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10월 민간고용은 23만9000건이 늘어 전월(19만2000건 증가)과 시장 전망치(18만5000건)를 뛰어넘었다. 레저·서비스 분야에서 고용이 호조였고, 무역·운송에서도 일자리가 늘었다. 다만 제조업·금융에서는 일자리가 감소했다.

◇내년 미국 금리 5%대 도달할 듯

파월 의장은 미국 기준금리가 5%대로 올라설 것이라고 시사했다. 그는 “9월 이후 발표된 각종 경제지표를 고려할 때 최종금리 수준은 지난번 예상한 것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9월 FOMC 당시 연준 위원들은 점도표(익명으로 금리 전망치를 내다본 표)를 통해 내년 금리 전망치를 평균 연 4.6%로 제시했는데, 파월 의장은 그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며 5%를 넘어설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메시지를 준 것이다. 씨티은행은 이날 FOMC를 분석한 뒤 최종금리 전망치를 0.25%포인트 올린 연 5.25~5.5%로 상향 조정했다.

이렇게 되면 한국 경제도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된다. 한국은행이 금리 추격전을 벌여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줄여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최근 자금시장이 경색되는 가운데 금리를 더 올려야 하는 부담이 가중된다. 침체에 대한 경고가 쏟아지는데도 불구하고 통화정책이 보다 긴축적으로 가게 될 확률이 높아지고 있어 고환율·고금리·고물가에 따른 ‘3각 파도’ 고통이 국내 경제 주체들 사이에서 커질 전망이다.

이미 원화 가치를 방어하느라 올해 들어 70조원에 해당하는 외환보유액을 사용했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140억1000만달러(약 588조원)로서 9월보다 27억6000만달러 감소했다. 올해 들어 줄어든 외환보유액은 491억달러로서 원화로 환산하면 약 70조원에 달한다. 원·달러 환율 급등세를 막기 위해 달러를 시중에 풀어놓으면서 외환보유액이 크게 줄어들었다.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는 이날 FOMC 결과와 관련해 “물가안정에 대한 미 연준의 강력한 의지가 재확인된 만큼 향후 통화정책 긴축 지속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금융·외환시장에서도 연준의 금리인상, 주요국 환율의 움직임,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등에 따라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음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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